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환자가 원주세브란스 찾는 이유 "최신 S-ICD 가능"

발행날짜: 2021-03-29 05:45:54
  • 인터뷰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박영준 교수

심장내과 박영준 교수
"강원도 최초 피하 삽입형 제세동기 프록터 선정"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정문에 플래카드가 붙었다. 심장내과 박영준 교수가 S-ICD(피하 삽입형 제세동기)의 수술 교관쯤으로 해석되는 프록터(proctor)로 선정된 것.

쉽게 말해 강원도내 부정맥 환자라면 굳이 수술을 위해 서울로 갈 필요가 없어졌다. 제세동기의 미래로 일컫어지는 S-ICD 시술은 이제 강원도에서도 '가능한 옵션'이 됐다는 뜻.

도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S-ICD는 무엇일까. 그리고 부정맥 환자에게 S-ICD가 가지는 효용은 무엇일까. 박영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S-ICD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노화 등으로 심장 기능이 저하될 경우 부정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자칫 돌연사의 위험까지 생긴다. 위험도가 높은 부정맥 환자의 경우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그간의 경정맥형 제세동기(ICD) 방식은 혈관과 심장 안에 전극선을 꽂아야 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혈관 감염 및 유착 발생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만일 합병증이 발생하면 다시 개복해 전극선 제거 수술을 해야 한다.

ICD의 단점을 보완한 S-ICD는 말 그대로 피하 삽입형 제세동기다. 전극선이 심장 안이 아닌 피부 밑에 삽입돼 합병증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흉터도 눈에 띄지 않는 부위에 위치해 선호도가 높다. 작년 3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 최신의 의료기기 및 수술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강원도에서 최초로 피하 삽입형 제세동기 삽입술에 성공한지 일년이 지났다. 그간 지역 내에서의 이에 대한 환자들이나 다른 의료진들은 반응은 어떤가?

부정맥 환자가 가까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건 큰 이점이다. 수술후 의료기관을 방문해 관리를 받아야 하고, 합병증 발생할 경우 대응도 빨리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 S-ICD 수술을 원하는 부정맥 환자들은 다 서울로 가야했다. 환자가 원해도 종합병원급 등을 통틀어 해당 수술이 가능한 곳이 없었다.

수술이 어렵다기 보다는 최신의 기기와 수술이 합쳐지다 보니 아직 적용되지 않는 의료기관이 많은 탓이었다. 작년 첫 수술을 시작으로 1년이 지나면서 수술례가 쌓이고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추가된 치료법이 생긴 것이니까 환자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강원도 내 부정맥 환자들은 더 이상 서울로 가지 않아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다 가능하다고 볼 수 있나?

인구의 고령화, 부정맥 환자 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도 준비를 철저히 해 왔다. 부정맥 치료 시술방을 만들고 3D 맵핑 장비도 도입했다. 앞서 언급한 S-ICD와 같은 최신 술기를 도입해서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본원에 와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병원의 홍보맨을 자처한다. 다른 환자들과 교류하면서 본원의 시설 및 실력이 잘 알려진 것 같다.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부정맥 관련 환자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다. 앞으로 본원을 찾는 부정맥 환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부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고 특히 지방에서 심뇌혈관 사망률이 수도권 대비 높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해당 질환에 대한 인식률을 제고하기 위한 활동이 있는지?

지역 특성상 환자들이 고령화돼 있다. 심장 관련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위험 증상이 있어도 참다가 나중에 온다. 이러면 치료 및 예후 모두 안 좋은 경우가 많다. 환자들을 위해 질환을 안내하는 팜플렛과 안내 책자를 만들어서 교육하고 있다. SNS를 활용해 질환별로 동영상을 만들어서 홈페이지에 게재해서 증상을 인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S-ICD 프록터로 선정됐다. 프록터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본인에게 프록터란 '전도사'로 생각된다. 강원도 내 환자들이 고령자가 많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몸에 기기를 삽입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 꽤 있었다.

아무리 최신 기술이고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도 환자가 거부하면 끝이다. 프록터로 선정된 만큼 아무래도 사명감을 가지게 된다. 본인을 S-ICD의 전도사로 생각하고 이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 기존 사례, 예후 등의 자료를 보여주면서 수술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한다.

처음에 배운 수술이 S-ICD가 아니었지만 지난 1년간 8 케이스의 수술을 진행하면서 수술에 보다 익숙해지고 더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환자에게 효용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적극 설득하는 편이다.

▲제세동기를 삽입한 부정맥환자의 경우, 환자가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이 클 수 있을 것 같다. 전문의로써 조언한다면?

실제로 삽입형 제세동기를 수술받은 환자들의 30~40%가 우울/불안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전기 충격이 없었음에도 충격을 느끼는 '환상 쇼크'도 6% 정도 보고 된다. 우울 및 불안, 환상 쇼크 모두 환자 삶의 질 떨어뜨리는 요소다.

환자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 시술후 환자들에게서 제세동기 역할, 충격 대처 요법, 긴급하게 연락해야 할 연락처를 공유해서 불안감 낮추려고 한다. 환자 커뮤니티에서 같이 소통하고 불안, 걱정을 함께 나누면서 심리적 불안감을 낮추려고 한다. 필요한 경우 정신과 상담, 치료도 진행한다.

10명 1 이내로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생긴다. 제세동기 수술은 예방 목적으로 하는 건데 오히려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면 곤란하지 않겠나.

특히 환자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하면 쉽게 내원이 가능하다는 것이 환자의 심리적 불안감 해소에 좋다고 판단한다.

요즘은 제세동기 기기에 원격 시스템이 구비되고 있다. 본원도 원격 시스템에 대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환자가 불안하거나 이상하다고 느낄 때 연락하면 컴퓨터로 시그널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환자가 이상 증상이 있다고 해서 연락이 온 사례가 있다. 원격으로 확인한 결과 이상이 없었다. 이를 원격에서 알려줘서 불안감을 낮춰줬다. 원래는 방문해서 확인해야 하는데, 바로 원격으로 확인하니까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실제 응급일 때는 바로 대처가 가능하다.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

▲부정맥 환자에서 약물로 치료하는 기준, 수술이 필요한 기준은?

부정맥 종류에 따라 다르다. 맥이 느리면 박동기 치료가 필요한데, 이땐 약물 치료 방법이 없다. 시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심방세동은 약물/시술이 필요하다. 보험 기준 상 1차 약물 치료를 하고 불응하는 경우 시술을 한다. 쉽게 말해 약물로 효과가 있으면 약물로 하고, 하다가 안되면 시술적 치료로 넘어가게 된다. 다만 약물은 완치의 개념은 아니고 조절의 개념이다. 부정맥은 심장이 노화되면서 생기는 병이니까 당뇨/혈압처럼 평생가듯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제세동기 삽입술이 다양해지고 있다. 각각 장단점 및 환자별로 적용 가능한 최적의 수술법이 다른지?

제세동기 삽입술은 피하형/혈관내로 가는 삽입술이 있다. 혈관내 삽입술은 경정내로 심장안에 들어가서 충격을 주는 시술 방법이 있고, 피하형은 기존과 다르게 모든 시스템이 피하에 있어 혈관에 안들어가서 합병증 발병 가능성이 낮다. 삽입한 전극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면 전극 제거 수술해야 하는데 그게 수술에 준하는 큰 일이다. 젊은 환자들은 수술 후 오랜기간 전극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 투석 환자들은 혈관 문제 있을 수 있고, 이전에 혈관 감염 문제 있었다든지 하면 합병증 가능성이 올라간다.

이런 경우 피하 삽입형 제세동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젊은 여성들은 미용적 측면을 고려해서 피하형을 선택하기도 한다. 피하형은 다만 심장 박동 기능은 할 수 없다. 박동 필요하거나 박동 통해서 부정맥 가진 환자들은 피하형 제세동기 보다는 혈관 내 제세동기를 삽입해야 한다.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가 있다면?

부정맥으로 심정지로 왔던 30대 여성환자가 있다. 삽입형을 넣어야 하는데 몸안에 기기 넣는 것, 수술 흉터에 대한 부담감으로 그냥 퇴원했던 사례가 있다. 목숨이 걸린 일이지만 몸에 흉터가 생긴다는 것에 큰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S-ICD가 출시되고 보험이 되면서 해당 환자도 S-ICD를 선택했다. 기기를 삽입하고 만족해 했다.

환자가 처음 왔을 때는 S-ICD가 없었다. S-ICD가 2019년 3월 보험이 적용됐고 해당 환자는 작년 5월쯤 수술을 받았다. ICD나 S-ICD나 둘 다 수술 자국이 남지만 S-ICD는 가슴 부위를 피해 옆구리 쪽에 하기 때문에 큰 티가 안 난다.

▲S-ICD가 생소할 것 같은 환자 및 의료진에게 한마디 한다면?

최신 기술이라는 점에서 대학병원급에서도 많이 보급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기존에 수술을 익숙한 의료진이라면 누구든 몇 케이스 수술로 바로 숙달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수술하면서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이 더 적고 혈관내 출혈, 기흉과 같은 부작용 부담감이 덜해 의료진들의 선호도도 이쪽으로 많이 기울 것으로 예상한다. 한 두 케이스만 해보면 인식이 바꿀 것이다. 일본 사례를 보면 부정맥 수술 비율에서 S-ICD의 사용이 약 50%를 차지하지만 한국은 15%에 불과하다. S-ICD의 국내 보급 및 활용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다. 향후 많이 보급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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