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심평원, 매년 계획에 넣지만 2013년 평가 끝으로 제자리걸음만
평가지표 설정 주요 당사자 심장학회 "평가 항목 진화해야"
'허혈성심질환 적정성평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연초가 되면 발표하는 평가계획에 자리 잡고 있는 항목 중 하나다.
올해도 어김없이 적정성평가 계획에 급성심근경색증(AMI),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이 들어가 있었다. 구체적인 계획은 미정.
이는 올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심평원의 계획에만 매번 등장하고 있을 뿐 허혈성심질환 영역에서 내과적 분야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지 8년째다.
평가 자체를 재개하지 못하고 답보상태인 이유는 계획을 설계하는 심평원과 학계가 좀처럼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2007년부터 급성심근경색증 평가와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 진료량 평가를 각각 6회씩 실시했고 AMI에 대해서는 가감지급을 적용했다. 이들 평가를 바탕으로 심장 질환 관련 진료 영역을 묶어 2013년 허혈섬심질환 통합평가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심장학회는 "평가가 목표점 설정 없이 평가 지표의 100% 수행을 전제로 상대평가하고 있다. 환자케어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통합평가를 거부했다. 그 영향으로 실질적인 평가 대상 기관에 의료기관 중 절반에 가까운 기관이 자료도 내지 않았다. 결국 심평원은 통합평가 계획을 유보했다.
심평원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평가 재개를 위해 제도 개선을 위한 자체 연구용역을 진행하는가 하면 평가 항목 설정에 중요 역할을 하고 있는 심장학회 관계자를 정기적으로 만나며 의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통합평가 문제는 평가실 숙제"라고 운을 떼며 "심장질환 관련 내과적, 외과적 진료를 통합평가하려다 관상동맥우회로술은 단독 평가를 재개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심장학회 임원진과 개별 간담회를 하고 있으며 제안서만 오가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국면이라서 대화가 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평가 재개를 위해 전념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장학회가 허혈성심질환 평가를 반대하는 이유는?
심장학회도 무턱대고 평가를 반대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이미 6차례의 평가를 통해 병원 단위의 질은 끌어올렸으니 보다 진화된 방향의 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급성심근경색증 처럼 골든타임이 있는 질환에 대해서는 단순히 기관 평가에서 나아가 전주기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심장학회 관계자는 "AMI, PCI 평가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한다. 평가 방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급성심근경색증 사망률은 병원 전 단계, 치료 단계, 퇴원 단계 등 3단계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환자가 병원에 도착해 치료받는 과정은 충분히 잘 이뤄지고 있다. 평가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라며 "국민이 초기 증상을 빨리 인지하고 병원에 빨리 도착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병원 전단계, 퇴원 후 문제 등 지역 전체가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심평원이 2016년 발간한 '허혈성 심질환 평가 개선방안 연구(연구책임자 김석일)' 최종보고서에도 급성심근경색 치료의 질은 충분히 개선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의 전달 체계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더해져있었다.
심평원이 진행했던 평가 결과를 보면 전체 의료기관 평균 점수가 97점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90분 이내 P(Primary).PCI 실시율은 평가 초기인 2007년 83%에서 2012년 97%로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만 따로 떼놓고 보면 90분 안에 PCI 실시율이 99%에 달했다. 혈전용해제 투여율도 2007년 70%에서 5년 후 90%로 증가했다.
이처럼 병원 단위 평가 결과는 좋아졌지만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의 사망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평가 기간 동안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질이) 개선됐다"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향평준화 돼 기관간 변별력이 없다"라고 평가했다.
또 "급성심근경색증은 병원 도착 전 사망이 많아 신속한 치료가 요구되는 위급한 질환이라서 환자가 관련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이를 인지하고 빠른 시간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수송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병원 외 환자 전달 체계에 대한 구조적 지표를 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선 현장에서도 "줄 세우기 평가는 더 이상 무의미"
실제 급성심근경색증 환자를 진료하는 일선 의료진도 기존의 지표 만으로 줄 세우기 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A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급성심근경색증 환자는 병원에 늦게 도착해 사망하거나 심근경색증인지 모르고 병원에 왔다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사망이 많이 발생한다"라며 "평가받는 주체가 병원이 돼야 하는 게 아니라 지역 전체가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충청권 B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도 "평가지표에 따르면 심근경색증 환자가 응급실 도착 90분 이내에 시술을 해야 하는데 심뇌혈관 권역센터는 60분 이내, 우리병원은 그보다도 10여분 더 빠르다"라며 "병원에 도착한 환자의 사망률은 낮아지고 있지만 전체 환자 사망률은 벽에 부딪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40~50분 단축해봐야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기까지 평균 180분이 걸린다. 이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다"라며 "이 시간도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라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꼬집었다.
결국 심장학회의 주장처럼 기관 단위 평가를 넘어서는 보다 진화한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평가라는 게 의료기관 뺨을 때리려고 하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병원 전단계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병원만 평가해 줄 세우기를 하려는 것은 심평원이 업무계획을 채우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밖에 안된다"라고 꼬집었다.
또 "환자 한 명을 살리기 위해 지자체가 얼마나 나서고 있고 병원과도 유기적인지 그 시스템을 봐야 한다"라며 "시급을 다투는 골든타임 질환에 대한 국민 인지도가 어느 수준인지, 인지도 향상을 위해 지자체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적정성평가 계획에 급성심근경색증(AMI),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이 들어가 있었다. 구체적인 계획은 미정.
이는 올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심평원의 계획에만 매번 등장하고 있을 뿐 허혈성심질환 영역에서 내과적 분야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지 8년째다.
평가 자체를 재개하지 못하고 답보상태인 이유는 계획을 설계하는 심평원과 학계가 좀처럼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2007년부터 급성심근경색증 평가와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 진료량 평가를 각각 6회씩 실시했고 AMI에 대해서는 가감지급을 적용했다. 이들 평가를 바탕으로 심장 질환 관련 진료 영역을 묶어 2013년 허혈섬심질환 통합평가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심장학회는 "평가가 목표점 설정 없이 평가 지표의 100% 수행을 전제로 상대평가하고 있다. 환자케어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통합평가를 거부했다. 그 영향으로 실질적인 평가 대상 기관에 의료기관 중 절반에 가까운 기관이 자료도 내지 않았다. 결국 심평원은 통합평가 계획을 유보했다.
심평원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평가 재개를 위해 제도 개선을 위한 자체 연구용역을 진행하는가 하면 평가 항목 설정에 중요 역할을 하고 있는 심장학회 관계자를 정기적으로 만나며 의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통합평가 문제는 평가실 숙제"라고 운을 떼며 "심장질환 관련 내과적, 외과적 진료를 통합평가하려다 관상동맥우회로술은 단독 평가를 재개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심장학회 임원진과 개별 간담회를 하고 있으며 제안서만 오가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국면이라서 대화가 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평가 재개를 위해 전념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장학회가 허혈성심질환 평가를 반대하는 이유는?
심장학회도 무턱대고 평가를 반대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이미 6차례의 평가를 통해 병원 단위의 질은 끌어올렸으니 보다 진화된 방향의 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급성심근경색증 처럼 골든타임이 있는 질환에 대해서는 단순히 기관 평가에서 나아가 전주기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심장학회 관계자는 "AMI, PCI 평가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한다. 평가 방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급성심근경색증 사망률은 병원 전 단계, 치료 단계, 퇴원 단계 등 3단계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환자가 병원에 도착해 치료받는 과정은 충분히 잘 이뤄지고 있다. 평가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라며 "국민이 초기 증상을 빨리 인지하고 병원에 빨리 도착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병원 전단계, 퇴원 후 문제 등 지역 전체가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심평원이 2016년 발간한 '허혈성 심질환 평가 개선방안 연구(연구책임자 김석일)' 최종보고서에도 급성심근경색 치료의 질은 충분히 개선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의 전달 체계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더해져있었다.
심평원이 진행했던 평가 결과를 보면 전체 의료기관 평균 점수가 97점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90분 이내 P(Primary).PCI 실시율은 평가 초기인 2007년 83%에서 2012년 97%로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만 따로 떼놓고 보면 90분 안에 PCI 실시율이 99%에 달했다. 혈전용해제 투여율도 2007년 70%에서 5년 후 90%로 증가했다.
이처럼 병원 단위 평가 결과는 좋아졌지만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의 사망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평가 기간 동안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질이) 개선됐다"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향평준화 돼 기관간 변별력이 없다"라고 평가했다.
또 "급성심근경색증은 병원 도착 전 사망이 많아 신속한 치료가 요구되는 위급한 질환이라서 환자가 관련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이를 인지하고 빠른 시간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수송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병원 외 환자 전달 체계에 대한 구조적 지표를 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선 현장에서도 "줄 세우기 평가는 더 이상 무의미"
실제 급성심근경색증 환자를 진료하는 일선 의료진도 기존의 지표 만으로 줄 세우기 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A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급성심근경색증 환자는 병원에 늦게 도착해 사망하거나 심근경색증인지 모르고 병원에 왔다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사망이 많이 발생한다"라며 "평가받는 주체가 병원이 돼야 하는 게 아니라 지역 전체가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충청권 B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도 "평가지표에 따르면 심근경색증 환자가 응급실 도착 90분 이내에 시술을 해야 하는데 심뇌혈관 권역센터는 60분 이내, 우리병원은 그보다도 10여분 더 빠르다"라며 "병원에 도착한 환자의 사망률은 낮아지고 있지만 전체 환자 사망률은 벽에 부딪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40~50분 단축해봐야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기까지 평균 180분이 걸린다. 이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다"라며 "이 시간도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라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꼬집었다.
결국 심장학회의 주장처럼 기관 단위 평가를 넘어서는 보다 진화한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평가라는 게 의료기관 뺨을 때리려고 하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병원 전단계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병원만 평가해 줄 세우기를 하려는 것은 심평원이 업무계획을 채우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밖에 안된다"라고 꼬집었다.
또 "환자 한 명을 살리기 위해 지자체가 얼마나 나서고 있고 병원과도 유기적인지 그 시스템을 봐야 한다"라며 "시급을 다투는 골든타임 질환에 대한 국민 인지도가 어느 수준인지, 인지도 향상을 위해 지자체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