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성형외과의 세계…박성우의 '성형외과노트'[23]
어느 모세혈관기형 환자
방송사에서 경제적 후원을 받아 환자의 치료를 촬영하는 경우가 있다.
성형외과의 경우 '당신의 얼굴을 찾아드립니다'와 같은 구성으로 환자가 찾아온다. 한번은 오른쪽 뺨부터 턱까지 광범위하게 위치한 모세혈 관기형 때문에 40대 아주머니가 온 적이 있었다.
그 환자는 방송 특성 때문인지, 오래 걸리는 레이저 치료 대신 드라마틱한 한 번의 수술을 원했다.
하지만 환자는 눈꺼풀과 코, 입술까지 광범위하게 위치했기 때문에 한 번의 수술로 정상적인 모습을 얻기 힘들었다.
방송사 PD와 환자까지 모인 자리에서 치료 계획에 대해 교수님들과 이야기를 했다. 모세혈관기형이 있는 뺨의 피부를 제거하고 얇게 플랩을 덮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어서 입술과 눈에는 피부이식도 개별적으로 필요하다는 말과 한 번의 수술로 끝나기는 어렵고 세부적인 윤곽을 다듬는 2차 수술과 레이저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환자나 방송사 PD 모두 아쉬워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길 수 있을 화제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6 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환자 역시 방송사에서 너무 헛된 기대를 주었던지 실망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결혼조차 못한 사연이 안타까웠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성형수술은 만능이 아니다. 수술을 하고 나면 신데렐라가 될 것 같은 환상을 퍼뜨리는 잘못된 광고나 화제성 방송은 지양해야 한다. 병이 중할수록 오래 치료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형외과 환자들은 단 한 번의 수술로 모든 것을 얻기 원하는 경향이 있다.
성형수술도 다른 수술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의사와 환자가 협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경 섬유종증
유전질환 중에 신경 섬유종증이 있다. 말초 신경을 따라 전신에 말랑말랑한 신경 섬유종이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병이다.
형태에 따라서는 중추신경을 침범하여 신경교종, 수막종 같은 뇌종양이 발견되기도 한다.
특징적으로는 몸 전체에 크기도 커지고 수도 늘어나는 피부 종양이 뒤덮이는데 나중에는 얼굴에도 퍼져 얼굴만 봐도 환자의 병을 진단할 수 있다.
신경 섬유종증은 유전질환이기 때문에 종양을 제거해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새로운 신경 섬유종이 계속 생긴다. 내부 장기에 생기는 경우에는 큰 수술이 필요하지만 피부에 오돌토돌하게 나는 경우는 정기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다발적으로 발생한다는 얘기는 10개에서 20개 정도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을 다 뒤덮을 정도로 발생하는 것이다. 온몸에 수백 개의 피부 종양이 나는 환자들도 있다. 잘라내고 꿰매는 작업을 반복하지만 수가 많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번에 다 제거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눈에 띄고 큰 것들만 우선적으로 제거한다. 교수님과 레지던트 인력이 되는 대로 달라붙어서 제거를 하는데 3시간 정도 부지런히 하면 200개 정도의 신경 섬유종을 떼어낼 수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징그럽다고 할 수 있지만 환자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단순하지만 중요한 치료이다.
수술을 마치고 난 후 실밥을 뽑을 때면 한 번의 고비가 더 찾아온다.
수술실에서는 비는 일손을 짬을 내어 빌릴 수 있다. 하지만 외래에서는 혼자 실밥을 제거해야 한다. 200개가 넘는 상처의 실밥을 제거하고 테 이핑을 하면 부지런히 해도 1시간이 걸린다. 1시간 동안 한 명의 환자에게 잡혀 있으면 기다리는 환자들의 불만이 폭주한다.
그럴 때는 미리 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진료 시작 전이나 마지막 진료 시간으로 옮긴다.
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몇 명의 의사가 달려들어도 몇 만 원 되지 않는 수술비이지만 환자가 만족하는 편이어서 수술이 끝나면 좀 더 많이 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환자들은 말한다.
"어차피 몇 년 지나면 또 많이 생기니까, 그때 제거하면 돼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방송사에서 경제적 후원을 받아 환자의 치료를 촬영하는 경우가 있다.
성형외과의 경우 '당신의 얼굴을 찾아드립니다'와 같은 구성으로 환자가 찾아온다. 한번은 오른쪽 뺨부터 턱까지 광범위하게 위치한 모세혈 관기형 때문에 40대 아주머니가 온 적이 있었다.
그 환자는 방송 특성 때문인지, 오래 걸리는 레이저 치료 대신 드라마틱한 한 번의 수술을 원했다.
하지만 환자는 눈꺼풀과 코, 입술까지 광범위하게 위치했기 때문에 한 번의 수술로 정상적인 모습을 얻기 힘들었다.
방송사 PD와 환자까지 모인 자리에서 치료 계획에 대해 교수님들과 이야기를 했다. 모세혈관기형이 있는 뺨의 피부를 제거하고 얇게 플랩을 덮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어서 입술과 눈에는 피부이식도 개별적으로 필요하다는 말과 한 번의 수술로 끝나기는 어렵고 세부적인 윤곽을 다듬는 2차 수술과 레이저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환자나 방송사 PD 모두 아쉬워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길 수 있을 화제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6 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환자 역시 방송사에서 너무 헛된 기대를 주었던지 실망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결혼조차 못한 사연이 안타까웠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성형수술은 만능이 아니다. 수술을 하고 나면 신데렐라가 될 것 같은 환상을 퍼뜨리는 잘못된 광고나 화제성 방송은 지양해야 한다. 병이 중할수록 오래 치료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형외과 환자들은 단 한 번의 수술로 모든 것을 얻기 원하는 경향이 있다.
성형수술도 다른 수술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의사와 환자가 협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경 섬유종증
유전질환 중에 신경 섬유종증이 있다. 말초 신경을 따라 전신에 말랑말랑한 신경 섬유종이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병이다.
형태에 따라서는 중추신경을 침범하여 신경교종, 수막종 같은 뇌종양이 발견되기도 한다.
특징적으로는 몸 전체에 크기도 커지고 수도 늘어나는 피부 종양이 뒤덮이는데 나중에는 얼굴에도 퍼져 얼굴만 봐도 환자의 병을 진단할 수 있다.
신경 섬유종증은 유전질환이기 때문에 종양을 제거해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새로운 신경 섬유종이 계속 생긴다. 내부 장기에 생기는 경우에는 큰 수술이 필요하지만 피부에 오돌토돌하게 나는 경우는 정기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다발적으로 발생한다는 얘기는 10개에서 20개 정도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을 다 뒤덮을 정도로 발생하는 것이다. 온몸에 수백 개의 피부 종양이 나는 환자들도 있다. 잘라내고 꿰매는 작업을 반복하지만 수가 많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번에 다 제거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눈에 띄고 큰 것들만 우선적으로 제거한다. 교수님과 레지던트 인력이 되는 대로 달라붙어서 제거를 하는데 3시간 정도 부지런히 하면 200개 정도의 신경 섬유종을 떼어낼 수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징그럽다고 할 수 있지만 환자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단순하지만 중요한 치료이다.
수술을 마치고 난 후 실밥을 뽑을 때면 한 번의 고비가 더 찾아온다.
수술실에서는 비는 일손을 짬을 내어 빌릴 수 있다. 하지만 외래에서는 혼자 실밥을 제거해야 한다. 200개가 넘는 상처의 실밥을 제거하고 테 이핑을 하면 부지런히 해도 1시간이 걸린다. 1시간 동안 한 명의 환자에게 잡혀 있으면 기다리는 환자들의 불만이 폭주한다.
그럴 때는 미리 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진료 시작 전이나 마지막 진료 시간으로 옮긴다.
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몇 명의 의사가 달려들어도 몇 만 원 되지 않는 수술비이지만 환자가 만족하는 편이어서 수술이 끝나면 좀 더 많이 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환자들은 말한다.
"어차피 몇 년 지나면 또 많이 생기니까, 그때 제거하면 돼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