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 주도 전공의 역량 평가 욕심이었나…개정안 무산

발행날짜: 2021-02-23 05:45:56
  • 복지부, 17개 학회 요구안 반려…올해도 결국 평가 무산
    필수 술기 평가 등 연차별 수련 교과 과정 개정안 난항

수련의 질 향상 등을 목표로 대한의학회와 산하 학회들이 야심차게 추진한 전공의 역량 평가 방안이 계속해서 공회전하고 있다.

필수 술기 평가 등 강화된 개정안을 내놨지만 형평성과 실행 가능성 등을 이유로 도입에 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 대유행 등이 겹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다.

역량 평가 방식 전공의 연차별 수련 교과 과정 개정안 난항

22일 대한의학회 등에 따르면 의학회 산하 17개 학회들이 공동으로 요구한 전공의 연차별 수련 교과 과정 개정안이 결국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의 역량 강화를 위한 수련 교과 과정 개편안이 난항을 지속하고 있다.
의학회 임원은 "형평성과 실행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전공의 연차별 수련 교과 과정 개정이 보류된 상황"이라며 "일단 올해는 과거의 기준 그대로 전공의 수련과 평가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의학회를 중심으로 대한외과학회와 비뇨의학회 등은 전공의 수련의 질 향상을 목표로 연차별 수련 교과 과정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과거 단순한 필기 시험 등의 방식에서 벗어나 필수 술기 등 평가를 추가해 전공의 역량을 강화하고 평가 지표를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이에 따라 이들 학회 외에도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등 총 17개 학회들이 역량 평가를 도입한 바 있다. 술기 평가를 추가하거나 동영상 방식의 평가, 학술 평가를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더해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는 전공의 수련 교과 과정 개편 연구 용역을 발주해 체계적인 지원도 나섰다.

내과학회를 비롯해 소아청소년과학회, 외과학회, 이비인후과학회, 비뇨의학회, 재활의학회, 신경과학회, 마취통증의학회 등이 바로 그 대상으로, 복지부는 연구비로 1억원 가량을 투입해 전공의 역량 강화를 위한 수련 교과 과정 개편을 도모해 왔다.

하지만 1차 고비는 코로나 대유행이 가져왔다. 지난해 일종의 시범사업의 성격으로 각 학회들이 강화된 역량 평가 방안을 예고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정상적인 수련 자체가 힘들어지면서 추진 자체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대응으로 인해 전공의들이 과거 기준조차 채우지 못해 줄줄히 낙제를 받을 위기에서 강화된 수련 교과 과정을 대입할 수는 없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따라서 이들 학회들은 이러한 역량 평가 방안을 잠정 유보하고 오히려 필수 수련 교과 과정을 최대 70%까지 줄이며 전공의 구제에 나서야 했다.

복지부, 17개 학회 요청안 반려…"운영 가능성 등 근거 및 체계 불확실"

2차 고비는 형평성과 검증 논란이 가져왔다. 지난해 코로나 대유행으로 불가피하게 이를 잠정 연기했던 학회들이 올해 본격 도입을 다시 예고했지만 또 다시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다.

복지부가 학회의 요구안을 사실상 반려시키면서 올해도 술기 평가 등이 무산됐다.
실제로 현재 이같은 강화된 역량 평가를 도입한 학회는 26개 전문학회 중 17곳으로 절반을 조금 넘긴 정도에 그친다. 나머지 학회들은 과거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의미.

형평성 논란은 여기서 시작한다. 같은 전공의 신분인데 전문과목에 따라 더욱 강화된 평가를 받는 것이 타당하냐는 원론적인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검증 또한 마찬가지다. 이 부분은 보건복지부가 제동을 걸고 있다. 과연 이같은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하는 전공의 수련 교과 과정 개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최근 이들 학회들과 의학회가 요청한 전공의 수련 교과 과정 개정안을 직권으로 보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는 "전문과목 학회들이 제안한 역량 중심의 전공의 수련 교과 과정 개정안의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며 "하지만 이러한 전면 개편을 고시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검증작업이 필수적이다"고 지적했다.

각 학회별로 역량 중심의 전공의 평가를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를 전문의 자격 시험의 조건으로 거는 개정 고시를 위해서는 제대로 시행될 수 있다는 근거와 체계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복지부는 최근 이들 학회의 요청안을 돌려보내고 선언적인 역량 평가, 즉 전문의 고시와 연계되지 않은 학회 차원에서의 반영을 권고했다.

이들 학회들은 복지부의 이러한 결정에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전공의 수련의 질 향상을 목표로 추진하는 방안인데다 이미 전공의들에게 고지가 끝난 사안을 지금 와서 되돌리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불만이다.

전문과목 학회인 A학회 수련이사는 "근거와 검증을 위해서는 일단 추진이 선제 조건 아니냐"며 "이미 2년전에 도입을 확정하고 발표가 끝난 상황인데 이제와서 이를 틀어버린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더욱이 복지부 차원에서도 필요성을 공감하고 연구 용역까지 발주한 사안인데 답답한 부분이 많다"며 "전문의 시험에도 적용되지 않는 사안을 전공의들에게 강요할 수 없는 만큼 일단은 역량 평가 자체를 연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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