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의 '답정너' 심사, 국민 불신 초래한다

발행날짜: 2021-02-08 05:45:50
  • 강윤희 전 식약처 심사위원

식약처는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에 대한 최종 허가 기구이다. 허가는 철저하게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서 이뤄져야 한다. 얼마나 '철저하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심사하는가가 규제기관의 수준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필자가 식약처에서 일할 때 안구건조증 치료제에 대해서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과거 어떤 싸이클로스포린 제제를 미국의 FDA가 1차 유효성 지표에서 실패한 임상시험의 후향적 분석에 기반해 허가한 적이 있었다. 이는 문제가 있는 허가였다. 이 약물은 유럽의 EMA와 일본의 PMDA에서는 허가를 받지 못했다(당연히 식약처는 허가를 했다.

필자는 FDA 허가된 약이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는 경우를 본 적이 없는데 그럴려면 심사는 왜 할까). 심지어 일본의 PMDA는 안구건조증 치료제로서 싸이클로스포린 성분 자체를 그 뒤로도 전혀 허가하지 않았다. 이는 일본 안과학회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인데, 필자가 참으로 놀란 부분이었다. 그만큼 허가기관과 의학전문기관의 소통이 원활하고 허가기관이 의학기관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반영한다는 뜻이니까.

어쨌든 위의 예는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 각 규제기관마다 그 결과가 다를 수 있고, 심지어 각 국가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FDA가 항상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EMA가 항상 잘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일본의 PMDA가 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일본의 PMDA는 FDA, EMA 등 다른 선진규제기관의 심사 결과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판단을 잘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은 허가 후 안전성 관리도 FDA/EMA와 달리 매우 독창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나중에 칼럼에서 다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허가 후 안전성 관리를 일본 제도를 따라하다가, FDA와 EMA를 짬뽕해 형식적으로 따라하다가 결국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셀트리온 치료제 승인,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승인 등과 관련해 말들이 많다. 말이 많다는 것은 데이터가 깔끔하지 않거나(유효성이 현저하지 않음),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도 충분하고, 유효성의 근거도 충분하다면 사실 문제될 것이 없다. 바로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각 나라 규제기관의 역량과 수준이 드러나게 된다.

미국의 FDA는 판데믹 상황에서 최소한의 공정하고 과학적 기반 심사를 위해 긴급사용승인에 대한 전문가 심사를 공개하고 있다. 이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고, FDA는 우리나라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와 유사한 회의를 항상 공개적으로 해왔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충분한 자료를 전달받고 검토한 후 참석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토론을 하고, 최종적으로 투표를 한다. 이 토론 과정이 생중계된다.

FDA는 이런 논의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자료를 구성할 뿐 토론 자체에 개입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화이자 백신의 긴급사용승인시에도 토론 상황이 생중계됐는데, 22명의 참석자 중 4명이 만16세 이상 승인에 대해서 반대했지만, 나머지 전문가들은 찬성했기 때문에 화이자 백신의 경우 만16세 이상에 대해서 긴급사용 승인이 이뤄졌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기도 전, 식약처가 심사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인 작년부터 셀트리온 치료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서 정부(대통령, 국무총리, 여당대표 등)는 올해 초 사용할 수 있다고 단정적으로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식약처가 과연 객관적인 심사를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식약처가 그런 과학자로서의 자존심과 강단이 있는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그렇기에 인보사케이주, 리아백스주 등 부적절한 조건부허가가 난무할 수밖에 없다), 식약처는 답정너 심사를 할게 뻔하다고 생각했다. 전문가회의, 중앙약심 등을 거친다고는 하지만, 결과는 사실 이미 결정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필자의 예상대로 진행 중이다.

2019년 8월 KBS 추적60분에서 인보사케이주 허가 문제를 다루었는데, 내용 중에 중앙약심 위원중 한 분이 중앙약심이 식약처의 거수기, 즉 이미 식약처가 내린 결론을 뒷받침하는 요식행위로 이용되는 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했는데, 필자도 매우 동의하는 바이다.

그러므로 식약처가 만약 진정한 의미에서 전문가회의, 중앙약심을 하고 있다면, 그 과정을 떳떳하게 공개하게 바란다. 생중계가 가장 바람직하다. 어떤 전문가들이 참석해, 어떤 토론을 했는지 국민들과 참석하지 못한 전문가들이 듣고 판단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럴 때 그 결과에 대해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식약처 보도자료에 따르면 '검증자문단은 현재 진행중인 임상시험에 대한 최종결과보고서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 대한 중간분석자료를 허가 후에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할 수 있다고 자문했다.' 라고 돼 있는데, 가장 핵심적인 pivotal data는 전부 나중에 받고 일단 허가하겠다니 이것이 말인가 빙구인가. 설사 허가를 하더라도 말은 되게 허가하기를 바란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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