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연구 주도…표준치료+면역항암제 효과 입증
다국가 3상 연구 성과, 국제학회 발표 “담도암 새로운 표준치료 기대”
국내 의료진이 난치성 질환인 담도암의 표준 치료법을 제시해 주목된다. 표준항암치료와 면역항암제 병용으로 진행성 담도암의 사망 위험을 20% 낮추는 임상 결과가 첫 보고됐다.
서울대병원은 24일 최근 열린 미국 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 GI 2022)에서 종양내과 오도연 교수가 책임연구자인 아스트라제네카의 글로벌 3상 임상연구(TOPAZ-1)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담도암은 국내에서 발생률 9~10위를 차지하는 암이다. 서양보다 국내 발생률이 높은 암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담도암 환자는 수술이 어려운 진행성 단계에서 진단을 많이 받으며, 수술을 해도 많은 경우 재발한다. 완치가 불가능해 생존기간 연장을 위한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는 제한적이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진행성 담도암의 1차 치료제는 세포독성 항암치료였다.
이 항암치료는 중앙 생존기간이 1년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년간 더 나은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해 전 세계 표준치료를 지속해왔다.
오도연 교수팀은 현 표준 항암치료제와 면역항암제(Durvalumab, Tremelimumab) 복합요법을 사용해 연구자 주도 2상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항종양 효과가 있으면서 부작용도 우려할 부분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표준항암치료와 항암치료+Durvalumab(임핀지) 복합요법 효과를 비교하는 글로벌 3상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무작위 배정과 이중 눈가림, 위약 대조, 다기관, 다국가로 진행됐다.
아시아와 미국, 유럽, 남미 등 전 세계 17개국에서 진행성, 재발성 담도암 환자 총 685명이 등록했다. 환자의 절반 이상(약 54%)이 아시아 국가의 환자였다.
임상환자는 ▲항암치료+Durvalumab 병용군(341명) ▲항암치료+위약 병용군(344명)으로 1:1로 무작위 배정되어 치료를 받았다.
중간 분석결과, Durvalumab 병용군이 위약 병용군과 비교해 전체 생존기간(연구 등록 시점부터 사망까지의 기간)이 유의미하게 연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Durvalumab 병용군에서 사망 위험이 20% 더 낮게 나타난 것이다.
전체 생존기간의 중앙값은 위약 병용군 11.5개월에 비해 Durvalumab 병용군이 12.8개월로 연장됐다.
특히 Durvalumab 병용이 생존기간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 2년 생존율의 경우 Durvalumab 병용군과 위약 병용군 각각 24.9%, 10.4%로 약 15%의 절대적인 생존율의 향상을 보였다.
무진행생존기간(연구 등록 시점부터 암이 진행할 때까지의 기간) 중앙값 역시 위약 병용군 5.7개월 대비 Durvalumab 병용군에서 7.2개월로 향상되어, 암 진행 위험도를 25%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 반응률(암의 크기가 30% 이상 감소하는 환자의 비율)은 위약 병용군 18.7%에 비해 Durvalumab 병용군에서 26.7%로 향상됐다.
향상된 효과와 더불어 양 군 간에 부작용 발생률의 차이가 거의 없으며, 새로운 심각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오도연 교수는 "연구자 주도의 2상 임상연구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한 후 이를 바탕으로 제약사 주도의 글로벌 3상 임상연구를 이끌어 냈다"면서 "연구의 총괄 책임연구자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한국 연구자에게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한 치료법이 전 세계의 진행성 담도암 환자들의 새로운 표준 치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