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내세운 '의과대학 통합 6년제' 기대와 우려는?

황병우
발행날짜: 2019-06-10 05:46:58
  • 이영한 회장 "커리큘럼 적절하게 분배되면 개인역량과 교육질 올라갈 것"
    한희철 이사장 "의사 생활 전체 보는 의학교육 통합기구 필요성 역설


현재 의학계가 의대교육 변화의 핵심은 기존 의예과 2년+의학과 4년 학제를 6년제로 통합하는 것이다. 1920년 경성제국대학에서 예과(2년)+의학부(4년) 교육과정을 편성한 이래 지난 100여 년 동안 유지한 학제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AMC)는 2018년 전문위원 논의를 거쳐 올해 2월 KAMC 산하에 학제개편 TF를 구성했으며, 지난 3월 26개 의과대학 학장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실시해 학제 개편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

메디칼타임즈가 그 중심에 있는 한국의학교육학회 이영한 회장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한희철 이사장을 만나 미래 의대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의과대학 통합 6년제를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이영한 회장
한희철 이사장 :모두가 알다시피 현재는 커리큘럼이 의예과 2년과 본과 4년으로 구성돼 있다. 의예과 때는 거의 공부를 못하고 본과 1학년에 상당히 많은 기초과목이 집중돼서 의대생들은 지옥과 같은 1년의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몰려있는 것을 펼쳐서 학교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6년제의 추진이다.

이영한 회장 : 동일한 생각이다. 현재 의과대학은 본과 1학년과 2학년에 대부분의 기초의학 공부를 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배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몰려있는 기초의학 과목을 6년으로 펼쳐놓으면 얼마든지 새로운 커리큘럼의 편성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한희철 이사장 : 결국 예과, 본과가 분리돼있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도 의학교육이 몰리게 되고 이에 대한 번아웃도 생긴다. 일례로 홍콩대학은 모자이크패턴으로 임상이 펼쳐져 있는데 이것이 훨씬 이상적이다 생각한다. 현 의대교육은 장벽에 막혀있고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영한 회장 : 통합 6년제의 논의는 현장이 겪고 있는 의대교육의 한계도 개선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은 의대생들이 다음 학년으로 진학하는 것에만 모든 게 집중돼 있다. 즉,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것에는 관심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커리큘럼이 적절하게 분배된다면 학생 개인의 역량과 국내 의학의 질 또한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한희철 이사장 : 이미 6년제 논의는 KAMC에서 대부분 학장이 오케이를 한 상황이다. 이전에는 행정적으로 예과가 이과대학 속해있어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의과대학 소속으로 의견을 모으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졌다. 물론 각 대학의 본부대학의 반대가 있을 수도 있지만 교육부가 큰 반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Q. 미래 의대교육으로 '창의'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통합 6년제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영한 회장 : 창의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아주 독특한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지식과 정보의 양이 충만한 상황에서 창의는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새롭게 창조하는 것은 예술과 문학이다. 그래서 의료필드에서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느끼는 것인데 기존의 수많은 지식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해석하는 게 창의라고 생각한다.

한희철 이사장 : 창의가 왜 의학교육에 필요한지를 고민한다면 아직 의학에 있어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임상에선 치료하지 못한 질병에 대해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하는 것이 전부다. 그런 것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이제 쉬운 것은 AI가 해내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의대는 좀 더 창의적인 의사를 길러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영한 회장 : 지금까지 의사 일변도로 봤던 시각을 사회적인시각에서, 환자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이미 창의고 그것을 길러주는 것이 미래 의대교육의 역할이다.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의 여부를 판단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의대생들은 역량을 가지고 있는 인재들이고 의대는 단지 이를 자극해주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다.

Q. 당사자인 의대생들은 현 커리큘럼에서 창의를 외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희철 이사장
이영한 회장 : 커리큘럼에 한정지어서 창의를 고민한다면 그것은 맞는 말이다. 이미 정해진 교과목 시간표 속에서 새로운 시도와 사고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커리큘럼뿐만 아니라 비교과 과정이라든지 다른 활동을 통해서 충분히 강화될 수 있다고 본다.

한희철 이사장 : 그런 의미에서 6년제가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의사로서의 공부는 의대생 6년이 끝이 아니라 그 이후에 의사라고 계속 공부를 하게 되기 때문에 어떻게 이를 하나로 연결할 것인가의 고민이 동반되는 것이다.

이영한 회장 : 절대로 이런 논의가 의대생들에게 더 부담을 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미 가진 역량을 발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등을 통해 도움을 주는 것이 의학교육의 역할이다.


Q. 각 의대의 최대현안 중 하나는 새로운 의학교육 평가인증인 ASK2019다. 바뀐 인증에 대한 부담이 커 보인다

ASK2019는 2012년도부터 적용해 온 Post-2주기 평가인증기준에서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의 기본의학교육 글로벌 스탠다드를 기반으로 한국의 의학교육 상황을 고려해 마련한 평가인증기준이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실시하는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받지 못하게 되면 그해 졸업생은 국가고시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새롭게 바뀌는 평가인증이 각 의과대학으로써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

한희철 이사장 : 평가를 눈앞에 둔 의대들이 ASK2019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서남의대가 폐교되면서 의평원의 존재가치가 커졌고 각 대학이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면서도 새로운 평가를 걱정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의대교육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야될 길이라고 본다.

이영한 회장 : 언제나 평가라는 것은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외부적인 자극은 어떤 부분에서는 반드시 필요하고 이런 것들이 핑계가 되고 업그레이드할 찬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통과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소통을 하고 반대로 이를 통과하기 위해 대학, 의대, 병원 더 나아가선 정부와 코웍(cowork)을 하는 긍정적인 생산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KAMC는 피평가기관이고 의평원은 평가기관이기 때문에 학회는 둘 사이의 중간자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른 차원의 포지션을 고민하고 있다.

한희철 이사장 : 결국 의료계 내에서 의학교육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구성체로서 기능을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보고서를 보면 2000년대 초반부터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현이 안 되고 있다.

이영한 회장 : 새로운 기구 등을 통해 통합기능을 가진 구성체가 의학교육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떤 구조가 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학회에서도 돕고 싶다.

한희철 이사장 : 그런 실천을 일단 서둘러서 가보자고 하는 것이다. 일단 이번 가을에 의학회 등과 함께하는 학술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런 논의가 매년 진행되면 자리를 잡을 것이고 어떤 형태로 조직을 재구성을 할지는 추후 당사자들이 논의를 하게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적어도 학술의학을 하는 팀을 서로 논의하고 필요하면 돕는 의대생부터 전공의, 그 이후까지의 교육을 하나로 바라보는 게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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