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성형외과의 세계…박성우의 '성형외과노트'[4]
기본 단위, 플랩
성형외과 의사를 성형외과 의사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섬세한 손일까 뛰어난 미적 감각일까. 성형외과 의사를 다른 과 의사들과 구분 짓는 것은 플랩(Flap)에 대한 이해이다.
성형수술은 다른 수술과 달리 유일하게 창조를 업으로 삼은 영역이다. 일반적인 수술은 몸에서 무언가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성형은 미용과 재건의 영역 모두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플랩의 사전적 의미는 '제공부로부터 수용부에 옮겨지기까지 자신의 혈관 내 순환을 유지하는 피부와 다른 조직의 한개 단위'이다. 처음 플랩을 접했을 때 그 뜻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고 와닿기까지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장기를 개별적으로 지칭하는 해부학적 용어와 달리 플랩은 수술과 밀접하게 고안된 개념이다. 성형수술 중 보형물이나 필러 같은 외부 물질을 사용할 수도 있다.
(플랩은 번역하면 '피판'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원어 그대로 '플랩'이라 쓰기 때 문에 본문에서는 플랩으로 표기하였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여분의 '살덩이' 조직을 부족한 부위로 옮겨 이식하는 것이 기본 원리이다. 뱃살을 유방 재건수술에 쓰는 것이나, 코끝을 높이기 위해 귀의 연골을 사용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수술 중 필요한 피부나 근육 조직을 뭉텅 떼어내서 붙인다고 붙는 것은 아니다. '생착 '이라 하여 떼어낸 '살덩이 ' 조직이 원하는 부위에 살아서 부착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생착에 필수적인 것이 혈액순환이다. 만약 점토처럼 떼어내서 붙이는 대로 다 붙을 수만 있다면 누구아 성형외과 의사가 되지 않았을까.
여기서 필요한 게 플랩이다. 이식하는 피부나 근육, 뼈 등의 조직을 플랩이라고 지칭하는데, 플랩은 혈액순환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성형수술에서 기본을 이루는 단위가 바로 ' 플랩 '인 것이다.
예를 들어 외과 서젼에게 기본 단위는 위, 간, 대장, 소장 같은 내부 장기일 것이다. 흉부외과 서젼에게는 심장, 폐 등이 수술의 단위이다. 성형외과 의사에게는 플랩이 하나의 단위이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루어야 하는 무기와도 같다.
플랩의 기능
의과대학 시절, 교수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는 무엇인가?"
흔히 장기라고 생각하면 몸 안에 있는 물컹물컹하고 징그러운 무언가를 떠올린다. 해부 실습 기억을 떠올리며 '뇌인가? 간이 더 큰가? 소장을 길게 늘리면 가장 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답은 ' 피부'였다. 피부 역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장기로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장벽의 역할과 함께 땀을 배출하고 수분을 흡수하는 등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갖는다. 교수님의 질문은 장기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맹점으로 삼은 질문이었다.
혈액순환은 단순히 빨간 피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이 아니다. 혈액 속에 포함된 산소와 영양분이 우리 몸 구석구석을 돌면서 공급하는 것이다. 뇌, 폐, 심장 등의 장기뿐만 아니라 피부 역시 이런 혈액순환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뇌는 뇌혈관을 따라 심장은 심혈관을 따라, 각각의 장기는 장기로 향하고 나오는 동맥과 정맥에 의해 혈액순환이 유지된다. 그럼 피부는 어떤 혈관으로부터 공급받을까 ? 피부 혈관이라는 혈관이 있을까 ?
평소 인체에 관심이 있었거나 의학 다큐멘터리를 유심히 보았다면 우리 몸의 혈관이 얼기설기 네트워크처럼 얽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피부 역시 그렇게 형성된 네트워크의 일부이지만 각각의 피부에는 들어가고 나가는 혈관들이 존재한다.
천공지(Perforator)라 하여 몸 속 깊은 혈관에서부터 근육이나 근막을 뚫고 피부로 혈액순환을 담당하는 혈관들이 있다. 연구에 의하면 우리 몸에는 대략 400여 개에 이르는 천공지들이 피부로 출입하고 있다. 마치 온 몸에 혈관 지도가 그려진 것과 같다.
초능력자처럼 피부를 보면 그 밑에 흐르는 혈관들이 성형외과 의사 눈에는 상상이 되어야 한다. 그 지도에 맞추어 플랩을 디자인하고 떼어내어 점토를 붙이듯이 쓰는 것이다. 그 과정은 피부라는 거대한 장기에서 필요한 만큼의 '살을 발라내어' 혈액순환이 가능한 독립적인 장기를 창조하는 것과 같다. 보통 ' 플랩을 든다' 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성형외과 수술에 쓰이는 플랩은 종류가 수십 가지이며 이제는 자유자재의 디자인으로 플랩을 드는 방법도 사용된다. 그 차이가 성형수술을 단순히 눈에 보이는 과정만 보고 따라 한다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플랩은 독립적으로 혈액순환을 유지하는 혈관을 그대로 발라내어 옮기는 방법도 있고 그 혈관을 끊고 이식하려는 부위의 다른 혈관에 이어서 옮기는 방법도 있다. 플랩을 이용하여 성형외과 의사는 코도 만들 수 있고 혀와 식도도 만들 수 있으며 뼈도 플랩에 포함시켜 팔, 다리 재건도 가능하다.
또한 종잇장처럼 얇은 피부의 일부나 연골 등은 독립적인 혈관 없이도 생착이 가능해 혈액순환 없이 이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플랩과 달리 '이식편 Graft' 이라고 한다. 하지만 보다 큰 부피의 살덩이 조직을 성형수술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플랩의 탄생과 발전이 필수적이다.
플랩이 없었다면 지금의 수많은 창조 작업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플랩의 개념은 쌍꺼풀 수술이나 안면주름 성형술 중 하나인 페이스 리프트 같은 수술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도 쓰인다. 그러니 플랩을 성형외과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칭할 만하지 않을까.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성형외과 의사를 성형외과 의사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섬세한 손일까 뛰어난 미적 감각일까. 성형외과 의사를 다른 과 의사들과 구분 짓는 것은 플랩(Flap)에 대한 이해이다.
성형수술은 다른 수술과 달리 유일하게 창조를 업으로 삼은 영역이다. 일반적인 수술은 몸에서 무언가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성형은 미용과 재건의 영역 모두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플랩의 사전적 의미는 '제공부로부터 수용부에 옮겨지기까지 자신의 혈관 내 순환을 유지하는 피부와 다른 조직의 한개 단위'이다. 처음 플랩을 접했을 때 그 뜻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고 와닿기까지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장기를 개별적으로 지칭하는 해부학적 용어와 달리 플랩은 수술과 밀접하게 고안된 개념이다. 성형수술 중 보형물이나 필러 같은 외부 물질을 사용할 수도 있다.
(플랩은 번역하면 '피판'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원어 그대로 '플랩'이라 쓰기 때 문에 본문에서는 플랩으로 표기하였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여분의 '살덩이' 조직을 부족한 부위로 옮겨 이식하는 것이 기본 원리이다. 뱃살을 유방 재건수술에 쓰는 것이나, 코끝을 높이기 위해 귀의 연골을 사용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수술 중 필요한 피부나 근육 조직을 뭉텅 떼어내서 붙인다고 붙는 것은 아니다. '생착 '이라 하여 떼어낸 '살덩이 ' 조직이 원하는 부위에 살아서 부착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생착에 필수적인 것이 혈액순환이다. 만약 점토처럼 떼어내서 붙이는 대로 다 붙을 수만 있다면 누구아 성형외과 의사가 되지 않았을까.
여기서 필요한 게 플랩이다. 이식하는 피부나 근육, 뼈 등의 조직을 플랩이라고 지칭하는데, 플랩은 혈액순환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성형수술에서 기본을 이루는 단위가 바로 ' 플랩 '인 것이다.
예를 들어 외과 서젼에게 기본 단위는 위, 간, 대장, 소장 같은 내부 장기일 것이다. 흉부외과 서젼에게는 심장, 폐 등이 수술의 단위이다. 성형외과 의사에게는 플랩이 하나의 단위이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루어야 하는 무기와도 같다.
플랩의 기능
의과대학 시절, 교수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는 무엇인가?"
흔히 장기라고 생각하면 몸 안에 있는 물컹물컹하고 징그러운 무언가를 떠올린다. 해부 실습 기억을 떠올리며 '뇌인가? 간이 더 큰가? 소장을 길게 늘리면 가장 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답은 ' 피부'였다. 피부 역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장기로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장벽의 역할과 함께 땀을 배출하고 수분을 흡수하는 등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갖는다. 교수님의 질문은 장기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맹점으로 삼은 질문이었다.
혈액순환은 단순히 빨간 피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이 아니다. 혈액 속에 포함된 산소와 영양분이 우리 몸 구석구석을 돌면서 공급하는 것이다. 뇌, 폐, 심장 등의 장기뿐만 아니라 피부 역시 이런 혈액순환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뇌는 뇌혈관을 따라 심장은 심혈관을 따라, 각각의 장기는 장기로 향하고 나오는 동맥과 정맥에 의해 혈액순환이 유지된다. 그럼 피부는 어떤 혈관으로부터 공급받을까 ? 피부 혈관이라는 혈관이 있을까 ?
평소 인체에 관심이 있었거나 의학 다큐멘터리를 유심히 보았다면 우리 몸의 혈관이 얼기설기 네트워크처럼 얽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피부 역시 그렇게 형성된 네트워크의 일부이지만 각각의 피부에는 들어가고 나가는 혈관들이 존재한다.
천공지(Perforator)라 하여 몸 속 깊은 혈관에서부터 근육이나 근막을 뚫고 피부로 혈액순환을 담당하는 혈관들이 있다. 연구에 의하면 우리 몸에는 대략 400여 개에 이르는 천공지들이 피부로 출입하고 있다. 마치 온 몸에 혈관 지도가 그려진 것과 같다.
초능력자처럼 피부를 보면 그 밑에 흐르는 혈관들이 성형외과 의사 눈에는 상상이 되어야 한다. 그 지도에 맞추어 플랩을 디자인하고 떼어내어 점토를 붙이듯이 쓰는 것이다. 그 과정은 피부라는 거대한 장기에서 필요한 만큼의 '살을 발라내어' 혈액순환이 가능한 독립적인 장기를 창조하는 것과 같다. 보통 ' 플랩을 든다' 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성형외과 수술에 쓰이는 플랩은 종류가 수십 가지이며 이제는 자유자재의 디자인으로 플랩을 드는 방법도 사용된다. 그 차이가 성형수술을 단순히 눈에 보이는 과정만 보고 따라 한다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플랩은 독립적으로 혈액순환을 유지하는 혈관을 그대로 발라내어 옮기는 방법도 있고 그 혈관을 끊고 이식하려는 부위의 다른 혈관에 이어서 옮기는 방법도 있다. 플랩을 이용하여 성형외과 의사는 코도 만들 수 있고 혀와 식도도 만들 수 있으며 뼈도 플랩에 포함시켜 팔, 다리 재건도 가능하다.
또한 종잇장처럼 얇은 피부의 일부나 연골 등은 독립적인 혈관 없이도 생착이 가능해 혈액순환 없이 이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플랩과 달리 '이식편 Graft' 이라고 한다. 하지만 보다 큰 부피의 살덩이 조직을 성형수술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플랩의 탄생과 발전이 필수적이다.
플랩이 없었다면 지금의 수많은 창조 작업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플랩의 개념은 쌍꺼풀 수술이나 안면주름 성형술 중 하나인 페이스 리프트 같은 수술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도 쓰인다. 그러니 플랩을 성형외과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칭할 만하지 않을까.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