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연 학생(경상의대 본과 2학년)
"요즘 하고 있는 취미가 뭐니?" 동아리 담당 교수님께서 자주 물어보시는 질문이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이전 동아리 모임 때마다 교수님은 학생들의 취미를 물으셨다. 그러나 자신이 하고 있는 취미에 대해 열정적으로 대답하는 사람은 적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교수님은 취미를 가지라고 항상 말해오셨다.
본과 2학년이 된 필자는 아직도 확실하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취미가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 저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는 예과 2학년으로 지금보다 더 여유가 있었을 때였다. 그 여유롭던 시기에는 취미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했고, 바쁘다는 핑계로 취미에 대해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본과 2학년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취미의 중요성에 대해 실감하게 되었다.
2021년 현재, 본과 2학년의 생활을 간략하게 설명해보자면 2주마다 시험을 치기 때문에 2주 단위로 생활 패턴이 똑같이 반복된다고 볼 수 있다. 항상 첫 블록이 시작된 주 수요일이나 목요일까지 쉬엄쉬엄 강의를 듣다가 두 번째 주 시험까지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시험이 끝난 후 주말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다시 첫 주의 시작을 조금 여유롭게 보내는 삶이다.
이번 과목이 지나가면 이 과목에 대해 더 자세히 공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시험 보기 직전까지 정말 열심히 모든 것을 시험에 쏟아붓는다. 동기들도 하루, 이틀 밤을 새워가며 시험에 모든 것을 쏟는다. 처음 2주간의 패턴대로 살기 시작했을 때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시험이 반복될수록 이 패턴대로 살기가 버겁다고 느껴진다.
코로나로 인해 더욱 단절된 환경 속에서 정해진 패턴대로 산다는 것은 다시 블록 강의의 첫 주가 돌아왔을 때 다음 블록 강의를 시작하며 산다는 것은, 에너지가 어느 정도 바닥이 난 상태에서 다시 에너지를 쏟는 것 같은 기분이다. 살의 굴곡이 너무 정형화되어 단조로움만 있는 느낌이었다.
열심히 모든 에너지를 특정 목표에 쏟으며 살다가 여유가 있는 삶의 구간에서 다시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물론 PBL이나 과제, 시험 등 시간을 쏟아야 하는 일상에 치이다 보면 취미를 가져야 한다는 여유를 갖기 어렵다. 시험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시험이 끝난 주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삶의 조그마한 변화보다는 다음 2주간의 패턴을 다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체력을 보충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취미가 있다는 것은, 필자가 취미라고 그냥 일컬었지만 무언가 조그마한 흥미라도 생기는 활동은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 다음 2주를 견뎌낼 힘을 주는 것 같았다. 시험공부로 인해 과부하가 걸린 것 같은 필자의 상태를 다시 원상태로 복구 시켜주는 힘이 취미 활동에서 나온 것을 자주 경험하기도 했다.
필자가 좋아하는 가수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와서 한 이야기가 있다. 그 가수는 콘서트 표가 1분 안에 매진 될 만큼 유명하고 그만큼 열심히 제 일을 한 가수다. 그런데 이 가수는 "제가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한 건 일밖에 없구나를 느꼈다. 일만 하느라고 다른 거는 남들만큼 열심히 못 했구나 싶었다. 과연 이게 '건강한 열심'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달라져야 하겠다는 생각이다"라는 말을 했다.
그 프로를 보면서 의대생의 본과 생활은 정말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고 공부하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동기조차도 열심히 자신의 공부를 한다. 그만큼 의대생 모두 자신의 시간을 대부분 전공에 쓸 텐데 그 열심이 '건강한 열심'이기를 바라고 매번 똑같은 일정에 가슴이 뛰는, 활력을 얻는 그런 활동이 바쁜 일상에 조금이나마 스며들어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는 열심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