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종' 잡는다고 의료전달체계 잡히나

발행날짜: 2019-09-16 05:30:50
  • 의료경제팀 이지현 기자

상급종합병원이 발칵 뒤집혔다. 정부가 대형 대학병원으로 환자 쏠림현상을 개선하겠다며 내놓은 의료전달체계 대책 상당수가 상급종합병원에 커다란 숙제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이어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에서도 마찬가지다. 2021년, 상급종합병원에 지정 받으려면 중증입원환자는 44%, 경증외래환자는 4.5%라는 목표점을 향해 병원간 치열한 경쟁을 해야한다.

아니나 다를까, 상급종합병원들은 정부가 제시한 목표점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중증환자 확대가 어렵다고 판단한 병원에서는 일찌감치 경증환자를 줄여서 중증환자 비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심지어 환자의 실제 질환보다 중증인 질병코드를 매겨 임의로 중증도를 높이는 업코드 처방까지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다간 몇년후 한국에는 모두 중증환자만 넘쳐난다는 질병통계가 발표될 판이라는 자조섞인 농담이 나돈다.

병원들의 행보는 충분히 이해된다. 당장 상급종합병원에 탈락하면 경영상 직격탄을 맞으니 필사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처럼 상급종합병원만 채찍질 한다고 지금의 문제가 해결될까.

사실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 선호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요즘 환자들은 영리하다. 그들이 상급종합병원 특히 빅5병원으로 몰리는 것은 수년간 경험을 통해 쌓아온 불신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동네병의원에서 진료받았는데 오진이었다" "간단한 시술이었는데 부작용이 생겼다" "가까워서 찾았는데 위생관리가 안되있더라" 등등 주변인들이 건네는 1,2차 병원의 진료 경험담(?)이 쌓이고 쌓여 대형 대학병원 쏠림현상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1,2차 의료기관을 깎아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한국은 스펙 좋은 전문의들을 동네병의원에서 만날 수 있는 전 세계 몇 안되는 국가로 3차 몫지 않은 의료시스템과 높은 의료질을 제공하는 1,2차병원이 꽤 있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일부 의료기관을 질을 끌어올리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의료전달체계 개선책에는 1,2차 병원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제도는 비어있다. 달랑 '지역우수병원'이라는 간판 하나로는 동기부여가 될 수 없지 않겠나. 우수한 동네병의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의료제도가 절실하다.

환자는 자신의 생명을 맡기는 입장에서 필사적이다. 막연히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안받으면 1,2차로 퍼져나갈 것이라는 생각은 편법만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 그들이 먼저 찾을 수 있는 동네병의원을 만드는 것이 의료전달체계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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