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백신 NIP 확대 방안 맞나…실효성 물음표

황병우
발행날짜: 2021-08-20 05:45:59
  • 접종 확대 대상 2016년부터 이미 국가예방접종 포함
    과거 접종 시기 놓친 경우만 혜택…26세 확대 계획도

정부가 자궁경부암(HPV) 백신의 국가예방접종(이하 NIP)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현재 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청원 도입 4주년을 맞아 영상답변을 통해 "여성 청소년 모두 무료 예방 접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핵심이 되는 내용은 자궁경부암 무료백신 접종 대상을 현행 만 12세 이하 여성 청소년에서 만 17세 이하로 넓히는 것으로 향후 18세부터 26세 여성에 대해서는 저소득층부터 대상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발표되자 마자 실제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곧바로 따라오고 있다. 실제로 혜택 받는 이들이 적어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이번에 확대되는 만 13~17세 여성 청소년이 이미 자궁경부암 백신 NIP 대상자였다는 점.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한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은 지난 2016년부터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으로 지정돼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상태다. 2003년 1월부터 2004년 12월 출생자가 첫 대상자였다.

문 대통령이 확대했다고 밝힌 최고 연령대인 만 17세는 2003년 생으로 이미 이 범위에 포함돼 대부분이 백신을 맞은 상태라는 의미다.

결국 이번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대상 범위 확대는 이전에 NIP 대상이 아니었던 이들을 포함하는 듯한 보여주기식 발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확대안이 시행되면 과거 NIP 접종 기간을 놓쳤던 만 13~17세 여성 청소년의 경우 접종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접종 공백을 메우는 순기능은 존재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HPV 백신 사업 첫해 2003년생의 1차 접종률은 61.5%였으며, 2017년 대상자인 2004년생의 경우 1차 접종률이 72.6%였다. 2018년 대상자인 2005년생은 87.2%가 이미 백신을 맞았다.

이를 기준으로 당시 미접종자 인구인 2003년생 약 40%, 2004년생 약 30% 등이 접종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많은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실질적인 혜택은 적을 것으로 본다"며 "사용 가능한 예산과 접목해 실질적인 혜택을 더 늘릴 수 있는 정교한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NIP로 접종이 가능한 자궁경부암 백신은 MSD의 가다실프리필드시린지(이하 가다실)와 GSK의 서바릭스프리필드시린지(이하 서바릭스) 등 총 2종류이다.

지난해 말 질병관리청이 고시한 '예방접종업무의 위탁에 관한 규정'에 따른 예방접종 비용을 보면 서바릭스와 가다실은 각각 5만6550원, 6만3280원으로 백신비가 책정돼 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NIP 확대로 인한 접종 대상이 적은 것은 물론 의원에서 비급여 접종 시의 비용과 NIP 백신비의 접종간 격차가 있는 만큼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체감 효과는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MSD관계자는 "아직 정책이 시행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의 영향 등에 대해 말하기는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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