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병원 평가의 파워

발행날짜: 2019-12-04 05:45:50
  • 의료경제팀 이지현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전국 전공의 수련병원 평가'를 실시한지 4년째를 맞이했다.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선택하기에 앞서 각 병원의 수련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 어느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실제 각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그 결과를 발표했다.

어떤 병원은 해당 결과를 발췌해 보도자료를 통해 자랑하기도 한다. 대전협이 실시한 수련병원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전공의 주도의 수련병원 평가는 목적한 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선배 전공의들이 후배들에게 각 수련병원에 대한 신랄한 평가를 해준다는 일차적인 목적 이외 이를 계기로 병원 측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관심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설문조사가 그렇듯, 한계점을 제기하며 수련병원 평가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며칠전 수도권 A수련병원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전공의 수련환경최하위권 평가를 받았는데 내부적으로 확인해보니 설문조사가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요지였다.

실제로 확인해보니 내과 전공의 1, 2년차 중 수련병원 평가 설문조사에 응한 이들은 없었다. 이를 이상하다고 여긴 해당 병원장이 전공의 1:1면담을 실시한 결과 전공의 정원 자체가 적은 중소병원이고, 설문에 참여한 대상자도 소수에 그치는 상태이다보니 단 한명이 부정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면 최하위 점수로 이어진 사실을 파악했다.

해당 병원장은 환자 중증도가 높아 업무로딩이 높지만 급여 순위에서 10위권 내에 속하고 매년 해외연수를 정기적으로 보낼 정도로 전공의들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자부심을 갖고 있는터라 더욱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는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타 수련병원 일부는 병원 교육수련부가 적극나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더욱 놀랐다.

교육수련부를 별도로 두고 있지 않은 A수련병원은 상상도 못할 일. 해당 병원은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 안내 공지를 한게 전부였다. 그 결과 당시 업무로 바빴던 1, 2년차는 참여하지 못한 채 3, 4년차 중 일부의 의견으로 결과를 받은 A병원 입장에선 씁쓸했던 것.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 결과대로라면 A수련병원은 지원해선 안되는 최하위 수련병원으로 분류될 것이다. 대신 교육수련부에서 전공의와 함께 마주앉아 설문조사를 함께 진행하고 높은 점수를 받은 병원에는 전공의가 몰려갈 가능성이 높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수련 환경개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분명 긍정적인 효과다. 그런데 평가의 허점을 비집고 각 병원마다 점수를 올리기 위한 편법 아닌 편법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들여다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전국 전공의 수련병원 평가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속가능한 평가로 자리 잡기위해선 객관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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