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말이 아닌 근거가 필요하다

발행날짜: 2020-12-21 05:45:50
  • 이인복 의약학술팀 기자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지 1년 한자리 수까지 내려갔던 확진자 수가 하루가 멀다하고 1천명대에 올라서며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호평받던 국내 방역 시스템은 더이상 그 이름을 붙이기 어색해져버렸고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대재앙이라는 이름이 나올 만큼 상황은 더욱 더 어려워만 가는 추세다.

그나마 한줄기 서광이 보이고 있는 것은 대유행이 시작된지 불과 1년만에 상당한 효과를 가진 백신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인 백신 전쟁이 불붙기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미 미국이 무려 8억 도즈를 확보했고 캐나다도 최대 2억 도즈를 가져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미 전 인구가 맞고도 남을 양이다.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영국이 범 정부 태스크포스를 통해 이미 3억 도즈 이상의 물량을 챙겼고 일본도 지난 6월부터 전쟁에 뛰어들어 5억 도즈 이상을 재워놨다. 이러한 입도선매에 힘입어 이들 국가 중 상당수는 이미 접종까지 들어간 상태다.

우리나라도 뒤늦게나마 뛰어들었기는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천만 도즈 계약은 끝내 놓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또한 코백스 퍼실리티로 1천만 도즈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과 K-방역을 둘러싼 잡음은 점점 더 심해지기만 한다. 전문가들도 국민들도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이냐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도대체 무슨 배경이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을 보면 쉽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정부는 백신 전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서둘러 4400만명이 맞을 수 있는 백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체를 열어보니 가능성과 기대가 반 이상이었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현재 가능성조차 불투명한 상태고 화이자와 얀센 등의 백신은 계약 논의중에 불과하다.

그러자 정부는 충분히 안전성을 검증한 뒤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렇다면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더 월등한 임상 결과를 낸 제품이 있는데도 승인받지도 못한 다른 회사 제품을 확보한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적이 이어지자 다급해진 정부는 또 다시 임기응변을 하기 시작했다. FDA의 승인이 없어도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을 통해 자체 승인을 준비하면 되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국산 진단키트 등 K-방역 제품들이 FDA 승인 등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수백억원의 예산을 쏟아붇고 있는 것은 뭘까. FDA도 승인하지 않은 제품을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말이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최고위 당국자가 젊은 사람들이 백신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최소한의 물량만 확보하면 된다는 얘기를 꺼내놨다.

그러면서 독감 백신의 예를 들었다. 진정 독감 백신에 대한 공포가 왜 생겼는지를 모르는 것일까. 국가에서 공짜로 놔주겠다는데 못믿겠다며 비싼 다국적 제약사 제품을 구하러 난민처럼 다닌 것이 엊그제다. 독감 백신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정부 유통 물량을 거부한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탓일까. 최근의 정부 브리핑에서는 이제 '대외비'를 꼬리표로 달고 있다. 백신 확보 계약 등은 공개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애매모호한 가능성만을 또 던져놓고 있다. '조속한', '순조롭게', '조만간' 등의 단어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잡음속에서 범 정부적으로 K-방역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시작됐다. 한창 분위기가 좋았을때 잡아 놓은 1천억원의 예산을 통해서다.

하지만 2020년이 저무는 현재 전 국민이 K-방역을 자랑스러워 하며 정부를 믿고 따르던 그 분위기는 여전할까. 그나마 아스트라제네카와 위탁 생산 계약을 진행중인 국내 제약사가 없었다면 단 한개의 백신을 가져오는 것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말이다.

K-방역, 그것은 말과 구호로 하는 것이 아니다. 신뢰는 근거와 행동에서 나온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언제 어떻게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싶다. '조속한'이나 '순조롭게', '조만간' 등의 단어를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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