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우호적, 국내선 불만…비대면진료 온도차 원인은?

발행날짜: 2021-12-29 05:00:56
  • 의협공식학술지, 전화상담처방제 인식조사 결과 게재
    해외 의료진 인식과 괴리…제도화 단계·근무 특성 등 '차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진행된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 관찰 연구에서 국가별로 확연한 온도차가 관찰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외는 쉽고 편하며 대면진료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지만, 국내에선 전화처방을 경험한 의료진의 60%는 불만족을, 70%는 제도 참여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연구자들은 이같은 차이를 만든 원인이 비대면 진료가 결코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 없을 뿐더러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낯선 제도가 선시행된 것이 이질적인 경험을 초래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주도한 전화상담·처방 제도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 조사 결과가 의협학술지 JKMA 12월호에 게재됐다(doi.org/10.5124/jkma.2021.64.12.852).

우리나라는 2002년 개정된 의료법 제34조의 원격의료에 관한 규정을 통해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는 허용됐지만, 최근까지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는 제한돼 왔다.

정부는 2020년 2월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원격의료 대신 비대면 진료로 용어를 정리하고 전화상담·처방 및 대리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즉 국내에서 전화상담·처방 제도는 코로나19의 특수한 상황에서 모든 의사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시행된 비대면 진료다.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해외 의료진들은 주로 우호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는 반면 국내에선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그 차이를 만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메이요클리닉 연구 중 일부)
정책연구소는 해외의 선행 연구 대부분이 비대면 진료에 우호적이라는 점에 착안, 이같은 판단이 국내 의료진에서도 동일하게 재현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의협 소속 회원 6342명을 대상으로 제도 경험 및 만족도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응답자는 의사 직역별로 봉직의 35.8%, 개원의 21.6%, 교수 14.3%, 전공의 12.9% 순이었고, 근무 기관별로는 의원(30.8%) 근무자가 가장 많았고, 이어 상급종합병원 21.9%, 종합병원 19.6%, 병원 9.0% 순이었다.

향후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전화상담·처방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평가한 결과,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7.1%(매우 부정 34.0%, 부정적 26.2%, 약간 부정 16.9%),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2.9%였다.

정부에서 전화상담·처방 제도를 도입할 경우 제도 참여 의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8%는 의향이 없다고 답한 반면 29.2%만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반응은 실제 제도 참여 비율과 유사했다.

전화상담·처방 진료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31.1%가 참여했다고 답한 반면 68.9%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제도 참여의 원인 역시 자발적인 것이 아닌 '환자의 요구'에 집중됐다. 환자 요구에 의한 참여가 60.7%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감염 등의 우려(56.8%)'와 '환자의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위해서(30.7%)'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전화상담·처방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 후 전반적인 만족도는 6점 만점에 절반인 3.1점이었고, 전체 응답자의 59.8%(약간 불만족 24.9%, 불만족 22.6%, 매우 불만족 12.3%)에 해당하는 응답자들이 불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제도 참여후 불만족을 나타낸 대상자만 추려 원인을 물은 결과 전화를 통한 환자 안전성 확보 및 의료적 판단 어려움(83.5%)이 최다를, 이어 대면진료보다 특별히 나은 점이 없음(8.7%), 진료비 수납·처방전 발급 등 행정절차 복잡(6.0%) 등의 답변이 나왔다.

국내 의료진이 비대면 진료 경험을 '비자발적' 및 '비우호적'으로 요약할 수 있는 반면 해외 분위기는 우호적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 이전 13개 국가의 전문가 인터뷰 분석결과 등을 통해 비대면 진료 영향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가 비용효과적인 케어를 제공(9개국 긍정적 보고)하고, 의료 질향상(7개국 긍정적 보고), 접근성 향상 및 공급 불평등 감소(6개국 긍정적 보고) 측면이 높다고 판단했다.

미국 플로리다 메이요 클리닉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의사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비대면 진료 시 환자 의사소통이 쉽고 편했고(81.5%), 모든 요소가 동일하고 환자치료에 지장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응답자의 42%는 대면진료보다 비대면 진료를 더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영국 성형외과 의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가 원격진료 사용을 긍정적으로 판단한 바 있다. 코로나19 동안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방사선종양학과의 92%가 비대면 진료를 수행했는데, 응답자의 71%가 암을 적절하게 치료하는 능력에 차이가 없었으며, 55%는 방문 진료를 통한 의료의 질과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스탠포드 대학 클릭웰케어 클리닉의 연구는 비대면 진료와 대면진료의 패턴을 평가했는데, 일반적인 진단 17개 중 비대면 진료와 대면진료 간에 지시한 검사 및 영상검사, 처방전에 차이가 없다고 보고했다.

해외와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인식 차이를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

정책연구소는 "이러한 결과들은 본 연구 결과와는 상이한 결과로 볼 수 있으나, 메이요 클리닉 조사에 응답한 의사들의 63%가 일차진료와 내과를 주로 진료한다는 점과 미국, 영국 등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비대면 진료 사용이 제도화돼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제도적으로 상당히 미흡했던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적용해 경험 차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돼 있는 많은 국가들도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와 같은 진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을 의사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메이요 클리닉 의사들의 약 30%는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와 비슷하다고 인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관심과 이용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규제 불확실성, 정보보완 문제, 환자의 사생활 보호, 모호한 관리체계 및 법적 책임 문제, 수가 문제 등 중요한 문제가 많이 남아 있어 이같은 불확실성이 경험 체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소는 "이번 연구 결과에서 의사들은 전화상담·처방 제도에 대해 근무기관별, 진료과별, 지역, 의료기관 종별로 상이하게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비대면 진료가 의료 접근성과 진료 효율성 개선이라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반면, 새로운 위험들을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제도화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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