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잠긴 정신과 "고 임세원 교수는 의사이자 치유자"

발행날짜: 2019-01-01 23:13:00
  • 신경정신의학회 애도 성명서 통해 "애통하고 비통하다" 유족에게 위로 전해

"2018년 마지막 날 저녁에 날아온 청천벽력과 같은 비보에 애통하고 비통한 감정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이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1일 발표한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의학과 외래 진료 도중 박모씨(30세)가 휘두른 흉기에 운명을 달리한 고 임세원 교수를 향한 애도 성명서의 첫 구절이다.

신경정신의학회가 전하는 고인은 그의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에서 전하듯 그 자신이 통증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고통을 경험한 의사로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신경정신의학회는 "본인에게는 한없이 엄격하면서 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을 돌보고 치료하고 그들의 회복을 함께 기뻐했던 훌륭한 의사이자 치유자였다"며 그를 기렸다.

또한 고 임세원 교수는 직장정신건강영역의 개척자였고 우리를 대표하는 한국형 표준자살예방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의 개발책임자로서 한국 자살예방을 위해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그의 업적을 전했다.

특히 우울증 환자를 위한 자살예방프로그램을 핵심 역할을 성실하게 맡아왔던 교수로 환자에 대한 애정이 컸던 만큼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학회원들의 정신적인 충격은 상당하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진료현장은 고통과 슬픔을 극복하는 희망의 공간이어야 하지만 재발과 회복의 반복을 일선에서 맞닥뜨려야 하는 치료현장은 결코 안락한 곳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의사에게 안전한 치료환경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환자에겐 지속적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한국의 정신보건의료 제도 하에서 이러한 사고의 위험은 정신과 의사와 치료 팀의 의료진이 감내해야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신경정신의학회는 이 문제와 해결책에 대한 섣부른 논의를 지양하고 완전하고 안전한 치료 시스템 마련을 당부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고 임세원 교수를 잃고 큰 슬픔에 잠겨있을 유족과 동료들과 고통을 함께 하고자한다"며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고 별도의 추모과정을 통해 고인의 뜻을 애도하고 기억하는데 마땅한 일을 하겠다"고 전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끝으로 고인이 사망하기 보름 전 자신의 SNS계정에 올린 글을 인용하며 그의 명복을 빌었다.

다음은 고인이 SNS계정에 올린 글이다.

얼마 전 응급실에서 본 환자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신 선생님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긴박감과 피냄새의 생생함 그리고 참혹함이 주된 느낌이였으나 사실 참혹함이라면 정신과도 만만치 않다.

각자 다른 이유로 자신의 삶의 가장 힘겨운 밑바닥에 처한 사람들이 한가득 입원해 있는 곳이 정신과 입원실이다. 고통은 주관적 경험이기에 모두가 가장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보다 객관적 상황에 처해 있는 관찰자 입장에서는 그중에서도 정말 너무 너무 어려운, 그 분의 삶의 경험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혹함이 느껴지는, 도저히 사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는 도대체 왜 이 분이 다른 의사들도 많은데 하필 내게 오셨는지 원망스러워지기 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일이다'라고 스스로 되뇌이면서 그 분들과 힘겨운 치유의 여정을 함께 한다. 이렇게 유달리 기억에 남는 환자들은 퇴원하실때 내게 편지를 전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20년 동안 받은 편지들을 꼬박꼬박 모아 놓은 작은 상자가 어느 새 가득 찼다.

그 분들은 내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하시고 나또한 그 분들에게서 삶을 다시 배운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의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전수되어 더 많은 환자들의 삶을 돕게 될 것이다. 모두 부디 잘 지내시길 기원한다.

이번 주말엔 조금 더 큰, 좀 더 예쁜 상자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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