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공급가격·단가보고’ 대폭 수정 불가피?

정희석
발행날짜: 2019-01-16 20:03:39
  • 규제개혁위, 제조·수입사 최초 가격보고 삭제 등 개선권고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의료기기통합정보시스템 공급내역 항목 중 ‘공급가격·단가’ 보고에 대해 크게 반발해왔던 의료기기업계 목소리를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규제개혁위는 지난 12월 28일 식약처가 상정한 ‘의료기기법 시행규칙 개정안’ 심의를 통해 당초 업계가 요구해온 제도수정안을 반영한 개선권고를 의결했다.

개선권고 핵심사항은 두 가지.

의료기기제조·수입업자가 요양급여 대상 치료재료를 판매·임대업자에게 공급한 경우 ‘최초 공급금액 및 단가’ 보고를 제외토록 한 것.

이와 함께 복지부장관 요청 시 식약처장이 의료기기판매·임대업자에게 요양급여 대상 치료재료 공급금액·단가를 포함해 공급내역 보고 요구를 할 수 있는 ‘중간 가격보고’ 규정을 삭제토록 의결했다.

이러한 개선권고는 앞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등 의료기기단체들이 법적대응까지 불사하겠다며 요구해온 수정안과 내용이 일치한다.

앞서 업계는 의료기기제조·수입업자가 판매·임대업자에게 요양급여 대상 치료재료를 공급하는 경우에도 공급금액·단가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단서문구’를 추가하는 한편 의료기관에 최종 공급하는 의료기기판매·임대업자만이 공급가격·단가를 기재토록 하는 제도개선을 요청했다.

규제개혁위 개선권고에 대해 업계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의료기기 유통 투명화를 이유로 기업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공급가격·단가 보고를 통해 치료재료 가격인하를 위한 실거래가·원가조사에 활용하고자 한다는 우려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시각이 없는 건 아니다.

의료기기제조·수입·판매·임대 등 각 주체별 공급가격·단가보고는 의료기기 유통 투명화를 실현하는 시대적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규제개혁위가 업계 주장 대부분을 수용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규제개혁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공급가격·단가보고와 관련해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회의록에서 공급가격·단가보고 찬성 측 공급업체는 “공급내역 보고를 통해 의료기기 유통시장이 투명화·선진화돼야 의료기기산업 발전 및 국가경쟁력 향상이 가능하며, 요양급여 적정가격 산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덧붙여 “국내 의료기기시장은 다소 후진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해외 선진 의료기기가 국내시장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시장 선진화가 우선돼야하며, 병원이 일방적으로 납품가격을 낮게 공급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납품가 보고가 필요하다”며 공급가격·단가보고 필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치료재료는 특성상 의사가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업체들이 의사들과의 관계를 통한 영업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관행은 변화될 필요가 있고 공급가격 보고가 그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역시 공급가격·단가보고 필요성을 역설했다.

복지부는 “정부는 가격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유통단계 가격관리만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의료기기 안전성 담보를 위해서는 의료기기산업구조 투명성이 확보돼야한다”며 당위성을 주장했다.

또 “의약품의 경우 불공정 거래 및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가격보고 제도를 도입한 결과 유통구조가 투명해졌으며, 정부는 이를 제약산업 성장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며 “의료기기 역시 불공정 거래 및 리베이트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투명성이 확보돼야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공정거래·리베이트 근절 등 의료기기 유통 투명화를 내세워 공급가격·단가보고를 찬성한 측과 달리 업계는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가격보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탁상행정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업계는 “의료기기는 치료재료 상한가 제도를 통해 이미 1차적으로 정부의 가격 제한을 받고 있으며, 실거래가 조사제도도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 제도로 충분히 가격조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급가격 조사로 리베이트가 근절될 수 있으면 찬성하겠으나 이미 리베이트 쌍벌제 및 보건의료인에 대한 경제적 이익제공에 대한 지출보고 내역을 복지부에 제출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의료기기 리베이트가 언론에서 크게 이슈화된 적은 없다고 보는데 미미한 가능성 때문에 공급가격 전체를 보고하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업계는 공급가격·단가보고를 반대하는 이유로 정부의 치료재료 가격 인하 가능성을 꼽았다.

심평원이 가격정보를 어디에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해 공급가격 보고를 반대하는지 묻는 질문에 업계는 “치료재료 가격 하향조정에 활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덧붙여 “정부는 치료재료 가격을 인상한 적이 없으며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하해왔다”며 “업계는 심평원이 조정한 급여 상한금액에 맞춰 유통가격을 낮추는 치킨게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심평원은 치료재료 가격 산정을 위해 엄청난 자료를 받고 있으며, 3년마다 가격을 재산정하기도 한다”며 “치료재료 가격 산정 적정성 확인을 위해 이러한 (공급가격·단가보고) 제도를 또 신설하는 것은 심평원의 가격산정 체계 신뢰성 부재를 자인하는 것”덧붙였다.

규제개혁위 민간위원들은 복지부 식약처 심평원을 비롯해 의료기기업체·의료기기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공급가격·단가보고 찬반 의견을 토대로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이 결과 의료기기산업의 영세한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제조업자의 최고 공급가격까지 보고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는 만큼 최초 공급가격 보고는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공급가격·단가보고는 리베이트 단속 수단과 건보재정 건전화 목적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며, 산업구조 악영향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규제 적정성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따라서 공급가격 보고에 따른 당초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시범사업 우선 실시 후 그 결과를 규제개혁위에 보고하고, 결과 확인 후 시행을 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이를 통해 의료기기제조·수입업자가 요양급여 대상 치료재료를 판매·임대업자에게 공급한 경우 보고 대상에서 ‘공급금액 및 단가’ 항목을 제외하고, 복지부장관 요청 시 식약처장이 중간 유통업자에게 공급금액·단가를 포함해 공급내역 보고를 할 수 있게 한 규정 삭제를 개선권고로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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