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비용 사상 최고치 연일 경신…원자재값도 폭등
수가 묶여 가격 조정도 불가…정부, 협회도 대책 검토
국내에서만 하루 10만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재확산되면서 의료기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자재값 상승과 유통 비용 증가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나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의 국지적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 이로 인해 정부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도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까 우려하며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17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값 상승과 유통 비용 폭증으로 기업들이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의료기기 제조기업인 A사 임원은 "생산은 국내에서 하지만 대부분의 부품이나 원자재는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며 "국내 제조 기업들 상당수가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 사태 이후 폭증하던 물류 비용이 이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르면서 시쳇말로 남는 것이 없는 상황을 넘어 적자를 감수해야 할 판"이라며 "이미 계약된 물량이야 그렇다쳐도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관세청이 공개한 지난달 수출 컨테이너 운임 현황을 보면 국내 기업들이 수출, 수입 노선으로 많이 활용하는 미국간 해상 라인은 컨테이너 하나 당 1600만원을 넘어섰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에도 489만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오미크론 확산 이후 1년만에 또 다시 2.5배나 오른 셈이다.
항공 라인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항공 화물 운송 지수인 TAC 인덱스를 보면 미국 라인 운임은 1월을 기준으로 13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코로나 대유행 전 시점인 2019년도 1월 3달러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년만에 4배를 넘어선 것. 코로나 상황이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해 6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두배가 올랐다.
A사 임원은 "문제는 이렇게 유통 비용이 말도 안되게 올라도 치료재료 같은 경우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는 것"이라며 "보험 수가로 다 묶여 있다보니 이러한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할 수가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결국 적자를 감수하고 공급을 이어가거나 아니면 아예 생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한번 납품을 포기하면 사실상 다시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유통 비용만 상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의료기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자재값까지 동반 상승하고 있는 것이 더욱 큰 문제.
실제로 뉴욕상업거래소 등에 따르면 3월 인도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배럴 당 93.10달러에 거래되며 거의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유값이 뛰다보니 석탄이나 구리, 알류미늄 등 의료기기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값도 덩달아 오르는 추세다.
상당수 의료기기 제조 기업들이 최소한의 마진을 남기며 박리다매 형태로 치료 재료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자재값 상승과 유통 비용 폭증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흐르다보니 정부와 의료기기산업협회 등도 서둘러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혹여 수술실 등 필수 의료 현장에 필요한 치료재료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실제로 공급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이 생길 경우 대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협회는 코로나 상황으로 의료 현장에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치료재료 품목에 대해 대한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제조 공장을 이미 폐쇄했거나 혹은 닫을 상황에 놓였거나 유통 비용 증가나 지연 등의 이유로 인해 치료재료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품목들을 조사해 복지부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업들의 상황과 의견을 복지부 간담회를 통해 제출하고 대책을 주문할 계획"이라며 "특히 대체 치료재료가 없어 혼란이 불가피한 품목의 경우 즉각적으로 복지부에 이를 전달해 시급히 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