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의무기록 도입 출발점은 전공의 업무 공백"

발행날짜: 2019-02-12 05:30:43
  • 동탄성심병원 신동우 교수 실시간 진료기록 작성 시스템 필요성 강조
    사투리 등 의사 개개인 특성 반영한 AI로 의료질 향상 노력

"시스템 개발의 출발점은 변화하고 있는 의료계 환경이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이 국내 병원 중에서는 최초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진료·수술 의무기록 작성시간 단축에 나섰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장차 병원 전체 의료진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그렇다면 동탄성심병원은 왜 AI를 활용해 진료·수술기록 작성시간 단축에 나선 것일까.

도입을 추진한 동탄성심병원 신동우 교수(외과·사진)는 최근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자리에서 전공의 주당 80시간으로 대표되는 의사 근무환경 변화가 그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우 교수는 "전공의특별법으로 의사의 근무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갈 수밖에 없다"며 "지방병원서는 교수가 당직을 서고 서울 대형병원은 펠로우가 당직을 서고 있다. 간단히 말해 교수가 당직서고 혼자 오더를 내리며 일하는 상황이 AI 개발의 주된 이유 중에 하나"라고 꼽았다.

이와 동시에 신 교수는 병원평가로 시작된 의료기관 인증의 물결이 이를 가속화 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JCI로 대표되는 의료기관 인증이 중요시되고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적시성"이라며 "환자의 경과가 바로 기록돼야 하는 점이 강조된 것이다. 결국 이를 지키지 않으면 오더를 내리지 못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고민에서 AI를 도입한 진료·수술기록 작성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며 "전공의들과의 회진도 마찬가지다. 회진 시 환자와 전공의의 대화 자체가 경과기록이다.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에 더해 나머지 교수들의 업무도 과중해지는 시점에서 이를 바로 저장하는 시스템이 절실했다"고 AI 도입의 이유를 강조했다.

상반기 의료진 20명까지 확대 "불편하지만 가야할 방향"

하지만 신 교수는 AI 도입을 두고 현재 상태론 '불편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신동우 교수가 의무기록 자동저장 시스템을 직접 시연하고 있다.
앞서 동탄성심병원은 신 교수를 중심으로 지난 4개월간 준비과정을 거쳐 AI 활용 대상으로 3개 진료과, 6명 의료진을 선정했다. 1만2000개 문장을 녹음해 AI 시스템에 학습 시켰다. 한 달간 사용한 결과 음성 인식률이 90%를 기록했다.

실시간으로 음성언어를 인지해 의무기록을 작성함에 따라 기존 대비 작성시간이 3~4분의 1로 단축됐다. 특히 일반적인 언어에 더해 한글과 영어가 섞여 있는 의료용어를 개인 특성에 맞춰 AI가 인식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신 교수는 "의료진 개인마다 세분화된 발음과 사투리를 AI가 인식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의료진이 개별적으로 AI 러닝을 시켜줘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다"며 "현재 90% 이상의 일치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환자 경과기록 저장으로 활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해서도 쉽지 않은 문제가 존재한다"며 "의료진마다 자신의 스마트폰에 저장한 앱을 활용해 서버에 즉시 경과기록이 저장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현재는 매일 허락된 시간에만 서버에 저장되는 시스템인데 솔직히 원하는 시스템은 수술이나 회진 시마다 바로 서버에 저장되는 시스템을 원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신 교수는 불편한 점을 개선해서라도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자신했다.

이미 동탄성심병원은 6명으로 시작한 대상 의료진을 올해 상반기 내 20명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신 교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서 외과 전공의 1년차가 퇴근 전 환자의 경과기록을 리뷰할 때 확실시 시간도 절약되고 만족도가 높다고 말한다"며 "제대로 자리 잡지는 않았지만 AI 도입의 효과는 확실히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상반기 내에 정형외과와 이비인후과 등까지 최대 20명의 의료진에까지 확대할 예정"이라며 "불편하지만 의료진의 편의성 측면에서 분명히 가야 할 방향이다. 의료 질 향상 차원에서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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