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IPL 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

황지환
발행날짜: 2020-09-04 09:00:00
  • 황지환 대한의사협회 의무자문위원

시간이 흘렀지만 한방 관련 대법원 등의 주요 판결에서 중요 부분을 다시 정리해본다.

황지환 대한의사협회 의무자문위원
지난 2006년 6월부터 2009년 9월까지 광선 조사기인 IPL로 환자들의 피부 병변 질환 치료를 해온 한의사에게 1심과 2심의 엇갈린 판결을 거쳐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2심 원심 판결을 파기한 바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의사나 한의사의 구체적인 의료행위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원적 의료체계의 입법목적, 당해 의료행위에 관련된 법령의 규정 및 취지, 당해 의료행위의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당해 의료행위의 경위, 목적, 태양, 의과대학 및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나 국가시험 등을 통해 당해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결하였고, "IPL이 경락에 자극을 주어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적외선 치료기·레이저침 치료기와 작용원리가 같다고 보거나, IPL을 사용한 피부질환 치료가 빛을 이용해 경락의 울체(鬱滯)를 해소하고 온통경락(溫通經絡) 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원심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사용한 IPL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했는지, 만일 그렇지 않다면 피고인이 이를 사용한 경위·목적·태양 등에 의할 때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를 응용 또는 적용해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심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IPL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살펴 이를 토대로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파기 환송심에서 재판부는 “IPL은 목표물에 맞는 파장의 빛을 선택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치료하고자 하는 목표물에 선택적으로 흡수되는 파장의 빛이라 할지라도 조사시간이 길어지면 빛에너지로부터 전환된 열에너지에 의하여 원하지 않는 정상 조직에 열 손상을 주게 되고, 한편 치료하고자 하는 목표물이 파괴되려면 충분한 에너지가 가해져서 목표로 하는 피부 조직의 주요 구성 성분인 단백질의 변성을 일으키는 일정 온도를 넘어야 하는데, IPL은 그와 같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강한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피부 관련 조직의 특성 및 적응증, 기기의 특성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사용할 경우에는 화상, 수포, 색소 침착, 반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반면 적외선 치료는 조직의 온도 상승에 의한 혈류 증가, 통증 완화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짧은 시간에 강한 광선을 조사하여 해당 부분의 목표물을 파괴하는 IPL과 차이가 있고, 한의학의 경락학설에 근거하여 경혈(經穴)이 있는 혈위(穴位)를 자극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혈위적외선조사요법 또한 혈위가 아닌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부위에 광선을 조사하여 선택적으로 목표물을 파괴하는 IPL과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레이저 침술의 경우 침술의 경락, 경혈 이론에 기초하여 혈위 또는 경맥에 레이저 광선을 조사하여 자극하는 침술을 말하는데, 이 또한 광선을 조사하는 부위가 혈위 또는 경맥이고, 종래의 침 대신 레이저를 사용하여 경혈을 자극하는 것일 뿐, 목표물을 태워 변성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IPL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은 내용을 모두 종합해 보면, IPL은 빛의 물리적 특성과 인체 조직의 생화학적 특성에 근거를 둔 것으로 서양의 현대 과학에 그 기본 원리를 두고 개발․제작된 것이고,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하여 개발․제작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한의학과 서양의학은 앞에서 본 것처럼 그 배경 철학, 인체 및 질병․진단․치료에 대한 이해 및 접근 방법 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의료인들이 학습하고 수련한 학문의 체계와 부합하지 않는 진료 방법의 경우 그 부작용을 미리 예방하거나 부작용에 대처하는 것이 어렵고, 비록 가정용으로 시판되는 IPL이 있고, 한의사가 일반인과 달리 화상 등 피부 상처나 질환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대처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IPL이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하여 개발․제작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한 의료행위도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없는 이상, 한의사가 IPL을 이용하여 치료행위를 할 경우에는 환자의 생명, 신체상의 위험이나 일반 공중 위생상의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고, 이는 그러한 위험을 방지하려는 의료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도 반한다.

이러한 여러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IPL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이 당연히 필요하고, 한의사가 이를 사용할 경우 보건 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IPL은 그 개발ㆍ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이 아니고, 이를 사용하는 의료행위 역시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없으며, 나아가 한의사가 이를 사용할 경우 보건 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 역시 있으므로, 한의사의 IPL을 이용한 치료행위는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판결문 전문을 보면 한의학의 학문 원리에 대해 판시되어 있고, 현대의과의료기기의 학문적 원리는 한방의 원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름에 대해 판시하고 있어 앞으로 혹시 다시 있을 한방 측의 현대의과의료기기 불법 사용에 대한 법적 대응 근거로 십분 참고해야 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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