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까지 구속 심하다" 역대급 분노 표출하는 의료계

발행날짜: 2018-10-29 06:00:59
  • 의사협회, 역대급 규모 전국의사궐기대회 개최 자신

"담벼락을 걸으면서 수술한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됐다. 당장 지금부터 방어진료를 준비 중이다."

"소위 바이탈과에 속하는 내과, 흉부외과 등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과목을 지원하는 의사는 사라지고 기존의 의사도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선의종 부장판사가 가정의학과 전공의 1년차를 포함해 총 3명의 의사를 오진으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법정구속한 사건은 불에 기름을 부은듯 빠르고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의사협회가 예고한 11월 11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는 개원의 이외에도 전공의, 의대교수까지 나서 "이번 사안은 심각하다. 집회에 참여할 생각"이라며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 여론에 '의사는 오진해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는 의미인 것인가'라는 오해가 없도록 사건의 진위를 제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미 뜨겁게 달아오른 의료계 분노를 식히기는 어려워보인다.

평소 수술일정에 바쁜 흉부외과 의사들마저도 이번만큼은 동조하는 분위기다.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오태윤 이사장은 "이번만큼은 외과계 교수들도 거리로 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제 매우 안전한 수술 이외에는 중단하자는 성명서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이번 판례는 향후 수술 이후 의료사고 분쟁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 나부터 참여할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내과학회 엄중식 수련이사는 "이미 앞서 민사소소을 통해 진위여부가 가렸을텐데 구속수사는 너무 심했다"며 "지난 2013년도 사건으로 증거인멸의 가능성이나 도주의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법정구속까지 했어야하는지 의문이다. 다분히 감정적인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식이면 환자 생명을 다루는 전문과목은 할 수가 없다"며 사건이 가져올 파장을 우려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지난 2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논의를 거친 후 28일 각 수련병원 대표를 통해 내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후 공식 입장을 낼 것"이라며 "생명과 직결한 필수 전문과목 전공의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환자 사망사건에 대해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또 의사입장에서도 그 정도 도리는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형사는 얘기가 다르다"며 "이번 판결은 바이탈과 기피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건에서 법정구속된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가정의학과는 각 학회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가정의학회는 사건 당시 수련을 시작한지 3개월 남짓에 불과했던 전공의 1년차까지 처벌한 것에 강하게 분개하며 "이런 식이면 수련을 할 수가 없다"면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 학회 임원은 지난 26일 전국시도회장단회의에도 참석해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고 행동에 나서는데 적극 공감했다.

이번 전국 총궐기대회는 앞서 실시한 어떠한 집회보다 명분과 당위성이 강하다는게 의협 내부의 판단이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궐기대회 개최여부를 논의하면 일반적으로 반대 여론도 한두명 있기 마련인데 이번만큼은 다른 의견이 없이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궐기대회도 시도회장단에서 강력하게 추진할 것을 제안한 것"이라고 전했다.

의사협회는 최대집 회장은 지난 26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을 항의방문하고 삭발식을 실시한 데 이어 2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일인시위를 시작으로 오는 30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 회장은 1인 시위에서 "최선의 의료행위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로 13만 의사와 의대생까지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궐기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료행위는 고의성 없는 한 형사적 책임에서 면제돼야 한다. 이는 세계의사회의 선언이고 미국의사회의 기본정책"이라며 "의료사고와 같은 과실 문제에서 민사적 배상문제에 대해서는 다툴 수 있지만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원칙상 불가하다"고 거듭 판결에 부당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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