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스스로 일어나다 낙상 병원 책임 물을 수 없다"

발행날짜: 2019-07-04 11:35:04
  • 서울중앙지법, 연대 책임 주장한 손보사 주장 모두 기각
    "주의의무 분명히 있지만 환자 모든 행동 관찰 불가능"

요양병원에서 환자가 스스로 일어나서 행동하다 낙상사고를 입었다면 간병인이나 병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료인과 간병인 모두 주의의무를 가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환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돌봐야 하는 책임까지는 없다는 결론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요양병원에서 일어난 낙상사고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준 화재보험사가 병원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며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4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4년 A손해보험사와 B의료재단 요양병원이 영업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뒤 잇따라 낙상사고가 일어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고혈압으로 입원해 있던 환자가 2014년 8월 낙상으로 뇌진탕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고 같은해 12월 치매로 입원한 환자도 낙상으로 대퇴부 골절상을 입었다.

또한 이듬해인 2015년에는 또 한명의 환자가 낙상으로 대퇴부 골절상을 입은 뒤 수술 부위 감염으로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이에 따라 손보사는 이들 세명에게 5700여만원의 치료비와 위자료 등을 지급한 뒤 병원의 부주의에 대한 책임도 있다며 구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

간병인이 낙상 사고를 막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고 병원 또한 이를 고용한 사용자 책임에 의해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가입한 보험인 만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간병인이나 병원에 책임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간병인은 환자를 수시로 관찰하고 모든 생활 영역에서 안전하게 돌봐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것은 인정된다"며 "하지만 이러한 의무가 모든 환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빠짐없이 관찰해야 한다고 정의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낙상사고로 피해를 입은 환자들이 간병인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서 행동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간병인이 그가 스스로 거동하는 것을 관찰하고 보호해야할 의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또한 병상의 사이드레일 등을 상시적으로 점검하며 이를 올려놨어야 한다는 보험사의 주장도 모두 기각됐다.

재판부는 "보험사는 침상의 사이드레일을 올려두고 상시적으로 점검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증거들을 보면 사이드레일을 올려놓지 않았다는 정황이 부족하고 이를 올려뒀다고 해서 사고가 방시됐다고 볼 증거도 없다"며 "낙상 사고는 환자들이 간병인 호출 방법을 모르거나 꺼려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행동하다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관련 근거들을 종합해봐도 간병인이나 병원이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책임을 묻기는 근거가 없다"며 보험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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