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괴생물 근거 없어…가짜뉴스 막을 거버넌스 필요"

발행날짜: 2021-12-20 17:40:10
  • 20일, 의협 토론회서 인포데믹 문제점과 대응전략 논의
    명승권 "근거중심의학 관점에서 가짜뉴스 대응해야" 당부

코로나19 백신에 괴생물체가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이런 잘못된 정보를 막기 위해 정부·의료전문가·언론이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일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건강정보분과는 '건강정보 인포데믹의 문제점과 대응전략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선 정보와 전염병의 합성어인 인포데믹(정보전염병)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대한의사협회 '건강정보 인포데믹의 문제점과 대응전략 마련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의 모습.
최근 온라인 매체를 통해 확산되는 잘못된 건강정보나 코로나19 관련 악성루머가 혼란을 야기하고, 우울증 및 극단적 선택까지 초래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토론회 시작에 앞서 "한 산부인과 전문의가 코로나19 백신에서 괴생물체가 발견됐다고 해 국민의 공포를 유발했다"며 "다행히 의협이 윤리특별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고 있지만, 하얀 가운을 입고 나와 건강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면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대학원장은 근거중심의학적 관점에서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는 입증됐다고 말했다.

근거중심의학은 진료 시 기존의 결과는 물론 최신 연구를 통한 현존 최상의 근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하는 것이다. 신약은 효과와 안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메타분석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코로나19 백신 역시 이 같은 절차를 통해 출시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이 수만 건의 사례 분석을 거쳐 출시된 것에 반해 그 안에 괴생물이 있다는 주장은 사례와 근거가 빈약하다는 설명이다. 메타분석은 개별연구 결과를 종합하는 통계분석법으로 실험실·동물·환자군·임상 등의 연구를 각각 진행해 효과를 교차 검증한다.

명승권 대학원장은 인포데믹이 어떤 결과를 불어올 수 있는지와 관련해 미국 소아청소년과 의사 벤저민 스폭의 육아서적으로 40년 동안 10만 명 이상의 신생아가 죽은 사례를 꼽았다.

이 책엔 "신생아가 구토하면 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엎드려 재워야 한다"고 서술돼 있는데, 메타분석으로 검증한 결과 실제론 이 같은 방법이 오히려 신생아 돌연사증후군을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명 대학원장은 "의료인과 언론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근거중심의학에 대한 개념과 이해가 부족하다"며 "우리나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80%를 넘은 만큼 그 안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있었다면 관련 증상에 대한 보고가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서울대학교 이철주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인포데믹 방지를 위해 국민의 신뢰도가 높은 의료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의료인과 의료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가짜정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선 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2017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전문직종 직업인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의사와 간호사가 각각 90.7%, 90.2%로 1, 2위를 기록했다.

그는 인포데믹 확산을 막기 위해 공중보건기관과 소셜미디어 기업, 언론 등이 연계한 '인포서베일런스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료전문가가 교차 검증을 통해 정확한 정보와 전문 교육을 마련하고 언론이 이를 대중으로 잇는 도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잘못된 건강 정보 확산을 제한하기 위해선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전문지식과 신뢰도를 보유한 보건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정부와 의료단체의 방역지침이나 권고사항이 바뀌면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진 상황을 우려했다. 또 가짜정보에 대한 지속적인 검수가 필요하며 가짜뉴스 생산자를 엄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한국과학기자협회 조동찬 부회장은 "동물용 구충제인데 항암효과가 있다는 펜벤다졸 사례처럼 가짜뉴스는 대중이 받아들이기에 그럴싸한 구석이 있는 만큼 이런 정보를 생산하는 전문가를 엄중 대처해야 한다"며 "또 코로나19 백신에 괴생물이 있다는 주장 이전에 부작용 등으로 이미 대중의 저항감이 형성된 상황"이라며 이런 인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질병관리청 이선규 만성질환예방과 과장은 "신형감염병은 제한된 정보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대응이 바뀔 수 있는 데 이 과정에서 대중의 신뢰가 깨질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의 의료전문가, 언론과 소통해 한 목소리로 국민에 다가가면 가짜뉴스 대응에 유의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질병관리청도 국민이 정확한 정보로 적합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정보를 검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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