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의료를 막자" 현명한 선택 캠페인 시작한 이유

발행날짜: 2022-02-24 05:30:00 수정: 2022-02-24 10:08:37
  • 의학한림원 안형식 정책개발위원장
    의학회 자발적 참여 인식 변화의 시작…"관건은 국민 인식 전환"
    건보공단 지원-한림원 의지 '시너지'-"급여기준과 연결하지 말아야"

"불필요한 의료를 막자" 의료계 석학의 모인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2016년 이 같은 메시지를 담은 '현명한 선택(Chossing Wisely)' 캠페인을 제안했다.

대한의학한림원은 2015년 우리나라에 '현명한 선택' 캠페인을 소개했다. 2012년 미국에서 시작된 캠페인으로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고 환자 권익 보호, 사회적 비용 축소를 위한 의료계 주도의 운동이다. 의사가 직접 나서서 환자에게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알리는 일종의 '자정 행동'인 것이다.

의학한림원 안형식 정책개발위원장은 현명한 선택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현명한 선택 캠페인을 국내에 소개하고, 관련 실무를 주도하고 있는 의학한림원 안형식 정책개발위원장(고대의대 예방의학교실)을 만나 앞으로 캠페인의 필요성, 방향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안 위원장은 "불필요한 의료 행위는 환자에게 오히려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대표 석학이다. 그는 현명한 선택 캠페인이 소개될 무렵 갑상선암 과잉 검진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는 "의료 행위의 과잉보다는 '불필요'하다는 데 현명한 선택 캠페인의 포인트가 있다"라며 "굳이 할 필요 없는 의료 행위를 하지 말자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의사나 환자나 '불필요한 의료 행위가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현명한 선택 캠페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50여개의 학회가 근거에 기반을 두고 중복 가능성이 없는지, 관련 검사나 치료 서비스가 필요한지, 환자에게 해로운지 등을 반영해 5가지의 질문을 만들어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묻는다. 질문 리스트는 철저히 학회 스스로 만든다.

약 6년 전 국내에 소개된 '현명한 선택' 캠페인의 개념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2022년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연구용역을 계기로 한림원이 캠페인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2020년 '공급자 주도 가입자의 합리적 의료이용 지원 방안'이라는 주제의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현명한 선택 캠페인 확산을 위해 총대를 멨다. 보험자로서 적정한 의료 행위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직결된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안 위원장은 "건보공단이 해당 캠페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고 진료비 삭감 등을 걱정하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라며 "해당 캠페인은 진료비와 직접적으로 연결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정부기관도 의료계가 자발적으로 만든 현명한 캠페인 내용을 급여기준에 적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못 박았다.

반대 여론으로 좀처럼 확산되지 못하던 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건보공단의 재정적 지원과 한림원의 적극적인 의지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건보공단이 한림원과 한께 제작한 현명한 선택 홍보 영상 중

2020년 내과, 흉부외과, 비뇨의학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5개 진료과 의학회가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는 12개의 학회가 추가적으로 '현명한 선택'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각 학회마다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선정해 5~6개로 리스트업 하는 식이다.

안 위원장은 "의학회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것부터가 의료계 인식 변화의 시작이라고 본다"라며 "전문직의 사명을 중시하는 것이 핵심인 캠페인인데 삭감부터 걱정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안타깝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전문 학회가 의료전문가 지위라는 것을 내걸고 자기 분야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라며 "과잉의료에서 환자 위해를 감소시키고 검사나 처방을 하기 전에 환자와 의료인이 더 많은 대화를 가질 것을 권장하는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캠페인 확산의 관건은 '환자 인식 전환'이라고 봤다.

그는 "현명한 선택은 환자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라며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막상 의사가 할 필요 없다고 하면 환자는 오히려 불안해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는 환자에게 위해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라며 "그런 면에서 정부 기관이 국민 인식 전환을 위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건보공단은 올해 사업 계획에 현명한 선택 캠페인 및 이용자의 적정 의료이용 문화 정착을 지원하고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킬 정도로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홍보 팸플릿과 영상 제작도 하고 있다. 합리적 의료이용 환경 조성과 함께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차단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 위원장은 "올해는 현명한 선택 캠페인을 의료계와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며 "홈페이지를 이미 만들었고, 홍보 팸플릿과 포스터도 제작했다. 공공병원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대화로 환자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의료 서비스를 넘치게 하면 오히려 환자에게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환자도, 의료인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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