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조직개편 단행 '비급여관리실' 신설…임시조직 정규화
"고시도 없는데 업무 진행, 너무 앞서 나가는 행태" 비판
지난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대했던 현안 중 하나인 '비급여 보고 의무화'가 해를 넘기면서 구체적인 방향성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건강보험공단은 조직개편을 통해 임시로 있던 비급여 관련 조직을 정규로 확정했다. 비급여 보고 의무화를 공식화하고 시스템 구축 등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한 것.
6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새해 인사 발령과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 내용을 보면 '급여' 관련 업무가 대폭 확대됐다. 비급여관리실, 보건의료자원실이 새롭게 생기면서 기존 7실에서 9개실로 늘어났다. 여기에 상병추진단까지 더하면 이상일 급여상임이사 소관 업무 분야가 10개에 달한다.
보장지원실 등 기능이 불명확했던 이름의 실도 만성질환관리실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올해 본사업 진입을 앞두고 있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산하에 만성질환사업부를 뒀다. 더불어 일차의료개발부를 신설하고 일차의료분야에서 보험자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건강보험연구원 산하에 임시 조직 형태로 있던 '비급여보고제도도입추진단'이 '비급여관리실'로 이름을 바꾸고 급여상임이사 소관으로 넘어온 것. 초대 실장은 서남규 선임연구위원이 맡는다. 비급여관리실 산하에는 비급여운영부, 비급여표준화부, 비급여모니터링센터, 비급여조사부 등 4개 부서가 만들어졌다.
비급여 관련 부서를 신설한 데는 김용익 전 이사장의 뜻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건보공단은 일찌감치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비급여 관리 기전 마련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건보공단 고위 관계자는 "공단이 비급여 관리 업무를 하게 돼 실무적인 부분을 추진해야 하는 만큼 임시조직을 정규직제화 하고 연구원에서 급여이사 쪽으로 소속도 바꾸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건보공단은 조직 개편 이전부터 전담조직을 만들어 비급여 보고 관련 인력을 충원하고 비급여 자료 표준화 및 전산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아직 비급여 보고 의무화에 대한 정부 고시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료계는 확정 고시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개편을 단행한 건보공단이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법 개정에 따라 비급여 의무 보고 범위와 공개기준, 데이터 수집 주체 등에 대한 고시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 데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논의가 미뤄지면서 고시안 자체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비급여 보고를 해야 할 기관이 건보공단으로 바뀌는 데 대한 거부감도 있던 터였다. 비급여 가격 정보는 그동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시스템을 통해 입력해왔다.
한 공급자단체 보험이사는 "내부적으로 비급여 보고 주체는 건보공단이 하는 것으로 사전 협의가 됐더라도 비급여 보고 의무화 관련 고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라며 "고시도 없는데 업무를 이미 진행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복지부, 건보공단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공급자단체 보험이사도 "의료계와 비급여 보고 의무화에 대한 그 어떤 내용도 아직 합의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논의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는데 정부는 내부적으로 일을 진척시키고 있는 것 자체가 오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