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훈정 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 1945년 독일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봄, 미국 소련 연합군이 독일 영토 안으로 진군하자 히틀러는 날마다 휘하의 장군들을 지하 벙커로 불러서 닦달을 했다. 그리곤 지도를 펼쳐놓고 직접 독일군 사단(師團)의 공격을 지시했는데, 명령을 받은 장군들은 각자 방으로 돌아가 술만 마실 뿐이었다. 왜냐하면 공격 명령을 받은 사단들은 지도상에만 존재할 뿐, 대부분의 장병들이 전사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왜 작전 참모들은 지도 위에 이미 사라져버린 사단의 존재를 지우지 않았을까. 사실대로 기록했다간 총통의 불호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전쟁의 패배를 알고 있는 장군들은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았고, 참모 장교들은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다. 오로지 히틀러만 부하들의 무능을 질타하면서 엉뚱한 명령을 내렸다가 무산되거나 취소하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독일군 수뇌부가 전쟁의 패배를 빨리 인정하지 않고 소년병까지 동원하면서 버티는 동안, 죽지 않아도 되었을 많은 독일인들이 무차별 공습과 포격으로 희생되었다. 결국 전쟁은 히틀러의 자살과 독일의 무조건 항복으로 끝을 맺었지만, 지도부의 안위만 생각한 결정은 많은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 1958년 중국
1958년 중국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은 제2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7년 안에 영국을 초월하고, 15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는다.’라고 선포했다. 이후 중국은 이른바 ‘대약진운동’이라는 비극적인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일명 토법고로(土法高爐)와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 즉 철강생산 증진과 네 가지 해악(참새, 쥐, 파리, 모기)을 제거하기 위해 온 국민들이 매달렸다. 집단농장 생활이 강제화 되었고 농업과 공업 생산량 목표가 터무니없게 높이 잡혔다.
무리한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한 간부들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런 사람들은 여지없이 숙청되었다. 오히려 너도나도 충성 경쟁에 뛰어들었다. 농업 공업 생산 부문에서 과장된 수치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목표량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런 목표들은 대부분 실패했으나 어쩌다 좋은 실적을 낸 곳은 큰 영예를 받았다. 그 쯤 해서 끝냈으면 피해를 최소화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듬해 참담한 실적을 보였는데도 당 간부나 관료들은 실패를 감추고 성공했다고 보고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 다음해 더욱 끔찍한 실패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약진운동의 광풍(狂風)은 5년 만에 대실패로 끝나면서 중국의 경제는 파탄이 났고, 약 3천만 명에서 5천만 명으로 추산되는 국민들이 굶어죽으며 세계 역사에도 기록적인 대기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가장 치명적인 원인 중 하나는 통계의 조작이었다. 온 국민들이 쓸데없는 철 생산 등에 매달리느라 농업생산량이 격감했고 때마침 홍수나 가뭄까지 겹쳐서 식량이 크게 부족해졌는데도, 왜곡된 통계를 접한 중국 정부는 오히려 식량을 징발해서 해외로 수출했다. 뒤늦게 중국 정부가 현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많은 국민들이 죽고 난지 한참 뒤였다.
# 2020년 대한민국
올해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나가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일명 ‘우한 폐렴’이 Covid-19라는 명칭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많은 의사들은 아직도 1,2월에 중국으로부터 유입 차단에 실패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쉬워한다. 이후에도 정부는 의료계의 조언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일부 정치 의사들의 주장에만 귀를 기울여 빈축을 사기도 했으며, 감염 확진자 수가 좀 줄어들자 민간병원들의 노력과 희생은 외면하고 이게 다 정부의 방역 성과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도를 넘어 이른바 K-방역이라는 신조어로 포장 되었는데, 그것이 아전인수 정도로 끝났으면 모르되 아직도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상식 밖의 대처로 이어져 진료 현장의 의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예컨대 주로 호흡기 감염으로 이뤄지는 Covid-19의 특성상 겨울에 다시 전파 확산이 심해질 것이라는 의사들의 우려가 많았는데도,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가을에 여행 숙박 등 쿠폰을 뿌리면서 사람들의 이동을 부추겼다.
지금 화이자(Pfizer)나 모더나(Moderna) 등에서 백신이 개발되어 영국, 미국 등 여러 국가들에서 예방접종이 시작되었으므로, 이번 겨울만 철저한 방역을 통해 잘 버티면 내년 봄에는 백신 면역을 통한 Covid-19 극복이 원활하게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너무 안이한 판단으로 올 겨울 대유행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촉발시킨 것이 아닌가. 심지어 백신 확보에도 비상이 걸려 정부가 주요 공급원으로 정한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백신이 제대로 도입되지 못하면 올 겨울은 물론 내년 봄까지 백신 접종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방역 당국이 Covid-19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나 통계를 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확진자 수가 적었던 것은 검사 건수가 적어서 그런 착시현상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많았는데,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검사율은 6.7%로서 세계 218개국 중 130위에 불과하며(검사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후진국들도 많다) OECD가입 37개국 중 검사율은 35위로 최하위권이다. 다시 말하면 검사율을 높일 경우 확진자 수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확진자 발생률은 OECD국가들 중 최저 수준인 36위지만 치명률은 중하위권인 27위로서,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에 비해 치명률이 높은 이유는 숨어있는 감염자 수가 많기 때문이라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12월 들어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방역단계가 자꾸 상향되는 것은 정치적 오락가락 방역에 따른 인재(人災)지변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2021년은?
최근 감염자 수가 급증하자 이에 따른 입원 병상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의료계가 올해 초부터 계속 주장해왔던 Covid-19 국공립병원 병상 확보 등의 조치를 정부가 미뤄온 탓에 애꿎은 민간병원들로 불똥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들의 중환자실의 상당수를 Covid-19 병상으로 제공하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의사들을 놀라게 한 것은 어느 친정부 학자의 얘기였다. Covid-19 병상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기피하고 여유 병상이 있음에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사들은 그의 발언에 경악하면서 통계상 숫자 놀음으로 생명을 재단하지 말라고 성토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환자실 병상 하나를 확보하지 못해서 입원이나 전원이 안 되는 중환자들이 부지기수다. 비단 중증외상이나 심뇌혈관질환자뿐만 아니라 생명이 경각에 처해있는 여러 중환자들이 병상 하나만 바라보고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서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현실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반박한다.
그럼에도 정부의 강압으로 불이익을 염려한 대형병원들이 억지로 중환자실을 비우고 Covid-19 병상으로 제공한다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중환자의 사망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통계에 보이는 Covid-19 방역의 성과를 위해서 그렇지 않은 국민의 사망이 더 많이 생긴다면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일인지 묻고 싶다.
결국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이라는 것이 미국이나 유럽과 차별되는 우리만의 장점을 살린 방역시스템이라기보다는, 통계를 주물러서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분식(粉飾)방역이 아닌가 하는 심증을 거둘 수 없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앞 다투어 검사를 늘리고 백신을 사들이고 공공병원의 Covid-19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보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이 과연 우리만 못해서 그런 일에 매진하고 있는 것일까.
세상에는 3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통계주도성장이라고 비판하는 것처럼 방역 또한 통계주도방역, 나아가 통계왜곡방역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다른 선진국들의 대응을 참고하면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재 상황에 맞는 대책을 세우고 의료계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진심으로 의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국민이 믿고 따르는 방역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독일과 중국의 비유가 불편할지 모르겠다. 나도 우리 정부가 그렇게까지 막장 정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당시 독일이나 중국 정부도 자국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로 탄생되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다면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진실 되게 일하라. 그것이 전 세계적 방역 위기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지름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봄, 미국 소련 연합군이 독일 영토 안으로 진군하자 히틀러는 날마다 휘하의 장군들을 지하 벙커로 불러서 닦달을 했다. 그리곤 지도를 펼쳐놓고 직접 독일군 사단(師團)의 공격을 지시했는데, 명령을 받은 장군들은 각자 방으로 돌아가 술만 마실 뿐이었다. 왜냐하면 공격 명령을 받은 사단들은 지도상에만 존재할 뿐, 대부분의 장병들이 전사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왜 작전 참모들은 지도 위에 이미 사라져버린 사단의 존재를 지우지 않았을까. 사실대로 기록했다간 총통의 불호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전쟁의 패배를 알고 있는 장군들은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았고, 참모 장교들은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다. 오로지 히틀러만 부하들의 무능을 질타하면서 엉뚱한 명령을 내렸다가 무산되거나 취소하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독일군 수뇌부가 전쟁의 패배를 빨리 인정하지 않고 소년병까지 동원하면서 버티는 동안, 죽지 않아도 되었을 많은 독일인들이 무차별 공습과 포격으로 희생되었다. 결국 전쟁은 히틀러의 자살과 독일의 무조건 항복으로 끝을 맺었지만, 지도부의 안위만 생각한 결정은 많은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 1958년 중국
1958년 중국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은 제2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7년 안에 영국을 초월하고, 15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는다.’라고 선포했다. 이후 중국은 이른바 ‘대약진운동’이라는 비극적인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일명 토법고로(土法高爐)와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 즉 철강생산 증진과 네 가지 해악(참새, 쥐, 파리, 모기)을 제거하기 위해 온 국민들이 매달렸다. 집단농장 생활이 강제화 되었고 농업과 공업 생산량 목표가 터무니없게 높이 잡혔다.
무리한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한 간부들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런 사람들은 여지없이 숙청되었다. 오히려 너도나도 충성 경쟁에 뛰어들었다. 농업 공업 생산 부문에서 과장된 수치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목표량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런 목표들은 대부분 실패했으나 어쩌다 좋은 실적을 낸 곳은 큰 영예를 받았다. 그 쯤 해서 끝냈으면 피해를 최소화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듬해 참담한 실적을 보였는데도 당 간부나 관료들은 실패를 감추고 성공했다고 보고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 다음해 더욱 끔찍한 실패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약진운동의 광풍(狂風)은 5년 만에 대실패로 끝나면서 중국의 경제는 파탄이 났고, 약 3천만 명에서 5천만 명으로 추산되는 국민들이 굶어죽으며 세계 역사에도 기록적인 대기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가장 치명적인 원인 중 하나는 통계의 조작이었다. 온 국민들이 쓸데없는 철 생산 등에 매달리느라 농업생산량이 격감했고 때마침 홍수나 가뭄까지 겹쳐서 식량이 크게 부족해졌는데도, 왜곡된 통계를 접한 중국 정부는 오히려 식량을 징발해서 해외로 수출했다. 뒤늦게 중국 정부가 현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많은 국민들이 죽고 난지 한참 뒤였다.
# 2020년 대한민국
올해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나가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일명 ‘우한 폐렴’이 Covid-19라는 명칭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많은 의사들은 아직도 1,2월에 중국으로부터 유입 차단에 실패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쉬워한다. 이후에도 정부는 의료계의 조언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일부 정치 의사들의 주장에만 귀를 기울여 빈축을 사기도 했으며, 감염 확진자 수가 좀 줄어들자 민간병원들의 노력과 희생은 외면하고 이게 다 정부의 방역 성과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도를 넘어 이른바 K-방역이라는 신조어로 포장 되었는데, 그것이 아전인수 정도로 끝났으면 모르되 아직도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상식 밖의 대처로 이어져 진료 현장의 의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예컨대 주로 호흡기 감염으로 이뤄지는 Covid-19의 특성상 겨울에 다시 전파 확산이 심해질 것이라는 의사들의 우려가 많았는데도,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가을에 여행 숙박 등 쿠폰을 뿌리면서 사람들의 이동을 부추겼다.
지금 화이자(Pfizer)나 모더나(Moderna) 등에서 백신이 개발되어 영국, 미국 등 여러 국가들에서 예방접종이 시작되었으므로, 이번 겨울만 철저한 방역을 통해 잘 버티면 내년 봄에는 백신 면역을 통한 Covid-19 극복이 원활하게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너무 안이한 판단으로 올 겨울 대유행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촉발시킨 것이 아닌가. 심지어 백신 확보에도 비상이 걸려 정부가 주요 공급원으로 정한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백신이 제대로 도입되지 못하면 올 겨울은 물론 내년 봄까지 백신 접종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방역 당국이 Covid-19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나 통계를 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확진자 수가 적었던 것은 검사 건수가 적어서 그런 착시현상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많았는데,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검사율은 6.7%로서 세계 218개국 중 130위에 불과하며(검사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후진국들도 많다) OECD가입 37개국 중 검사율은 35위로 최하위권이다. 다시 말하면 검사율을 높일 경우 확진자 수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확진자 발생률은 OECD국가들 중 최저 수준인 36위지만 치명률은 중하위권인 27위로서,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에 비해 치명률이 높은 이유는 숨어있는 감염자 수가 많기 때문이라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12월 들어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방역단계가 자꾸 상향되는 것은 정치적 오락가락 방역에 따른 인재(人災)지변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2021년은?
최근 감염자 수가 급증하자 이에 따른 입원 병상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의료계가 올해 초부터 계속 주장해왔던 Covid-19 국공립병원 병상 확보 등의 조치를 정부가 미뤄온 탓에 애꿎은 민간병원들로 불똥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들의 중환자실의 상당수를 Covid-19 병상으로 제공하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의사들을 놀라게 한 것은 어느 친정부 학자의 얘기였다. Covid-19 병상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기피하고 여유 병상이 있음에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사들은 그의 발언에 경악하면서 통계상 숫자 놀음으로 생명을 재단하지 말라고 성토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환자실 병상 하나를 확보하지 못해서 입원이나 전원이 안 되는 중환자들이 부지기수다. 비단 중증외상이나 심뇌혈관질환자뿐만 아니라 생명이 경각에 처해있는 여러 중환자들이 병상 하나만 바라보고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서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현실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반박한다.
그럼에도 정부의 강압으로 불이익을 염려한 대형병원들이 억지로 중환자실을 비우고 Covid-19 병상으로 제공한다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중환자의 사망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통계에 보이는 Covid-19 방역의 성과를 위해서 그렇지 않은 국민의 사망이 더 많이 생긴다면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일인지 묻고 싶다.
결국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이라는 것이 미국이나 유럽과 차별되는 우리만의 장점을 살린 방역시스템이라기보다는, 통계를 주물러서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분식(粉飾)방역이 아닌가 하는 심증을 거둘 수 없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앞 다투어 검사를 늘리고 백신을 사들이고 공공병원의 Covid-19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보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이 과연 우리만 못해서 그런 일에 매진하고 있는 것일까.
세상에는 3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통계주도성장이라고 비판하는 것처럼 방역 또한 통계주도방역, 나아가 통계왜곡방역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다른 선진국들의 대응을 참고하면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재 상황에 맞는 대책을 세우고 의료계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진심으로 의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국민이 믿고 따르는 방역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독일과 중국의 비유가 불편할지 모르겠다. 나도 우리 정부가 그렇게까지 막장 정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당시 독일이나 중국 정부도 자국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로 탄생되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다면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진실 되게 일하라. 그것이 전 세계적 방역 위기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