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디지털 병리 솔루션 'INFINITT DPS' 선제적 도입
병리 '진단·관리·저장' 디지털화…환자 불편 해소·정확한 진단 실현
“올해 병리과 전공의 지원자가 단 4명에 불과했다. 젊은 의사들에게 병리과는 가난하고 힘든 기피과로 인식되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병리의사가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송상용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교수는 고질적인 수가 문제와 함께 현미경·유리 슬라이드 등 전통적인 진단 수준에 머물고 있는 병리과 현실을 이렇게 진단했다.
30년 가까이 병리의사로 살아온 그는 병리과만이 병원 EMR(Electronic Medical Record·전자의무기록)에서 유일하게 디지털화 되지 않은 고립된 ‘아날로그 섬’에 갇혀 있다고도 했다.
병리과 의사 감소는 병리 진단 지체와 이로 인한 치료·수술이 지연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아날로그 병리업무는 전문의 본인이 내린 진단이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해 다른 병리의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또는 환자가 타 병원으로의 조직·체액·세포 등 검체가 포함된 유리 슬라이드 전달 과정에서 손상되고 분실되는 일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서울병원이 병리과가 처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디지털 병리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료영상솔루션 전문기업 인피니트헬스케어(이하 인피니트)는 삼성서울병원 병리과와 지난달 31일 더케이호텔에서 ‘디지털 병리 솔루션 도입을 통한 병리 진단의 변화’를 주제로 미디어 에듀케이션 세션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병리과 교수들은 디지털 병리 워크플로우를 실현하는 인피니트 ‘INFINITT DPS’(Digital Pathology Solution) 도입 배경과 실제 적용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디지털 병리 워크플로우는 말 그대로 병리과 모든 업무를 ‘디지털화’ 하는 것을 의미한다.
검체가 포함된 유리 슬라이드를 스캐너를 사용해 디지털 영상으로 획득한 후 이를 진단·관리·분석·저장 등 병리업무 전 과정에서 활용 가능한 디지털 병리 솔루션 기반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서울병원은 하드웨어인 디지털 슬라이드 스캐너와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INFINITT DPS를 통해 디지털 병리 워크플로우를 구현했다.
INFINITT DPS는 병리과에 특화된 PACS(Picture Archiving & Communication System·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으로 ▲영상 표준화 ▲영상 통합관리 ▲디지털 판독 ▲시스템 연동 ▲스토리지 운용 기능을 통해 디지털 병리 진단·보관부터 학술·교육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디지털 병리 환경을 구축하는 핵심 기능을 살펴보면, 각각의 스캐너로 획득한 유리 슬라이드 디지털 파일을 의료영상표준(Digital Imaging and Communication in Medicine·DICOM)에 맞춰 영상을 저장하는 영상 표준화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스캐너 종류·저장 방식에 관계없이 모든 영상을 표준화하고 한꺼번에 조회 할 수 있기 때문에 스캐너별 전용 뷰어를 일일이 열어야하는 불편함이 없다.
표준화 과정을 거친 모든 영상은 인터넷 환경에서 시공간 제한 없이 INFINITT DPS에 접속해 조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디지털 병리 영상 및 환자별 체계적인 통합 관리가 가능하다.
PACS 본연의 기능 중 하나인 ‘디지털 판독’ 기능 또한 병리과 진단에 최적화돼있다.
INFINITT DPS는 관심 부위·병변 크기를 자동 측정하고 사용자별 주석 관리가 가능한 ‘병변 자동 측정 및 Annotation 관리’, 고배율 등으로 검토했던 부위를 기록해 누락을 방지하는 ‘History Tracking Map’, 환자 케이스에 속한 여러 슬라이드를 동기화해 한 화면에서 비교해 보여주는 ‘Compare Mode’, 동일한 부위를 다양한 Focal plan으로 표시해 겹치는 부위를 자동 감지하는 ‘Z-Stack View’ 등 병리과에 특화된 판독 모드·기능을 사용해 현미경으로 진단할 때 발생 가능한 오류를 줄여주는 한편 효율적이고 정확한 병리진단을 지원한다.
INFINITT DPS는 또한 EMR·LIS(Laboratory Information System·임상병리정보관리시스템)과 연동돼 환자 슬라이드 영상과 병리 데이터를 실시간 빠르게 검색·확인·공유해 병리과는 물론 다양한 진료과와의 협진이 가능하다.
이러한 디지털 병리 솔루션은 시간이 갈수록 쌓이는 방대한 병리 데이터와 분석 기술이 접목돼 진단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누적된 병리 빅데이터를 학습한 딥러닝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 기술로 세포 수를 세거나 패턴을 감지하는 등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빠르게 처리함으로써 병리과 의사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인력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병리, 진단 정확도·업무효율성 향상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올해 4월 INFINITT DPS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데 이어 7월 EMR 연동을 마쳤으며, 현재 일평균 약 400건에 달하는 디지털 병리 스캔이 이뤄지고 있다.
남보다 앞서 디지털 병리 진단 시대를 열었지만 그 과정이 녹록치는 않았다.
병원 입장에서는 디지털 병리진단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스캐너와 솔루션 비용을 보전하는 별도 수가가 없어 손해가 예상되는 현실에서 선뜻 막대한 돈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송상용 교수는 “디지털 병리 워크플로우 구축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병원 경영진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하지만 디지털 병리 솔루션만이 기존 아날로그 업무에 따른 환자 불편함과 비용부담을 해소하는 한편 정확한 병리진단을 내릴 수 있는 환자 중심 해결책이라고 판단해 도입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INFINITT DPS 도입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조준훈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교수는 ▲진단 ▲보관 ▲학술 ▲교육 측면에서의 적용 사례와 그 효용성을 소개했다.
조 교수는 “디지털 병리 솔루션은 유리 슬라이드와 비교해 거의 유사한 영상 획득과 높은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디지털 병리 영상이 기존 유리 슬라이드를 완전히 대체하기엔 일부 부족하지만 스캐너 성능과 이미지 분석 기법이 발달되면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슬라이드 보관 기능은 특히 그 활용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병리진단 시 이전 슬라이드를 리뷰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INFINITT DPS를 통해 디지털 병리 영상 보관이 용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리뷰 과정이 굉장히 빠르고 편리해졌다”며 “이를 통해 병리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소요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슬라이드 보관 공간과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다”고 장점을 소개했다.
장기택 삼성서울병원 병리과장 역시 “디지털 병리 솔루션 도입 후 슬라이드 보관·대출·반환 등 업무가 대폭 줄었다”며 “매번 유리 슬라이드를 찾을 필요 없이 비슷한 증례나 참고할만한 과거 슬라이드와 소견을 쉽고 빠르게 조회하고 찾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부연했다.
이는 병리과 의사가 리뷰에 필요한 슬라이드를 전화로 병리사에 직접 요청하거나 또는 시스템에 등록해 일정시간이 소요됐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삼성서울병원 EMR ‘다윈’(DARWIN)과 연동된 INFINITT DPS로 기존 디지털 병리 영상을 손쉽게 활용하게 된 결과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월별 슬라이드 대출 요청 일평균 건수는 지난 8월부터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밖에 디지털 병리 솔루션은 집담회·컨퍼런스 등 학술 기능과 전공의 교육에도 활용가치가 높다.
조준훈 교수는 “병리과 뿐만 아니라 타과와의 집담회·컨퍼런스를 위해 슬라이드를 직접 들고 가거나 사진을 찍어 파워포인트로 만들었던 것을 지금은 원내 어디서나 볼 수 있어 업무가 크게 줄었다”며 “특히 다양한 염색 슬라이드를 통해 보다 상세히 병리진단 이유를 설명함으로써 임상의들과의 소통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디지털 병리 최종 목적은 정확한 환자 진단”
디지털 병리진단 포문을 연 삼성서울병원. 하지만 진단·관리·분석·저장 등 병리업무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병원 간 디지털 병리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이 디지털 병리 솔루션을 도입한 이유 중 하나는 환자 때문이었다.
송상용 교수는 “환자가 타 병원으로 갈 때 의무기록을 대부분 디지털화된 CD 등 저장매체로 가져가는 반면 병리과는 오직 유리 슬라이드만 가능하다”며 “병원은 환자로부터 보증금이나 별도 제작비를 받고 유리 슬라이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몸도 아픈 환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또 병원을 왔다갔다해야하는 상황 자체가 짜증나고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며 “디지털 병리는 불필요한 비용과 불편함을 해결하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디지털 병리가 환자 불편함을 해결하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송 교수는 “다른 병원에서는 디지털 병리를 시작하려는 단계”라며 “아직 다른 병원들과 디지털 병리에 대해 어떠한 합의가 이뤄진 게 아니기 때문에 삼성서울병원 환자에게 디지털 파일을 제공해도 다른 병원에선 유리 슬라이드만 진단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현실적 한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병리에 관심 있는 주요 병원들과 먼저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디지털 병리가 환자 불편을 덜어줄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시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병리진단 확대는 결국 급여 신설 여부에 달려있다.
현실적으로 고가의 스캐너나 솔루션 구축비용을 보존하는 수가 없이 디지털 병리진단·판독이 활성화되기란 요원할 따름이다.
장기택 병리과장은 관련해 “병리학회도 보험수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과거 영상의학과의 경우 X-ray 필름을 만들었으나 PACS 도입으로 디지털 파일로 저장해 비용이 절감된다는 점 때문에 PACS 수가 신설이 쉬었던 반면 병리 PACS는 슬라이드를 제작하고 이후 추가적인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비용절감만 놓고 보면 정부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년 전 한 대학병원에서 잘못된 슬라이드로 인해 수술이 잘못된 사례가 있었다”며 “디지털 병리가 환자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 장점 등을 부각해 급여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송상용 교수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디지털 병리의 최종 목적이 인공지능(AI) 판독이 아닌 환자 안전과 정확한 진단에 있다고 방점을 찍었다.
송 교수는 “과거에는 병리 진단이 나갈 때까지 3명의 병리의사가 재검토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상급종합병원조차 1명의 병리과 전문의가 슬라이드를 보고 진단을 하는 것이 지금의 병리과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경험이 적은 의사일수록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고 당연히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안전성 측면에서도 한 명보다는 둘이 낫다”며 “병리진단이 디지털화되면 지금보다 슬라이드를 볼 때 보다 신중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병리 솔루션 기반 공유 플랫폼을 이용해 다양한 병리의사들의 의견을 검토하고 지식을 공유해 정확한 환자 진단을 하는 것이 디지털 병리의 최종 목적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송상용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교수는 고질적인 수가 문제와 함께 현미경·유리 슬라이드 등 전통적인 진단 수준에 머물고 있는 병리과 현실을 이렇게 진단했다.
30년 가까이 병리의사로 살아온 그는 병리과만이 병원 EMR(Electronic Medical Record·전자의무기록)에서 유일하게 디지털화 되지 않은 고립된 ‘아날로그 섬’에 갇혀 있다고도 했다.
병리과 의사 감소는 병리 진단 지체와 이로 인한 치료·수술이 지연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아날로그 병리업무는 전문의 본인이 내린 진단이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해 다른 병리의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또는 환자가 타 병원으로의 조직·체액·세포 등 검체가 포함된 유리 슬라이드 전달 과정에서 손상되고 분실되는 일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서울병원이 병리과가 처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디지털 병리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료영상솔루션 전문기업 인피니트헬스케어(이하 인피니트)는 삼성서울병원 병리과와 지난달 31일 더케이호텔에서 ‘디지털 병리 솔루션 도입을 통한 병리 진단의 변화’를 주제로 미디어 에듀케이션 세션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병리과 교수들은 디지털 병리 워크플로우를 실현하는 인피니트 ‘INFINITT DPS’(Digital Pathology Solution) 도입 배경과 실제 적용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디지털 병리 워크플로우는 말 그대로 병리과 모든 업무를 ‘디지털화’ 하는 것을 의미한다.
검체가 포함된 유리 슬라이드를 스캐너를 사용해 디지털 영상으로 획득한 후 이를 진단·관리·분석·저장 등 병리업무 전 과정에서 활용 가능한 디지털 병리 솔루션 기반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서울병원은 하드웨어인 디지털 슬라이드 스캐너와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INFINITT DPS를 통해 디지털 병리 워크플로우를 구현했다.
INFINITT DPS는 병리과에 특화된 PACS(Picture Archiving & Communication System·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으로 ▲영상 표준화 ▲영상 통합관리 ▲디지털 판독 ▲시스템 연동 ▲스토리지 운용 기능을 통해 디지털 병리 진단·보관부터 학술·교육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디지털 병리 환경을 구축하는 핵심 기능을 살펴보면, 각각의 스캐너로 획득한 유리 슬라이드 디지털 파일을 의료영상표준(Digital Imaging and Communication in Medicine·DICOM)에 맞춰 영상을 저장하는 영상 표준화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스캐너 종류·저장 방식에 관계없이 모든 영상을 표준화하고 한꺼번에 조회 할 수 있기 때문에 스캐너별 전용 뷰어를 일일이 열어야하는 불편함이 없다.
표준화 과정을 거친 모든 영상은 인터넷 환경에서 시공간 제한 없이 INFINITT DPS에 접속해 조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디지털 병리 영상 및 환자별 체계적인 통합 관리가 가능하다.
PACS 본연의 기능 중 하나인 ‘디지털 판독’ 기능 또한 병리과 진단에 최적화돼있다.
INFINITT DPS는 관심 부위·병변 크기를 자동 측정하고 사용자별 주석 관리가 가능한 ‘병변 자동 측정 및 Annotation 관리’, 고배율 등으로 검토했던 부위를 기록해 누락을 방지하는 ‘History Tracking Map’, 환자 케이스에 속한 여러 슬라이드를 동기화해 한 화면에서 비교해 보여주는 ‘Compare Mode’, 동일한 부위를 다양한 Focal plan으로 표시해 겹치는 부위를 자동 감지하는 ‘Z-Stack View’ 등 병리과에 특화된 판독 모드·기능을 사용해 현미경으로 진단할 때 발생 가능한 오류를 줄여주는 한편 효율적이고 정확한 병리진단을 지원한다.
INFINITT DPS는 또한 EMR·LIS(Laboratory Information System·임상병리정보관리시스템)과 연동돼 환자 슬라이드 영상과 병리 데이터를 실시간 빠르게 검색·확인·공유해 병리과는 물론 다양한 진료과와의 협진이 가능하다.
이러한 디지털 병리 솔루션은 시간이 갈수록 쌓이는 방대한 병리 데이터와 분석 기술이 접목돼 진단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누적된 병리 빅데이터를 학습한 딥러닝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 기술로 세포 수를 세거나 패턴을 감지하는 등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빠르게 처리함으로써 병리과 의사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인력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병리, 진단 정확도·업무효율성 향상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올해 4월 INFINITT DPS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데 이어 7월 EMR 연동을 마쳤으며, 현재 일평균 약 400건에 달하는 디지털 병리 스캔이 이뤄지고 있다.
남보다 앞서 디지털 병리 진단 시대를 열었지만 그 과정이 녹록치는 않았다.
병원 입장에서는 디지털 병리진단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스캐너와 솔루션 비용을 보전하는 별도 수가가 없어 손해가 예상되는 현실에서 선뜻 막대한 돈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송상용 교수는 “디지털 병리 워크플로우 구축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병원 경영진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하지만 디지털 병리 솔루션만이 기존 아날로그 업무에 따른 환자 불편함과 비용부담을 해소하는 한편 정확한 병리진단을 내릴 수 있는 환자 중심 해결책이라고 판단해 도입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INFINITT DPS 도입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조준훈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교수는 ▲진단 ▲보관 ▲학술 ▲교육 측면에서의 적용 사례와 그 효용성을 소개했다.
조 교수는 “디지털 병리 솔루션은 유리 슬라이드와 비교해 거의 유사한 영상 획득과 높은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디지털 병리 영상이 기존 유리 슬라이드를 완전히 대체하기엔 일부 부족하지만 스캐너 성능과 이미지 분석 기법이 발달되면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슬라이드 보관 기능은 특히 그 활용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병리진단 시 이전 슬라이드를 리뷰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INFINITT DPS를 통해 디지털 병리 영상 보관이 용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리뷰 과정이 굉장히 빠르고 편리해졌다”며 “이를 통해 병리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소요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슬라이드 보관 공간과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다”고 장점을 소개했다.
장기택 삼성서울병원 병리과장 역시 “디지털 병리 솔루션 도입 후 슬라이드 보관·대출·반환 등 업무가 대폭 줄었다”며 “매번 유리 슬라이드를 찾을 필요 없이 비슷한 증례나 참고할만한 과거 슬라이드와 소견을 쉽고 빠르게 조회하고 찾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부연했다.
이는 병리과 의사가 리뷰에 필요한 슬라이드를 전화로 병리사에 직접 요청하거나 또는 시스템에 등록해 일정시간이 소요됐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삼성서울병원 EMR ‘다윈’(DARWIN)과 연동된 INFINITT DPS로 기존 디지털 병리 영상을 손쉽게 활용하게 된 결과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월별 슬라이드 대출 요청 일평균 건수는 지난 8월부터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밖에 디지털 병리 솔루션은 집담회·컨퍼런스 등 학술 기능과 전공의 교육에도 활용가치가 높다.
조준훈 교수는 “병리과 뿐만 아니라 타과와의 집담회·컨퍼런스를 위해 슬라이드를 직접 들고 가거나 사진을 찍어 파워포인트로 만들었던 것을 지금은 원내 어디서나 볼 수 있어 업무가 크게 줄었다”며 “특히 다양한 염색 슬라이드를 통해 보다 상세히 병리진단 이유를 설명함으로써 임상의들과의 소통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디지털 병리 최종 목적은 정확한 환자 진단”
디지털 병리진단 포문을 연 삼성서울병원. 하지만 진단·관리·분석·저장 등 병리업무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병원 간 디지털 병리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이 디지털 병리 솔루션을 도입한 이유 중 하나는 환자 때문이었다.
송상용 교수는 “환자가 타 병원으로 갈 때 의무기록을 대부분 디지털화된 CD 등 저장매체로 가져가는 반면 병리과는 오직 유리 슬라이드만 가능하다”며 “병원은 환자로부터 보증금이나 별도 제작비를 받고 유리 슬라이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몸도 아픈 환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또 병원을 왔다갔다해야하는 상황 자체가 짜증나고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며 “디지털 병리는 불필요한 비용과 불편함을 해결하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디지털 병리가 환자 불편함을 해결하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송 교수는 “다른 병원에서는 디지털 병리를 시작하려는 단계”라며 “아직 다른 병원들과 디지털 병리에 대해 어떠한 합의가 이뤄진 게 아니기 때문에 삼성서울병원 환자에게 디지털 파일을 제공해도 다른 병원에선 유리 슬라이드만 진단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현실적 한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병리에 관심 있는 주요 병원들과 먼저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디지털 병리가 환자 불편을 덜어줄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시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병리진단 확대는 결국 급여 신설 여부에 달려있다.
현실적으로 고가의 스캐너나 솔루션 구축비용을 보존하는 수가 없이 디지털 병리진단·판독이 활성화되기란 요원할 따름이다.
장기택 병리과장은 관련해 “병리학회도 보험수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과거 영상의학과의 경우 X-ray 필름을 만들었으나 PACS 도입으로 디지털 파일로 저장해 비용이 절감된다는 점 때문에 PACS 수가 신설이 쉬었던 반면 병리 PACS는 슬라이드를 제작하고 이후 추가적인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비용절감만 놓고 보면 정부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년 전 한 대학병원에서 잘못된 슬라이드로 인해 수술이 잘못된 사례가 있었다”며 “디지털 병리가 환자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 장점 등을 부각해 급여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송상용 교수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디지털 병리의 최종 목적이 인공지능(AI) 판독이 아닌 환자 안전과 정확한 진단에 있다고 방점을 찍었다.
송 교수는 “과거에는 병리 진단이 나갈 때까지 3명의 병리의사가 재검토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상급종합병원조차 1명의 병리과 전문의가 슬라이드를 보고 진단을 하는 것이 지금의 병리과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경험이 적은 의사일수록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고 당연히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안전성 측면에서도 한 명보다는 둘이 낫다”며 “병리진단이 디지털화되면 지금보다 슬라이드를 볼 때 보다 신중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병리 솔루션 기반 공유 플랫폼을 이용해 다양한 병리의사들의 의견을 검토하고 지식을 공유해 정확한 환자 진단을 하는 것이 디지털 병리의 최종 목적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