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공급자 모두 어려운 현실…누적 적립금 활용안 등장
"비급여의 급여화 재정, 추계보다 덜 나갔다…수가에 투입해야"
의료기관의 한 해 살림살이를 결정지을 수가협상의 마지막 날이다. 그동안 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 단체가 서로의 입장 차를 확인했으니 이제 그 간극을 좁혀 나갈 일만 남았다.
가입자도, 공급자도 모두 코로나19로 어렵다는 부분은 누구나 공감하는 상황. 이런 가운데 공급자 단체는 수가 인상에 투입할 재정 확대를 목표로 가입자 설득을 위한 묘안을 내놓고 있다.
건보공단과 6개 유형 공급자 단체 수가협상단은 31일 오후 대한병원협회를 시작으로 내년도 수가 인상률을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한다. 3차 협상부터는 구체적인 인상률을 놓고 공급자 단체와 건보공단의 힘겨루기가 예정돼 있는데, 협상 시간도 30분 단위로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공급자 단체는 수가 인상에 투입할 건강보험 재정, 일명 밴딩을 결정하는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설정한 1차 밴딩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SGR 모형을 적용한 환산지수 연구 결과에 따라 수가 인상률의 순서는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 공급자 단체는 정해진 순위 속에서 보다 더 많은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밴딩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총량이 늘어나면 개별에게 주어지는 양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병원과 의원은 투입되는 추가 재정의 70% 이상을 갖고 가기에 밴딩을 확대하기 위한 논리 개발에 나서는 모습이다.
공급자 단체가 한목소리로 1차 밴딩이 지난해 수준이라는 걸로 봤을 때 그 규모는 8000억원 후반대 정도로 점쳐진다. 윤석준 재정위원장이 밴딩 확대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공급자 단체는 기대를 버릴 수가 없는 상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투입 재정 "예상보다 덜 썼다"
건보공단은 지난 2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건강보험 재정은 당초 계획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내용을 보면 지난해 현금흐름 기준 건보 재정은 연간 3531억원이 줄었다. 누적 적립금은 17조4181억원이었다. 적자 규모는 2018년 1778억원에서 2019년 2조8243억원까지 불어났지만 지난해는 적자 규모가 3531억원에 머물렀다.
정부가 2019년 비급여의 급여화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작하면서 추계했던 2조7275만원에도 한참 못 미친다. 정부가 발표한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보면 지난해 건강보험 총지출 예상치는 76조7000억원인데 실제로는 73조7716억원만 쓰였다. 예상보다 2조9284억원을 안쓴 셈이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비급여의 급여화로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를 이미 예상하고 있던 터. 실제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문케어 적자는 계획된 적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재정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은 코로나19 탓에 의료기관 이용량 감소 영향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공급자 단체 보험이사는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추계한 비용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덜 나갔다"라며 "지출 감소는 의료이용량 감소 영향이다. 의료 이용률 감소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재정도 더 적게 나간다. 써야 할 돈을 쓰지 않은 만큼 발생한 부분을 수가협상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출감소분인 2조9284억원 중 절반 정도는 가입자에게 보험료, 공급자는 수가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각 공급자 단체는 수가협상장에서 재정 절약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한의과는 2019년 추나요법이 급여화됐는데 정부는 1087억~1191억원의 재정이 나갈 것이라고 추계했다. 하지만 실제 사용된 재정은 절반도 안 되는 48% 수준에 그쳤다.
치과도 노인 틀니와 임플란트, 치속체거, 실란트 등이 급여 항목에 들어갔는데 연간 1039만명이 혜택을 봤다. 급여화로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8400억원 감소했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건보료 인상 대신 누적 적립금 17조원 활용하자"
수가인상과 건강보험료 인상이 직결되는 상황에서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기 위한 방안도 나왔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부회장은 수가협상 초기부터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 사용을 처음 주장했다.
2020년 현금흐름 기준 누적 적립금은 17조4181억원.
보건복지부는 비급여의 급여화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누적 적립금을 2022년까지 매년 10조원 이상 유지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현재 누적 적립금은 계획보다 7조 여원이 많은 상황.
마경화 부회장은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보건의료계도 힘들지만 전 국민이 모두 힘들다. 보험료를 많이 낼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라며 "지난해 의료이용량이 줄면서 진료비가 늘어나지 않았다. 이 갭을 잘 활용해 적정 보험료 증가는 있어야겠지만 실제 보험료 증가 없이도 밴딩을 확보해 수가협상에 활용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협 김성훈 보험이사도 "굳이 보험료를 올리지 않더라도 누적 적립금을 이용하면 가입자에게 부담은 주지 않을 수 있다"라며 "코로나19라는 비정상 상황에서 이번만큼만 활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대한병원협회 한 임원도 "엄밀히 이야기하면 건보재정은 당해 걷은 보험료를 그 해에 다 써야 한다"라며 "정부가 보장성 강화 때도 재정을 어느 정도 쓴다는 것을 전제로 했고 누적적립금도 10조 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현 상황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검토는 할 수 있겠지만 누적 적립금 사용 문제는 건보공단이나 재정위의 결정보다는 보다 윗선의 결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치력이 필요한 문제라는 한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준비금' 규모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보법 38조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회계연도마다 결산상 잉여금 중 그 연도의 보험급여에 든 비용의 100분의5 이상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연도에 든 비용의 100분의 50에 이를 때까지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즉, 17조여원의 준비금은 지난해 건강보험 지출액인 73조7716억원의 절반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의료계 한 인사는 "코로나19 예방접종 비용도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하고 있는 현실인데 수가 인상에 누적 적립금 활용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라면서도 "건보법에서 정하고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선뜻 활용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난색을 표했다.
가입자도, 공급자도 모두 코로나19로 어렵다는 부분은 누구나 공감하는 상황. 이런 가운데 공급자 단체는 수가 인상에 투입할 재정 확대를 목표로 가입자 설득을 위한 묘안을 내놓고 있다.
건보공단과 6개 유형 공급자 단체 수가협상단은 31일 오후 대한병원협회를 시작으로 내년도 수가 인상률을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한다. 3차 협상부터는 구체적인 인상률을 놓고 공급자 단체와 건보공단의 힘겨루기가 예정돼 있는데, 협상 시간도 30분 단위로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공급자 단체는 수가 인상에 투입할 건강보험 재정, 일명 밴딩을 결정하는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설정한 1차 밴딩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SGR 모형을 적용한 환산지수 연구 결과에 따라 수가 인상률의 순서는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 공급자 단체는 정해진 순위 속에서 보다 더 많은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밴딩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총량이 늘어나면 개별에게 주어지는 양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병원과 의원은 투입되는 추가 재정의 70% 이상을 갖고 가기에 밴딩을 확대하기 위한 논리 개발에 나서는 모습이다.
공급자 단체가 한목소리로 1차 밴딩이 지난해 수준이라는 걸로 봤을 때 그 규모는 8000억원 후반대 정도로 점쳐진다. 윤석준 재정위원장이 밴딩 확대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공급자 단체는 기대를 버릴 수가 없는 상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투입 재정 "예상보다 덜 썼다"
건보공단은 지난 2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건강보험 재정은 당초 계획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내용을 보면 지난해 현금흐름 기준 건보 재정은 연간 3531억원이 줄었다. 누적 적립금은 17조4181억원이었다. 적자 규모는 2018년 1778억원에서 2019년 2조8243억원까지 불어났지만 지난해는 적자 규모가 3531억원에 머물렀다.
정부가 2019년 비급여의 급여화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작하면서 추계했던 2조7275만원에도 한참 못 미친다. 정부가 발표한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보면 지난해 건강보험 총지출 예상치는 76조7000억원인데 실제로는 73조7716억원만 쓰였다. 예상보다 2조9284억원을 안쓴 셈이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비급여의 급여화로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를 이미 예상하고 있던 터. 실제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문케어 적자는 계획된 적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재정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은 코로나19 탓에 의료기관 이용량 감소 영향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공급자 단체 보험이사는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추계한 비용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덜 나갔다"라며 "지출 감소는 의료이용량 감소 영향이다. 의료 이용률 감소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재정도 더 적게 나간다. 써야 할 돈을 쓰지 않은 만큼 발생한 부분을 수가협상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출감소분인 2조9284억원 중 절반 정도는 가입자에게 보험료, 공급자는 수가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각 공급자 단체는 수가협상장에서 재정 절약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한의과는 2019년 추나요법이 급여화됐는데 정부는 1087억~1191억원의 재정이 나갈 것이라고 추계했다. 하지만 실제 사용된 재정은 절반도 안 되는 48% 수준에 그쳤다.
치과도 노인 틀니와 임플란트, 치속체거, 실란트 등이 급여 항목에 들어갔는데 연간 1039만명이 혜택을 봤다. 급여화로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8400억원 감소했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건보료 인상 대신 누적 적립금 17조원 활용하자"
수가인상과 건강보험료 인상이 직결되는 상황에서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기 위한 방안도 나왔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부회장은 수가협상 초기부터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 사용을 처음 주장했다.
2020년 현금흐름 기준 누적 적립금은 17조4181억원.
보건복지부는 비급여의 급여화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누적 적립금을 2022년까지 매년 10조원 이상 유지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현재 누적 적립금은 계획보다 7조 여원이 많은 상황.
마경화 부회장은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보건의료계도 힘들지만 전 국민이 모두 힘들다. 보험료를 많이 낼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라며 "지난해 의료이용량이 줄면서 진료비가 늘어나지 않았다. 이 갭을 잘 활용해 적정 보험료 증가는 있어야겠지만 실제 보험료 증가 없이도 밴딩을 확보해 수가협상에 활용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협 김성훈 보험이사도 "굳이 보험료를 올리지 않더라도 누적 적립금을 이용하면 가입자에게 부담은 주지 않을 수 있다"라며 "코로나19라는 비정상 상황에서 이번만큼만 활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대한병원협회 한 임원도 "엄밀히 이야기하면 건보재정은 당해 걷은 보험료를 그 해에 다 써야 한다"라며 "정부가 보장성 강화 때도 재정을 어느 정도 쓴다는 것을 전제로 했고 누적적립금도 10조 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현 상황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검토는 할 수 있겠지만 누적 적립금 사용 문제는 건보공단이나 재정위의 결정보다는 보다 윗선의 결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치력이 필요한 문제라는 한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준비금' 규모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보법 38조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회계연도마다 결산상 잉여금 중 그 연도의 보험급여에 든 비용의 100분의5 이상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연도에 든 비용의 100분의 50에 이를 때까지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즉, 17조여원의 준비금은 지난해 건강보험 지출액인 73조7716억원의 절반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의료계 한 인사는 "코로나19 예방접종 비용도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하고 있는 현실인데 수가 인상에 누적 적립금 활용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라면서도 "건보법에서 정하고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선뜻 활용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난색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