"의료인, 감염병 걸리면 근무 못한다고? 인권침해"

발행날짜: 2017-08-30 11:55:32
  • 이주영 의원 대표 발의법안 두고 논란…무조건 배제는 곤란

"인권침해다." "사실상 경제권을 강제로 뺏는 것이다."

최근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창원마산합포구, 외교통일위)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의료계 반응이다.

이 의원은 얼마 전 산부인과 병원에서 결핵에 걸린 간호사를 통해 소아환자가 집단 감염된 사건의 재발방지 대책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법률안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인 결핵 발생 등 감염병 차단을 위한 정기적 건강검진과 함께 감염병에 감염된 의료인을 의료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이를 위반한 경우 행정적 처분 및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최근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보건의료인 결핵 감염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 1399명이 감염됐으며 2016년도에는 272명, 2017년도 6월말 기준으로 135명이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즉, 한해에 200여명 이상의 의료인이 결핵에 감염되고 결핵 이외 다양한 감염병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일정한 기준없이 의료업무에서 제외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의료계 입장.

이를 두고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은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감염병 고위험군인 감염내과, 응급의학과 등은 장기적으로 젊은 의사가 진입 자체를 꺼리는 진료과목이 될 수 있다며 강한 우려감을 드러냈다.

모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말도 안되는 법안"이라면서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더라도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이 상정됐다는 것 만으로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의사라는 직업군 자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어떤 의사가 위험을 감수하고 환자를 진료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모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인이 활동성 결핵에 감염된 경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사전에 제한 대상과 범위를 논의하지도 않은 채 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활동성 결핵 등 어떤 감염병에 대해 얼마동안 근무를 제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부터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과도한 인권침해적 요소가 많고 더 나아가서는 강제로 경제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또 다른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중환자실, 신생아실에 근무하는 의료인력은 상당히 숙련된 이들로 당장 대체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면서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검토한 이후에 추진해야 하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감염학회 엄중식 특임이사(길병원)는 "결국 의료인이 감염병에 대해 고위험군이라는 얘기인데 의료인을 위한 백신이나 국가차원의 지원은 없이 무조건 근무를 제한하는 식은 너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감염병에 노출된 의료인에 대한 이동 근무 등 배려가 필요한 것이지 근무 제한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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