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의협-정부·여당, 합의 과정에서 배제됐다"

박양명
발행날짜: 2020-09-04 15:48:52
  • 대전협 비대위 SNS 라이브 방송에서 합의문 내용 등 비난
    최대집 회장 "전권 위임 받은 회장, 절차상 문제없다" 반박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던 대한의사협회가 더불어민주당, 정부와 합의문까지 만들어내는 절차에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대전협 비대위 박지현 위원장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집행부는 4일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젋은의사도 모르는 합의문이 나오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대전협 비대위 설명에 따르면 3일 오후 범투위 회의에서 마련된 협상 초안을 놓고 대전협 김진현 부회장, 서연주 부회장 등이 의협 이사진과 구체적인 합의안을 만들었다.

같은날 밤 의협 이사진과 더불어민주당을 만나 합의안 문구 수정에 대해 논의를 했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당의 입장을 추후 공유하고 자리를 떴다는 게 대전협의 설명이다. 전공의들이 자리를 뜨고나서 최종 합의안이 만들어져 서명까지 하는 일련의 과정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대전협 서연주 부회장은 "젊은의사와 의대생은 필수의료 붕괴, 공공의료가 망가져가는 현실을 지켜내기 위해서, 옳은 의료와 바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거리로 나왔다"라며 "보다 발전적이고 의료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안을 도출해 의협에 전달하려고 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복지부, 민주당과 진행하는 협상에 전공의를 반드시 포함한 협상단이 꾸려져야 하고 협상이 완료돼 최종 합의할 때는 최대집 회장과 박지현 회장이 동시에 서명하는 형태로 진행하기로 모두 의결했다"라며 "하지만 복지부와 협상이 있다는 얘기조차 들은적 없다"라고 꼬집었다.

서연주 부회장은 이번 합의문 결정 과정이 최대집 회장의 독단적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서 부회장은 "의료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선배의사와 힘을 합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믿었는데 최종 합의 과정에서 배제됐다"라며 "합의안 결정 과정에서 문제제기를 계속 했지만 독단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매우 폭력적"이라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협의안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초안에 있던 '철회'라는 단어가 없어졌고, 건정심 구조개혁 관련 안건도 사라졌다. 복지부와 협의안에 들어있는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진료현장에 복구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게 전공의들의 입장이다.

박지현 위원장은 "원점 재논의라는 말이 철회라는 단어와 아무리 뜻이 같다고 하더라도 젊은의사들의 처음 뜻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서 이에 합의하지 않았다"라며 "단체행동 중단 여부는 민주당, 복지부와 합의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대전협은 의협의 산하단체이지만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라며 "정당한 의사 결정을 거쳤든 아니든 우리의 행동을 마음대로 억제할 수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최대집 의협회장 "전권 위임…절차에 문제없어"

반면, 복지부와 의정 합의문 서명을 마치고 나온 의협 최대집 회장은 전공의들이 반발하는 '철회' 명문화가 빠진 것을 두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단순히 '철회'라는 용어에 집착해 의사 스스로 피해를 감수하고 더 나아가 환자 등 사회적으로 피해를 감수하는 것은 소모적인 투쟁이라고 본다"며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중단 후 원점 재논의와 철회 후 원점 재논의는 같은 의미로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정에서의 문제를 삼는 전공의를 향해 "지난 3일 의협 범투위에서 만장일치로 최종안을 만들었고, 협상장에서 실무팀과 협의해 사인하는 타결권을 갖는다"며 "이를 누구에게 승인받고 추인을 받아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절차가 문제가 없다는 게 그의 주장.

그는 "대전협 차원에서 '철회'라는 단어가 빠진 것에 의견을 줄 수는 있지만 의협에는 전공의 이외에도 교수, 개원의, 의대생까지 여러직역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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