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병원들 알코올 전문병원 꺼리는 이유

정재훈
발행날짜: 2021-12-20 05:45:50
  • 정재훈 아주편한병원 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알코올 중독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만연해있는 중대 질환이다. 연구에서 습관성 음주와 폭음을 자주하는 ‘문제적 음주’가 결국 알코올 중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현재는 이를 통칭해서 알코올 사용 장애(alcohol use disorder)로 부른다.

정재훈 병원장.
2016년도에 시행된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서 알코올 사용 장애에 해당되는 분들이 전체 인구의 12.2%로 나왔다. 놀라운 사실은 알코올 중독 환자가 4.5%에 해당된다는 사실이다. 담배 중독 니코틴 사용 장애가 10.6%, 마약 같은 약물중독이 0.3%인 것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치다.

알코올 중독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내과적 건강 악화가 있다. 간경화증, 당뇨가 대표적이다. 또한 치매의 원인이 된다. 알콜성 치매가 대표적이다. 건강문제 외에 대표적인 것은 자해 혹은 타해의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평소 온순한 환자들이 술에 만취에 가정폭력을 휘두르고 타인에게도 공격적 행동을 한다. 또한 술에 취해 욱하는 심정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실제 자살성공 환자들의 40%이상이 술과 연관되어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가정폭력의 대상자가 되는 배우자나 자녀들은 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각종 정신과적 질환의 빈도가 높아진다. 이렇듯 알코올 중독은 개인을 넘어 가정과 사회에 큰 부담을 주는 질환이다.

과거 알코올 중독치료는 심하면 정신과 병원에 입원하고 관련 교육 및 치료를 받는 수준이었다. 중독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알기 전임으로 신체적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환자가 적당한 단주의지만 보여도 일단 퇴원 후 관찰하였다.

그러다 보니 재발률이 높았다. 상당 수 알코올 중독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해도 퇴원하면 재음주를 하였기에 알코올 중독은 치료가 잘 안 되는 질환이라는 편견이 생겼다. 조현병에 비해 약물로만은 치료가 잘 안되는 질환임으로 소위 ‘회전문 현상’이 생겼고 계속 반복 입원되는 환자들이 많다.

또한 초기 알코올 중독으로 시작했다가 대부분 약물중독으로 진행되는 외국에 비해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다. 역설적으로 한국의 알코올 중독환자들은 대부분 매우 심해져서야 병원을 방문함으로 외국과 비교할 때 매우 심한 단계의 중독환자들이 많다. 어찌 보면 약물중독 수준의 심각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알코올 중독은 일반 정신과 질환들에 비해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여된다.

병원의 치료 역량을 총 집중하여 치료해야하는 질환인 것이다. 현재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병원은 전국에 총 9개 병원이 있다. 400개가 넘는 정신과 병원 중 매우 적은 숫자이다.

높은 유병율과 알코올 전문병원의 좋은 치료결과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대부분 정신과병원은 알코올 전문병원으로 신청하는 것을 꺼린다.

현실적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연평균 66%의 알코올 관련 환자 비율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타 정신과 환자를 입원시키기 힘들다. 빈 병상을 타 정신과 환자로 입원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병상 가동률이 줄어든다.

인력도 타 정신과병원에 비해 평균적으로 20%를 더 채용해서 운영하니 비용 지출도 늘어난다. 전문병원 관련 수가가 있기는 하지만 건강보험 환자만 해당이다 보니 의료급여 환자가 전국적으로는 60%에 가까운 정신과의 현실에서 운영이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 200명의 입원환자가 입원한 경우 인력이나 치료 세팅은 200명에 준해서 운영하지만 정작 전문병원수가는 100명 미만으로만 받는 것이다. 차라리 알코올 전문병원을 포기하면 인력도 줄일 수 있고 타 정신과 입원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운영에 더 플러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코올 전문병원들은 현재 많은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운영하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성취감과 소명의식 때문이다. 질환 특성 상 자·타해의 위험도가 높은 사례들로부터 가족들이나 사회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 경찰에 의한 응급입원이나 행정입원 과정에서 알코올 전문병원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많은 공공의료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알코올 중독 환자들이 집중치료로 좋아지면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건강회복을 넘어서 가족들이 회복되고 직장에 복귀함으로 국가에 세금도 내고 지역사회에도 기여한다. 이런 부분들은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입장에서 큰 보람임으로 차마 내려놓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도 한계가 있다. 계속 재정적 어려움을 감내하기에는 이젠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다. 9개의 알코올 전문병원 중 반 정도는 알코올 전문병원 포기를 경영상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나머지 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적 필수분야로 전문병원에 포함된 알코올 전문병원이 잘 유지되고 더 확대되려면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또한 제도적 뒷받침에서 의료급여환자가 차별받는 일은 없어야한다. 최소한 환자가 아플 때 받는 치료권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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