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관리 시범사업 환자 등록…70~80% 상급종병 쏠림

발행날짜: 2022-01-04 05:45:57 수정: 2022-01-21 09:05:21
  • 심평원, 보고서 공개…전담인력 부족·복잡한 수가청구 방식이 원인
    등록 환자 숫자 제각각…연구진 "중증도 높아 참여 요건 강화" 제안

병원급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재택관리' 시범사업이 상급종합병원만의 전유물임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시범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의료기관의 70~80%가 '상급종병'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환자 재택관리 수가 1차년도 시범사업 평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는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상규 교수가 책임을 맡고 주도했다.

재택관리 시범사업 현장. 의사가 환자를 상대로 교육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12월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1형 당뇨병, 가정용 인공호흡기, 분만취약지 임신부, 심장질환자, 재활환자 재택의료 등으로 확대했다.

연구진은 이 중 복막투석, 1형 당뇨병, 가정용 인공호흡기 재택의료, 분만취약지 임신부에 대해 평가했다.

복막투석 진료비 70%, 상급종병에서 청구

우선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에 참여를 신청한 기관은 54곳이고 지난해 6월 기준 44곳이 시범사업 대상자를 등록했다. 44곳 중 종합병원은 절반 수준인 22곳이다.

복막투석 재택관리 수가는 2만4487회 청구됐는데 상급종병에서 77.8%를 청구했다. 진료비 역시 총 8억890만원인데 70.3%는 상급종병이 타갔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이는 재택관리 등록환자 수의 차이로 인한 결과다. 시범사업 참여 신청을 한 의료기관은 반반의 비율이지만 상급종병이 전체 등록환자(2524명)의 73%인 1919명을 등록했기 때문이다. 종병이 등록한 환자는 27% 수준인 705명에 불과했다. 종병 한 곳당 약 32명의 환자만 등록한 셈이다.

연구진이 의료진 설문조사, 대한신장학회 자문을 통해 원인을 찾아본 결과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병원 규모에 따라 인력 구성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 복막투석 전담 간호사가 없는 실정이라 기존 인력으로 추가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시범사업 자체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담인력이 없고, 복막투석 간호사가 있더라도 업무량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2만4810원~3만9380원의 수가는 낮다며 3만6586원~4만6058원이 적정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연구진은 "복막투석 환자 수가 적은 의료기관은 재택관리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력 구성, 전문적인 진료서비스 제공 및 환자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라며 "향후 환자 합병증 등 건강결과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화상 및 전화상담을 통한 교육도 교육상담료 적용이 필요하고 자동복막투석은 디지털 모니터링 가능 여부에 따른 산정지침 구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시범사업 참여기관이 기존 인력으로 환자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 자동 전송 유무에 따라 횟수에 차이를 두는 것은 의료기관에게 유인책이 될 수 없다"라며 "자동 전송 유무에 따라 수가를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형 당뇨병 환자 등록 1명부터 478명까지 천차만별

1형 당뇨병 환자와 가정용 인공호흡기 재택관리 사업에서 상급종병 비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20년 1월부터 시행한 1형 당뇨병 환자 재택의료 시범사업에는 42곳이 신청했지만 환자 등록 기관은 40곳이었다. 종합병원은 19곳이다.

등록환자 숫자는 편차가 심했는데 한 명을 등록한 곳이 있는가 하면 가장 많이 등록한 곳은 478명이었다. 전체 재택의료 등록 환자는 1774명인데 82.3%인 1460명이 상급종병에서 등록한 환자였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1형 당뇨병 재택의료 관련 수가는 9737회 청구됐는데, 총진료비는 4억6162만원이다. 청구건수의 82.8%는 상급종병에서 이뤄졌다.

1형 당뇨병 재택의료에 참여하는 의사 역시 2만4810~3만9380원인 현행 수가는 낮다고 평가했다. 3만8636~5만8636원이 적정수가라고 봤다.

대한내분비학회는 수가청구 방식이 복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행정적 부담으로 청구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학회가 말하는 현실이다.

연구진은 "환자 수가 일정 규모가 되지 않는 기관은 서비스 제공 인력 구성, 전문적인 진료 제공 및 환자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라며 "일정 수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는 기관을 시범사업 참여 기관을 제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가정용 인공호흡기 재택관리, 강남세브란스 쏠림

중증도가 높은 가정용 인공호흡기 환자 재택의료 부분에서는 아예 시범사업 참여 기관을 상급종병으로 제한하자고 연구진은 제안했다.

2020년 5월부터 시행된 가정용 인공호흡기 환자 재택의료 시범사업 참여를 표시한 의료기관은 30곳이지만 시범사업 대상자를 등록한 기관은 16곳에 불과하다. 종합병원은 은평성모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대구파티마병원, 한마음병원 등 4곳에 그쳤다. 이 중 은평성모병원을 제외한 종합병원은 등록 환자 숫자가 1명뿐이었다.

가정용 인공호흡기 환자 재택의료 시범사업 등록 환자 숫자는 총 751명인데 약 70%에 달하는 523명이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등록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는 환자쏠림 현상에 대해 "호흡재활시스템을 일찌감치 정착시켰고 중증 호흡부전 환자에게 최고의 치료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정용 인공호흡기 재택의료 관련 수가는 총 822회 청구됐는데 99.8%가 상급종병에서 청구한 건이다. 총진료비는 2550만원 수준이었다. 종합병원에서 청구한 건수는 한 건에 불과했고, 진료비도 6만4190원이었다.

의료진은 지난해 기준 2만4810~3만9380원 수준의 수가가 적어도 2만9420~4만940원까지 올라야 한다고 봤다.

연구진은 "가정용 인공호흡기 환자의 중증도가 높기 때문에 상급종병 이외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시범사업 참여 기관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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