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휘 교수, 한국인 7만 3280명 대상 검사-비검사군 비교
"효용성 밝힌 해외 연구 축적돼…국내 연구도 사망률 두배 차"
남성 전립샘암을 확인하는 PSA(전립샘 특이항원, Prostate Specific Antigen) 검사를 두고 학계와 보건당국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해외 및 최신 연구 분석을 통해 도입의 당위성을 따진 연구가 나왔다.
효용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과거 연구가 임상 디자인에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 효용성이 밝혀진 연구가 축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의 PSA 도입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고영휘 영남의대 비뇨의학교실 교수가 진행한 '전립샘 특이항원을 이용한 국가암 선별 검사의 당위성' 연구가 대한의사협회지 11월호에 게재됐다(doi.org/10.5124/jkma.2020.63.11.652).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PSA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10여 년 전부터 지속됐다.
그간 비뇨의학회는 토론회, 공청회, 학술대회 등을 통해 지속적인 도입 촉구 및 공론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복지부는 의학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도입을 주저했다.
전립샘암은 대표적인 남성암. 전립샘암과 관련된 자료가 가장 많이 축적된 미국의 경우 2020년에 1만 9130명의 전립샘암 환자가 발생하고, 3만 3330명이 전립샘 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높은 유병률로 인해 서구사회에서 전립샘암에 대한 경각심은 상당한 수준으로, 이미 일본은 2015년 9만 8400명의 환자가 발생해 전립샘암이 가장 흔한 남성암으로 등재된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이를 스크리닝할 적절한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학계의 목소리다.
실제로 대한비뇨의학회가 2007~2009년까지 55세 이상의 남성 1만 363명에 대한 인구비 보정 추정 전립샘암 발견율은 3.4%로 보고했고 이는 유사 시기의 일본(2.3%)이나 중국(1.3%) 보다 높다.
고영휘 교수는 "남녀 전체에서 전립샘암은 암환자의 4.5%를 차지해 유병률에 있어 유방암에 이어 다섯 번째로 흔한 암이 됐다"며 "특히 65세 이상에서 전립샘암의 발생률은 10만 명당 326.5명으로 폐암 440.5명, 위암 333.7명에 이은 3위로 대장암 289.9명이나 간암168.2명보다 훨씬 자주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적인 비교를 위해 5년 암 순생존율을 동일한 기준과 연령구조로 보정, 분석했다"며 "연구 결과 우리나라의 전립샘암 생존율은 2000~2004년 76.0%, 2005~2009년 87.3%, 2010~2014년 89.9%로, 2018년 현재 94.1%까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존율이 대체로 증가하고는 있지만 미국의 2008~2014년간 98.9%나 일본의 2006~2008년간 97.5% 기록에는 못미친다.
국내 국가암검진사업 대상인 위암, 대장암, 간암, 자궁경부암, 폐암의 5년 생존율이 미국, 영국, 일본 등에 비해 높은 점을 비교해보면, 전립샘암에 대한 선별검사 미시행이 상대적인 생존율 저하로 이어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과거 효용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연구가 부적절한 임상 디자인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효용성 논란 마무리 단계…최신 연구는 '긍정론' 무게
대표적인 대규모 RCT 연구는 2009년 공개된 미국 국립암연구소 PLCO, 유럽의 ERSPC 연구 두 가지다. 문제는 이들 연구가 서로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는 점.
PLCO 연구는 55세부터 74세 사이의 7만 6693명을 대상으로 평균 14년을 관찰했고, ERSPC는 50세부터 74세 사이의 18만 2000명을 대상으로 평균 9년을 관찰했다.
고 교수는 "미국의 PLCO는 10년 이상의 추적관찰에도 불구하고 선별검사군이 대조군에 비해 사망률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반면 ERSCP 연구는 21%의 전립샘암 특이 사망률 감소가 보고됐다"고 말했다.
그는 "PLCO 연구는 방법론적으로 부정확해 이미 대조군의 90%가 다른 경로로 PSA 검사를 시행 받았기 때문에 이를 RCT로 분류하는데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며 "반면 대조군의 오염이 효과적으로 방지되었던 다른 연구들에서는 PSA 검진 후 사망률 감소가 공통적으로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최근 5년간 전립샘암에 의한 발생률과 사망률이 모두 증가한 드문 나라였다는 점은 PSA 검사의 누적된 효과를 시사한다"며 "유럽의 ERSPC뿐 아니라 이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평균 14년의 더 긴 추적관찰을 가진 스웨덴의 Gobegorg 연구 역시 44%의 사망률 감소가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 연구인 일본 사례도 효용성을 뒷받침한다. 요코스카시에서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약 3000명의 전립샘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에서, PSA 선별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총 사망률과 전립샘암 특이사망률이 모두 유의하게 감소한 점도 인종적으로 유사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게 고 교수의 판단.
실제로 고 교수는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7만 3280명의 전립샘암 환자를 대상으로, 전립샘암 발병 전 세 차례 이상 PSA 검사를 받은 전립샘암 선별검사군과 첫 PSA 검사 이후 암 등록까지 3개월 이내가 소요된 대조군을 설정, 비교했다.
고 교수는 "분석 결과 PSA 검사군에서 국소치료의 비중이 높고 항암제를 포함한 전신치료의 비중보다 유의하게 낮았다"며 "전체 전립샘암 환자들 중 PSA 선별군으로 분류가 가능했던 환자는 27.7%에 불과했으나, 검사를 시행받지 않은 대조군의 총 사망률은 선별군의 두 배(HR 2.05)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PSA 검사가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음이 여러 자료를 통해 입증되고 있는데도 국가암검진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 검사의 보편적인 시행은 기회균등의 가치와 더불어 교육적, 경제적, 성적 평등의 원리라는 시대정신의 실현을 의학의 영역에서 가능케 하는 중요한 정책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고 결론내렸다.
효용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과거 연구가 임상 디자인에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 효용성이 밝혀진 연구가 축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의 PSA 도입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고영휘 영남의대 비뇨의학교실 교수가 진행한 '전립샘 특이항원을 이용한 국가암 선별 검사의 당위성' 연구가 대한의사협회지 11월호에 게재됐다(doi.org/10.5124/jkma.2020.63.11.652).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PSA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10여 년 전부터 지속됐다.
그간 비뇨의학회는 토론회, 공청회, 학술대회 등을 통해 지속적인 도입 촉구 및 공론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복지부는 의학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도입을 주저했다.
전립샘암은 대표적인 남성암. 전립샘암과 관련된 자료가 가장 많이 축적된 미국의 경우 2020년에 1만 9130명의 전립샘암 환자가 발생하고, 3만 3330명이 전립샘 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높은 유병률로 인해 서구사회에서 전립샘암에 대한 경각심은 상당한 수준으로, 이미 일본은 2015년 9만 8400명의 환자가 발생해 전립샘암이 가장 흔한 남성암으로 등재된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이를 스크리닝할 적절한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학계의 목소리다.
실제로 대한비뇨의학회가 2007~2009년까지 55세 이상의 남성 1만 363명에 대한 인구비 보정 추정 전립샘암 발견율은 3.4%로 보고했고 이는 유사 시기의 일본(2.3%)이나 중국(1.3%) 보다 높다.
고영휘 교수는 "남녀 전체에서 전립샘암은 암환자의 4.5%를 차지해 유병률에 있어 유방암에 이어 다섯 번째로 흔한 암이 됐다"며 "특히 65세 이상에서 전립샘암의 발생률은 10만 명당 326.5명으로 폐암 440.5명, 위암 333.7명에 이은 3위로 대장암 289.9명이나 간암168.2명보다 훨씬 자주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적인 비교를 위해 5년 암 순생존율을 동일한 기준과 연령구조로 보정, 분석했다"며 "연구 결과 우리나라의 전립샘암 생존율은 2000~2004년 76.0%, 2005~2009년 87.3%, 2010~2014년 89.9%로, 2018년 현재 94.1%까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존율이 대체로 증가하고는 있지만 미국의 2008~2014년간 98.9%나 일본의 2006~2008년간 97.5% 기록에는 못미친다.
국내 국가암검진사업 대상인 위암, 대장암, 간암, 자궁경부암, 폐암의 5년 생존율이 미국, 영국, 일본 등에 비해 높은 점을 비교해보면, 전립샘암에 대한 선별검사 미시행이 상대적인 생존율 저하로 이어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과거 효용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연구가 부적절한 임상 디자인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효용성 논란 마무리 단계…최신 연구는 '긍정론' 무게
대표적인 대규모 RCT 연구는 2009년 공개된 미국 국립암연구소 PLCO, 유럽의 ERSPC 연구 두 가지다. 문제는 이들 연구가 서로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는 점.
PLCO 연구는 55세부터 74세 사이의 7만 6693명을 대상으로 평균 14년을 관찰했고, ERSPC는 50세부터 74세 사이의 18만 2000명을 대상으로 평균 9년을 관찰했다.
고 교수는 "미국의 PLCO는 10년 이상의 추적관찰에도 불구하고 선별검사군이 대조군에 비해 사망률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반면 ERSCP 연구는 21%의 전립샘암 특이 사망률 감소가 보고됐다"고 말했다.
그는 "PLCO 연구는 방법론적으로 부정확해 이미 대조군의 90%가 다른 경로로 PSA 검사를 시행 받았기 때문에 이를 RCT로 분류하는데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며 "반면 대조군의 오염이 효과적으로 방지되었던 다른 연구들에서는 PSA 검진 후 사망률 감소가 공통적으로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최근 5년간 전립샘암에 의한 발생률과 사망률이 모두 증가한 드문 나라였다는 점은 PSA 검사의 누적된 효과를 시사한다"며 "유럽의 ERSPC뿐 아니라 이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평균 14년의 더 긴 추적관찰을 가진 스웨덴의 Gobegorg 연구 역시 44%의 사망률 감소가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 연구인 일본 사례도 효용성을 뒷받침한다. 요코스카시에서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약 3000명의 전립샘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에서, PSA 선별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총 사망률과 전립샘암 특이사망률이 모두 유의하게 감소한 점도 인종적으로 유사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게 고 교수의 판단.
실제로 고 교수는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7만 3280명의 전립샘암 환자를 대상으로, 전립샘암 발병 전 세 차례 이상 PSA 검사를 받은 전립샘암 선별검사군과 첫 PSA 검사 이후 암 등록까지 3개월 이내가 소요된 대조군을 설정, 비교했다.
고 교수는 "분석 결과 PSA 검사군에서 국소치료의 비중이 높고 항암제를 포함한 전신치료의 비중보다 유의하게 낮았다"며 "전체 전립샘암 환자들 중 PSA 선별군으로 분류가 가능했던 환자는 27.7%에 불과했으나, 검사를 시행받지 않은 대조군의 총 사망률은 선별군의 두 배(HR 2.05)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PSA 검사가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음이 여러 자료를 통해 입증되고 있는데도 국가암검진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 검사의 보편적인 시행은 기회균등의 가치와 더불어 교육적, 경제적, 성적 평등의 원리라는 시대정신의 실현을 의학의 영역에서 가능케 하는 중요한 정책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고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