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 충북의대 학생(예과 2학년)
Medical Mavericks 국제팀장
|충북의대 예과 2학년 전승민| 최근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한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으로 인해서 의료계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전공의와 전문의 선생님들은 파업 및 집단 휴진을 실행했고, 의대생들의 의사국가시험(국시) 거부와 동맹휴학 경고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필자가 소속된 기관의 내부 연락망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정책에 대한 찬성 비율이 3%에 불과하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비록 의대생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 의료계 전반에 압도적이고 보편적으로 퍼져 있다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의료계가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와 근거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의료 정책과 의학 교육이 포퓰리즘(populism)에 기반을 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통상적인 맥락에서 포퓰리즘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서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즉,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정책은 기본적으로 대중에게 인기가 높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정책은 역설적으로 포퓰리즘의 목적에 반하는 대중의 반발을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본질적인 의문이 하나 생긴다. 왜 정부의 정책은 일반 국민에게 인기가 높을까?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 의견은 58.2%로 반대 의견인 24.0%보다 월등히 높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의대생, 그리고 더 넓은 맥락에서는 의료계 전체의 찬성 의견을 압도한다. 의료계와 일반 국민 사이에 매우 큰 괴리감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문제가 정부 정책의 정당성과 합리성 자체에 대한 문제만큼 중요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진료는 진공(vacuum) 상태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의사의 활동은 필연적으로 환자의 시선과 인식에 영향을 받습니다. 현재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의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걱정됩니다. ‘의사가 자기들 밥그릇만 챙긴다'라는 의견을 언론과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의견이 완전히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올 초부터 호흡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방호복을 입은 상태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선배 의사 선생님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가혹하고 잘못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필자도 정부가 발표한 일부 정책에 대해서, 그리고 그 정책을 입안하면서 이해관계자인 의사와의 부족한 소통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재유행 위험이 높은 현시점에서 파업, 국시 거부, 그리고 동맹휴학과 같은 강수를 진행할 경우 의료계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염려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민적 지지가 높은 사안에 사력을 다해 투쟁하면서 대중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데 실패한다면 의사들은 이기적이고 톤데프(tone deaf)하다는 인식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런 불신이 팽배한 환경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싶은 의사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투쟁은 저희의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투쟁은 목적이 아닌 수단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훼손된 우리의 안녕과 건강이라는 목적, 특정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목적을 위한 수단입니다. 따라서 파업과 휴학이라는 초강수 두기 전에 다른 모든 방안과 대안이 소진된 상태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필자의 생각이 이상적이고 현시점에서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의대생이자 미래 의료인이자 일반 시민으로서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다음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투쟁이 이기적이고 악하다는 비난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전에 모두가 걱정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접근했으면 합니다. 이는 모두에게 바라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