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부터 앞서는 식약처 코로나 백신 신속 허가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20-11-02 05:45:50
  •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

약 3년 전에 한 유명한 배우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운전 차량에 제동등이 켜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졸음운전이나 순간적인 운전실수 혹은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은 적었다. 그는 평소 건강했으며, 다만 한달 전부터 피부과에서 처방받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뉴스를 읽으면서 항히스타민제의 매우 드문 부작용 가능성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비록 가능성이 매우 적지만 항히스타민제는 QT 간격 연장을 일으킬 수 있고, 이로 인한 torsades de pointes 라는 치명적인 부정맥과 갑작스러운 사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는데,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더욱 의약품 부작용을 생각해야 하는 까닭이다.

의약품/의료기기/백신 부작용에 대해서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것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차이가 크다. 일반적으로 중대한 부작용은 빈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그것을 의심하고 파고 들어서 얼마나 과학적으로 추론하고 개연성을 이끌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탈리도마이드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약 12,000명의 기형아가 태어났지만(사산아는 집계되지 않음), 미국 FDA는 한 심사관의 '일부 약물이 태반을 통과할 수 있는데,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료 부족'을 우려해 끝까지 승인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미국내 발생은 극히 적었다(제약회사의 샘플을 복용하고 발생한 17명).

최근 판매가 중지된 로카세린(벨빅)도 마찬가지이다. 유럽의 EMA는 동물시험 자료상 발암 독성이 우려돼 허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의 FDA도 동일한 동물시험 자료를 검토했을텐데 허가를 했다. FDA는 뒤늦게 로카세린의 5년간 안전성 추적 조사 결과에 따라 발암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제조사에 자발적 시장 철수를 요청했다.

그 사이 이미 회사는 엄청난 이익을 거두었고, 반면 수십명의 환자들(특히 살을 빼려고 약을 복용한 젊은이들이 많았을 것이다)은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다가 암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허가 당시 제출한 임상시험 자료에도 안전성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 때는 그걸 놓친 것이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동물시험 자료도 놓치고, 허가 당시 임상시험 자료도 놓치고, 허가 후 모니터링에서도 놓치고, FDA 조치가 나서야 그저 따라서 조치를 취했으니 할 말이 없다.

우리나라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식약처의 안전 불감증의 가장 두드러진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불거진 것은 PHMG라는 유해성 카펫 첨가제가 우리나라에서만 가습기살균제로 허용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재판에서 관계 당국은 혐의가 없다고 결론이 났다. 이유는 어처구니 없게도 유해성 물질의 용도 변경(카펫 첨가제 -> 가습기 살균제)시 심사를 해야 하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는 인체로 흡입되는 성분인데, 규정이 없었더라도 당연히 심사를 했어야 했다. 만약 그 때 해당 심사관이 PHMG 성분이 어떤 성분인지, 유해성은 없는지 의심하고, 다른 나라의 상황을 살펴봤다면, 그래서 문제의 가습기살균제를 허가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규제의 실패(regulatory failure)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었다.

최근 식약처가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신속심사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화이자 등 거의 비슷한 속도에 있는데, 왜 아스트라제네카를 콕 짚어서 발표했을까? 아마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성공시 국내 제약회사가 생산하고 이 중 일부를 국내 접종분으로 받기로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필자는 이 뉴스를 보면서 식약처가 과연 이 백신의 안전성 검토를 면밀하게 잘 할 수 있을지 우려됐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은 임상개발 중 횡단성 척수염(transverse myelitis) 사례가 발생해 미국 FDA는 임상 보류를 발표했고, Nature 또한 안전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그러므로(사실 항상 그래야겠지만) 훨씬 면밀한 안전성 검토가 필요할 것이며, 연구자가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한 건은 1예도 소홀하게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우려되는 안전성 정보는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신속'을 원하는지 모르겠으나, 대다수 국민들은 '엄중'을 원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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