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1800곳 상종은 2%..간호수가 차지율은 50%

이창진
발행날짜: 2019-10-14 05:45:57
  • 분석올해 1분기 중소병원 60% 간호 미신고 "대형 쏠림 어차피 감산"
    병상 축소·은행 대출 등 경영 악순환 "150번 대기 간호사도 감지덕지"

전국 병원 1820곳의 2%에 해당하는 상급종합병원 42곳이 간호등급제(간호관리료 차등제) 수가의 50%를 차지하는 현상이 정상일까.

보건당국은 간호인력난 개선 차원에서 중소병원을 의식한 다양한 제도를 내놨지만 미신고로 사실상 간호등급을 포기하는 지역 병원들의 불안감을 치유하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14일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의 최근 3년(2017년~2019년 6월말) 간호등급제 병원 종별 평가현황' 분석결과, 2019년 1분기 간호등급 합산액 1695억 1200만원 중 상급종합병원이 786억 1400만원으로 46.4%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 1800곳 병원의 간호등급 수가의 50% 가까이 상급종합병원 42곳이 차지했다.
이어 종합병원은 715억 4800만원(42.2%)과 병원 193억 5000만원(11.4%) 등으로 집계됐다.

간호등급제는 1999년 입원환자 의료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이다. 병상 당 간호인력 수에 따라 7등급으로 구분해 5등급 이상은 간호관리료 10~70% 가산을, 6등급은 0%, 7등급은 5% 감산을 적용한다.

간호등급제는 중소병원들의 상실감을 넘어 절망감을 유발하는 가장 큰 적폐로 평가받고 있다.

대학병원을 제외하고 지역 중소병원들의 간호사 채용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도권 중심으로 대학병원의 몸집 불리기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그리고 대도시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사고 등으로 간호사들의 대형병원 이동은 당연한 현상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2019년 1분기와 2분기 병원 종별 간호등급 현황.
2019년 1분기 간호등급제 병원 종별 현황을 살펴보면, 지역 간호인력난의 심각성을 반추할 수 있다.

1분기 상급종합병원 42곳 중 1등급 8곳, 2등급 32곳, 3등급 2곳 등 모두 가산에 해당하는 등급을 차지했다.

2분기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1등급 9곳, 2등급 33곳으로 42곳 모두 1~2등급으로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다시 말해, 상급종합병원은 간호사 인력을 충분히 고용해 병상 당 기준을 높은 등급에서 맞추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중소병원은 어떨까.

2019년 1분기 간호등급 수가 가산에 해당하는 1~5등급은 374곳이고 수가 감산인 6~7등급은 276곳 그리고 미신고로 자동 감산이 820곳으로 분석됐다.

2018년 병원 종별 간호등급 현황.
전체 1470곳 중소병원 중 75% 해당하는 1096곳이 간호사 기준 미달로 수가 패널티를 받고 있다.

중소병원은 2019년 2분기도 유사한 상태를 보였다.

참고로 대학병원이 많은 수를 이루는 종합병원의 경우, 2019년 1분기보다 2분기 6~7등급과 미신고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중소병원의 경우, 2018년 1분기 미신고 933곳과 비교하면 2019년 1분기 미신고 820곳은 크게 감소된 게 사실이다.

문제는 지역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남의 나라 얘기라는 점이다.

지역 병원장들 사이에서는 간호사 신입 초봉이 4천 만원을 이미 넘어섰지만 간호사 채용 어려움은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8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의결에 입각해 간호등급제를 현 병상 수에서 입원환자 수로 개선하고, 미신고 병원의 수가 감산도 현 5%에서 10%로 강화한 고시안을 개정 발령했다.

복지부는 지난 5월 건정심에 간호등급 수가 개선 방안을 상정했다.
또한 간호등급제 개선으로 간호등급 상향된 병원은 추가 수익금 70%이상을 간호사 처우개선에 사용하는 간호사 처우개선 가이드라인도 공지했다.

호남지역 중소병원 A이사장은 "병상 수에서 입원환자 수로 개선되며 조금 나아지나 싶었지만 대병병원 병상 몸집 불리기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의료 질 평가 간호인력 추가 등으로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일보험 체계에서 강자만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으로 의료 생태계를 몰아가고 있다. 동료 병원장을 만나보면 모두 한숨만 쉬고 있다. 야간 수당을 합쳐 간호사 초봉이 4000만원 넘어섰지만 대학병원 이동이 지속되면서 병상 축소와 은행 대출 이자 등 언제 병원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고 허탈감을 표했다.

A이사장은 "간호등급 미신고 병원에 감산 패널티를 강화해도 달라진 게 없다. 복지부는 현황조사 차원이라지만 간호사 부족으로 감산 당하는 병원 입장에선 어차피 마찬가지"라고 전하고 "복지부가 국회와 간호협회 눈치를 봐가며 언제까지 간호인력 폭탄 돌리기를 할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충청권 중소병원 B병원장은 "간호사 부족으로 200병상에서 현재 160병상까지 축소했으며, 조만간 더 축소해야 할 것 같다"면서 "지역 대학병원 150번 대기 간호사라도 와준다면 감지덕지다. 환자와 병원을 위해 간호사를 365일 연중무휴 채용해도 안 온다. 응급구조사와 간호조무사 등 현실적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병원도 할 말이 많다.

복지부의 간호간병서비스와 간호협회 눈치보기 등으로 대형병원 간호인력 쏠림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간호등급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늗 당근과 채찍으로 간호사 인력 확충은 불가피하다는 해명이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간호등급제 가산액 대부분이 간호사 신규 채용에 사용된다. 일자리 확충 차원에서 대형병원을 압박하는 정책이 지속되는 이상 의료계 내부의 공공의 적이 되면서도 이를 거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2019년 1분기 간호등급 수가 지급액을 종별 병원 1곳으로 환산하면, 상급종합병원은 18억 7176만원을, 종합병원은 2억 2932만원을 그리고 병원은 1316만원을 각각 받았다.

간호등급 수가 지급액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약 9배, 종합병원과 병원은 약 20배, 상급종합병원과 병원은 100배 이상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게 2019년 의료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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