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환자에게 쓰는 치료약이 간암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의대 강은석(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당뇨병센터)ㆍ남정모(예방의학)교수팀은 당뇨병 환자 등 간암 고위험군이 고지혈증약 '스타틴(Statin)'을 사용하면 위험도가 크게 낮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간질환 학술지 '유럽 간학회지(Journal of Hepatology, IF 12.5)' 최근호에 실렸다.

스타틴은 체내 콜레스테롤 생성을 촉진하는 효소를 차단,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약물로 고지혈증 환자는 물론 심혈관질환자의 합병증 예방을 위해 처방되는 대표적 약물이다.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돼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가진 당뇨병 환자도 많아 스타틴이 널리 쓰이고 있다.

강은석 교수는 "스타틴이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을 예방한다는 연구는 일부 있었지만 간암 고위험군으로 평가되는 당뇨병 환자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고 특히, 우리나라 연구는 거의 없어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2002~2013년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51만4866명에 대해 평균 7.5년 기간의 건강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 시 남녀별, 당뇨병 및 간질환 발병유무, 스타틴 복용여부, 체질량지수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한 역학연구를 진행했다.

7.5년 사이 간암이 발병한 사람은 1642명.

연구팀은 이 1642명과 성별, 연령 등 비슷한 배경 및 질병조건을 지닌 비교 대조군 8210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스타틴이 간암 위험도를 낮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차적으로 스타틴 복용군이 스타틴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그룹 보다 간암 발병에 노출될 위험도(Odds ratio)가 56%나 낮았다.

특히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며 혈관 벽을 두껍게 하고 좁히게 해 동맥경화증을 야기하는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수치를 두 분석 그룹에 적용했다.

그럼에도 스타틴을 쓰는 그룹이 안쓰는 그룹보다 간암 발병 상대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재차 확인됐다. 스타틴 누적 복용량에 따라 간암 발병 위험도도 반비례하며 낮아졌다.

연구팀은 또 당뇨병 환자 그룹에서 스타틴 복용 유무에 따른 위험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스타틴 복용 당뇨병 환자의 간암발병 위험도가 그렇지 않은 그룹 보다 72%나 감소했다.

합병증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는 위험도 감소폭이 66%, 합병증이 없는 당뇨병 환자는 위험도가 81%나 줄었다.

비(非)당뇨병환자 그룹에서도 스타틴을 복용하면 간암 발병 위험도가 47%나 낮아졌다.

간경변증 환자의 간암 발병 위험도에서도 스타틴을 사용할 경우 간암 발병률이 61%나 감소하고, 높은 간수치를 보이는 그룹에서도 뚜렷한 간암 발병 위험도 감소를 확인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간암의 고위험군인 당뇨병 환자와 간경변증환자 중 스타틴 사용군에서 간암 발병 위험도가 낮아지는 것을 대규모 연구를 통해 처음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까지 스타틴에 적응증이 없는 일반 환자가 간암 예방을 위해 스타틴을 복용하는 적절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져있지 않다"고 경계했다.

또 "높은 안전성으로 널리 쓰이는 스타틴이지만 근육통과 당뇨병 등 일부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며 "스타틴 처방 대상자가 아니면 건강보험 적용도 받을 수 없다. 간암 고위험군 대상자나 기존 스타틴 복용 환자도 반드시 주치의의 진료를 통해 약물처방 및 복용량 증가 적절성을 따져 본 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