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 속 빛나는 경험 NGO 활동가의 길

황병우
발행날짜: 2020-11-02 05:45:55
  • 의생탐구➂국경없는의사회 이효민 활동가
    사명감‧희생 동경 아닌 의사로서 하나의 길 강조


많은 의대생들이 의과대학 시절에 경험하는 영역이 있다면 해외봉사활동. 상대적으로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가진 나라에서 봉사경험을 바탕으로 국경없는의사회나, 국제적십자위원회 등의 활동을 꿈꾸기도 한다.

배운 의료지식을 활용해 환자를 돕는다는 측면에서 한번쯤 고민하는 영역이지만 실제 실행으로 옮기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분야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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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메디칼타임즈는 다양한 진로를 고민하는 의대생 단체인 메디컬매버릭스의 최재 / 호 회장(차의전원), 김요섭 의대생(연세의대), 이선재 의대생(중앙의대), 이진선 의대생(가톨릭 관동의대), 모채영 의대생(가천의대)과 함께 국경없는의사회 이효민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경없는의사회 이효민 활동가

국경없는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s, MSF)는 비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 NGO)로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활동가는 20여명 정도. 의대생 입장에선 활동가의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선배와의 접점도 적어 정보가 부족한편이다.

일반적으로 임상 외 진로와 관련해 의대생들의 질문은 '어떻게' 그 분야에서 일 할 수 있는 지로 시작하지만 이효민 활동가에게 먼저 건넨 질문은 'Why'.

이효민 활동가는 서울의대를 졸업해 마취과 전문의를 취득해 서울아산병원에서 임상전임강사로 근무하다. 이런 이력을 가진 이 활동가는 후배입장에선 의료계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배기 때문에 활동가의 길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던 것.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힌 이효민 활동가는 요즘 의대생들과 마찬가지로 임상 외에 다른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 활동가는 "처음부터 NGO활동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의사의 카테고리 내에서 정부기관이나 제약회사 등 여러 분야를 찾아보다 발견하게 됐다"며 "다른 길을 찾고 싶었고 한국에서 시간제근무로 일하며 활동가로 일할 수 있겠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이 마취가 전문의로서 계속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결정요소 중 하나였다고 강조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국제기구와 달리 정치적, 종교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가장 도움이 시급한 환자를 신속하게 돕기 위한 활동의 독자성과 의사 결정의 독립성 유지를 중요시하는데 이런 활동 원칙이 이 활동가에게 와 닿았다는 것.

이 활동가는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지역 특성상 수술프로젝트가 다른 NGO 단체보다 많다"며 "외교관계나 정치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국경없는 의사회 선택의 이유다"고 말했다.
이효민 활동가의 2016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텐트 수술장 활동 모습.

"개원가도 병원 스태프도 제한은 없다 필요한건 의지"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파견이 유리한 전문과목이 있지만 일반의나 전문의 그리고 개원가와 병원 스태프 경험 등의 제한은 없다.

오히려 스폐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가 현장에서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게 이 활동가의 설명.

다만, 프로젝트와 활동지역에 따라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간 해외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한 의료기관에 정규직으로 속하면서 근무하기는 쉽지않다고 강조했다.

이 활동가는 "활동가로 근무하기 위해서 보건학위의 개념이 있으면 좋기는 하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며 "국경없는의사회는 인턴쉽 없고 현장에서 바로 일할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몇 년 이상의 임상경험을 요구하지만 학위 등에 대한 허들은 없다"고 말했다.

가령 프로젝트에 따라 필요로 하는 전문과목 직군과 일정수준의 경력이 있다는 의미.
의대생들은 활동가로서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되는지에 대해 많이 질문했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가 중립성·공정성·독립성 등 3가지 활동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맞춘 활동이 필요해 한국에서 임상경력이 많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더 많은 경험과 경력을 쌓은 것을 인정해 준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국경없는의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기 위해서 의대생이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 이 활동가는 특정 전문과목 공부보다 어떤 환경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활동가는 "NGO 활동을 위해 어떤 것을 맞춰서 준비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본다"며 "현장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환경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현장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상황을 접해야하고 알고 있던 치료방법이나 프로토콜을 버려야하는 경우도 생긴다”며 “이런 부분을 유연하게 받아드리는 것이 필요하고 온갖 상황을 접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관리와 대처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특히, 해외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영어와 프랑스어 등 언어적인 부분에서는 미리 준비하는 것을 추천했다.

그는 "아시아쪽 활동가는 언어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어나 프랑스어가 필수조건이기도 하고 현지 활동을 위해서도 공부를 한다면 좋을 것 같다. 그밖에도 중동 등에서도 활동하기 때문에 아랍어를 알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효민 활동가는 활동가로 활동하기 위해 특정 공부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임상경험과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현장 활동 에브리데이 온 콜…첫 활동 무력감의 연속"

이 활동가가 후배인 의대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한 부분은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능력'. 열악한 기계나 약품 등 환자를 치료하는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건넸다.

이 활동가는 "첫 활동은 나이지리아에서 산모를 대상으로 했는데 상황이 안 좋은 산모가 많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동안의 진료가 장비나 약품 덕분인가, 내가 도움이 되고 있긴 한가라는 생각에 무력감이 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두 번째 활동부터는 이를 극복하고 안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자는 생각으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현장에선 순전히 내 손과 머리로 일을 할 수밖에 없으니 이를 위한 준비를 권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현장 활동에 대해 "에브리데이 온 콜"이라고 밝힌 이 활동가. 진료 환경이 열악한 것은 물론 손길을 필요로 하는 환자도 많기 때문에 그만큼 고된 활동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효민 활동가의 2019년 중아공 활동 모습. 현장 외과팀.

이 활동가에 따르면 직군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술장에서 근무하는 서전은 현장에서 3개월 이상 근무하지 않는 것을 권유받는다. 프로젝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반대로 다른 직군의 경우 6개월 혹은 그 이상의 근무도 가능하기도 하다.

이 활동가는 현장에 나가게 되면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숙소와 식사 그리고 일비를 지급하지만 국내에서 활동 중인 활동가는 국내에 있을 경우에는 대부분 봉직의 등의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마취과 전문의인 이 활동가는 프리랜서 형태의 근무가 가능하지만 내과나 정형외과 등의 전문과목은 그런 형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국내에서 일을 하고 나머지 기간은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식으로 균형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2012년부터 활동을 시작에 8년간 활동을 이어온 이 활동가는 개인적 성취와 함께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거창한 이유보다 개인적 즐거움과 만족감이 있기 때문에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는 것.
이효민 활동가는 거창한 사명감이나 희생정신이 아닌 의사로서 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60대까지는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힌 이 활동가. 끝으로 후배들에게 여러 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활동가는 "시작할 때도 사명감이나 희생정신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고 지금도 그 것이 활동의 동력이 되지는 않는다"며 "의사로 선택한 길이고 의사라는 타이틀 중 선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좋든 나쁘든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있고 개인적으로도 한국 상황에 머물지 않고 국제적인 보건에 관심이 높아지는 삶의 다양함을 느끼고 있다. 평생 느끼지 못했을 경험을 할 기회라고는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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