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3개 도시 4개 그룹 대상 질적 연구 결과 공개
공무원과의 갈등·부가 업무 고통 심각…"장기 대책 시급"
코로나 대유행이 2년여 동안 장기화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의료진들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한계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들은 공무원과의 갈등 등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고 지나친 업무 강도와 충분하지 않은 지원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첫 코로나 의료인 대상 질적 연구 결과 공개
14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코로나 대유행과 의료인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한 질적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doi.org/10.3346/jkms.2021.36.e170).
지금까지 의료인들의 불만과 고통, 스트레스 등에 대한 양적 연구는 일부 있었지만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한 심층적 질적 연구는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단순히 스트레스나 불만이 늘고 있다는 수치적 접근에서 벗어나 과연 의료인들의 어느 부분에서 절망하고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면교사의 근거가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이를 위해 국립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소희 박사를 비롯한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전남대병원, 한국외국어대 연구진은 2020년 11월부터 12월까지 서울과 대구, 광주 등 국내 3개 도시에서 의료인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눠 대면 인터뷰를 통한 정성 연구를 진행했다.
실제로 코로나 환자의 방역과 치료에 투입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1시간 이상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합의된 질적 연구 방식(CQR)을 통해 이를 분석한 것이다.
질적 연구 분석은 크게 4가지의 테마로 진행됐다. 실제 코로나 환자들을 대하면서 느끼는 고통과 개인 생활과 관련된 고통, 신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이 바로 그것이다.
일단 업무적 고통의 원인을 살펴보자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의료인들이 매우 많았다. 언론 및 공무원과의 갈등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가져왔으며 의료진간, 환자와의 갈등 등 수없는 갈등에 지쳤다는 하소연이다.
실제로 심층 인터뷰에 답한 A의료인은 "코로나 상황에 대응하면서 컨트롤 타워에 수차례 질문을 했지만 한번도 바로 답변을 받은 바가 없다"며 "환자는 즉각적인 대응을 원하는데 그럴 수가 없어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고 털어놨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코로나 의료진에 대한 역할의 모호성과 직원 부족에 불만을 느낀 의료인들이 많았다.
코로나 대응에 착출됐지만 여전히 맡고 있던 업무를 수행해야 하거나 특정 의료인만 지속적으로 파견되면서 그 의료인의 업무를 누군가가 떠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계약직 의료인을 많이 채용했지만 오히려 이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뺏기면서 더욱 스트레스가 심해졌다는 의견도 많았다.
개인적인 생활 부분에서는 역시 편견 부분이 고통의 배경이 됐다. 코로나 환자를 접해야 하는 의료인의 특성상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개인 생활에 너무나 심각한 제약을 받았다는 하소연이다.
연구에 참여한 B의료인은 "코로나 검사에 투입되면서 6개월 이상 가족과 격리돼 생활했고 친구는 물론 아무도 만나지 않은 채 혼자 생활해야만 했다"며 "또한 옆집에 사는 여성이 엘리베이터를 탈때 나와 거리를 두는 것을 보고 좌절했다"고 토로했다.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각…"장기적 대책 필요"
특히 이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강한 스트레스로 인해 사실상 절망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위험 수준에 다다르고 있었다.
정신적 스트레스의 원인은 역시 감염에 대한 공포와 사회적 오명에 대한 두려움, 끝이 없는 상황에 대한 절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의료인이라도 확진이 되면 동선이 공개된다는 점에서 혹여 확진이 됐을때 동선 공개로 사회적으로 매장당할까 극심한 두려움을 품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코로나 환자와 늘 밀접 접촉한다는 점에서 늘 확진에 대한 두려움과 환자 및 가족들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에 대한 두려움도 심각했다.
연구에 참여한 C의료인은 "집을 사기 위해 지방에 내려가야 하는 일이 많았는데 혹여 만약 내가 확진된다면 이같은 동선이 공개돼 지방에 여행을 다닌 의료인으로 매도당할까 두려웠다"고 호소했다.
D의료인도 "당연히 내가 해야할 일이지만 코로나 대응을 위한 방호복을 수거하는 일이 너무나 두려웠다"며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보는 것보다 그때 입었던 옷을 집는 것이 더 감염 위험이 높다는 생각에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코로나 대응으로 지나치게 많은 업무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막연함이 이들을 강하게 짓누르고 있었다. 여기에 차별과 불충분한 지원도 고통의 한 축을 담당했다.
연구에 참여한 E의료인은 "의사로서 너무나 많은 일을 하다보니 이제는 환자를 만나는 것만으로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며 "사실상 거의 인생 전체를 포기하며 병원에 있었기에 끝이 없는 것 같은 상황을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신체적 고통도 마찬가지 경향을 보였다. 결국 방호복을 입고 장기간 근무해야 하는 특성상 공황 상태까지 빠진 의료진도 있었다.
특히 근육통과 호흡기 질환, 피부병은 물론 관절통과 정신과적 질환 등을 호소하며 직장을 그만둘 고민까지 한 의료인도 많았다는 점에서 문제를 더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이같은 의료인들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대응을 넘어 이후 있을 감염병 대처 등을 위해 지금 도출된 문제들을 장기적 관점에서 해소해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예외없이 모든 의료진이 병원 규모와 지역에 관계없이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며 "이러한 문제가 의료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대한 원인들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만큼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포괄적인 지원 시스템이 시급하다"며 "이와 함께 감염병 대응을 위한 장기적인 지원 정책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공무원과의 갈등 등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고 지나친 업무 강도와 충분하지 않은 지원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첫 코로나 의료인 대상 질적 연구 결과 공개
14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코로나 대유행과 의료인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한 질적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doi.org/10.3346/jkms.2021.36.e170).
지금까지 의료인들의 불만과 고통, 스트레스 등에 대한 양적 연구는 일부 있었지만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한 심층적 질적 연구는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단순히 스트레스나 불만이 늘고 있다는 수치적 접근에서 벗어나 과연 의료인들의 어느 부분에서 절망하고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면교사의 근거가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이를 위해 국립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소희 박사를 비롯한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전남대병원, 한국외국어대 연구진은 2020년 11월부터 12월까지 서울과 대구, 광주 등 국내 3개 도시에서 의료인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눠 대면 인터뷰를 통한 정성 연구를 진행했다.
실제로 코로나 환자의 방역과 치료에 투입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1시간 이상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합의된 질적 연구 방식(CQR)을 통해 이를 분석한 것이다.
질적 연구 분석은 크게 4가지의 테마로 진행됐다. 실제 코로나 환자들을 대하면서 느끼는 고통과 개인 생활과 관련된 고통, 신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이 바로 그것이다.
일단 업무적 고통의 원인을 살펴보자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의료인들이 매우 많았다. 언론 및 공무원과의 갈등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가져왔으며 의료진간, 환자와의 갈등 등 수없는 갈등에 지쳤다는 하소연이다.
실제로 심층 인터뷰에 답한 A의료인은 "코로나 상황에 대응하면서 컨트롤 타워에 수차례 질문을 했지만 한번도 바로 답변을 받은 바가 없다"며 "환자는 즉각적인 대응을 원하는데 그럴 수가 없어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고 털어놨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코로나 의료진에 대한 역할의 모호성과 직원 부족에 불만을 느낀 의료인들이 많았다.
코로나 대응에 착출됐지만 여전히 맡고 있던 업무를 수행해야 하거나 특정 의료인만 지속적으로 파견되면서 그 의료인의 업무를 누군가가 떠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계약직 의료인을 많이 채용했지만 오히려 이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뺏기면서 더욱 스트레스가 심해졌다는 의견도 많았다.
개인적인 생활 부분에서는 역시 편견 부분이 고통의 배경이 됐다. 코로나 환자를 접해야 하는 의료인의 특성상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개인 생활에 너무나 심각한 제약을 받았다는 하소연이다.
연구에 참여한 B의료인은 "코로나 검사에 투입되면서 6개월 이상 가족과 격리돼 생활했고 친구는 물론 아무도 만나지 않은 채 혼자 생활해야만 했다"며 "또한 옆집에 사는 여성이 엘리베이터를 탈때 나와 거리를 두는 것을 보고 좌절했다"고 토로했다.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각…"장기적 대책 필요"
특히 이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강한 스트레스로 인해 사실상 절망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위험 수준에 다다르고 있었다.
정신적 스트레스의 원인은 역시 감염에 대한 공포와 사회적 오명에 대한 두려움, 끝이 없는 상황에 대한 절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의료인이라도 확진이 되면 동선이 공개된다는 점에서 혹여 확진이 됐을때 동선 공개로 사회적으로 매장당할까 극심한 두려움을 품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코로나 환자와 늘 밀접 접촉한다는 점에서 늘 확진에 대한 두려움과 환자 및 가족들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에 대한 두려움도 심각했다.
연구에 참여한 C의료인은 "집을 사기 위해 지방에 내려가야 하는 일이 많았는데 혹여 만약 내가 확진된다면 이같은 동선이 공개돼 지방에 여행을 다닌 의료인으로 매도당할까 두려웠다"고 호소했다.
D의료인도 "당연히 내가 해야할 일이지만 코로나 대응을 위한 방호복을 수거하는 일이 너무나 두려웠다"며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보는 것보다 그때 입었던 옷을 집는 것이 더 감염 위험이 높다는 생각에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코로나 대응으로 지나치게 많은 업무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막연함이 이들을 강하게 짓누르고 있었다. 여기에 차별과 불충분한 지원도 고통의 한 축을 담당했다.
연구에 참여한 E의료인은 "의사로서 너무나 많은 일을 하다보니 이제는 환자를 만나는 것만으로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며 "사실상 거의 인생 전체를 포기하며 병원에 있었기에 끝이 없는 것 같은 상황을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신체적 고통도 마찬가지 경향을 보였다. 결국 방호복을 입고 장기간 근무해야 하는 특성상 공황 상태까지 빠진 의료진도 있었다.
특히 근육통과 호흡기 질환, 피부병은 물론 관절통과 정신과적 질환 등을 호소하며 직장을 그만둘 고민까지 한 의료인도 많았다는 점에서 문제를 더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이같은 의료인들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대응을 넘어 이후 있을 감염병 대처 등을 위해 지금 도출된 문제들을 장기적 관점에서 해소해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예외없이 모든 의료진이 병원 규모와 지역에 관계없이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며 "이러한 문제가 의료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대한 원인들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만큼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포괄적인 지원 시스템이 시급하다"며 "이와 함께 감염병 대응을 위한 장기적인 지원 정책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