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밀러 다른 전략…아바스틴 시장 경쟁 판도는?

발행날짜: 2022-03-07 05:30:00
  • 바이오시밀러 3종 국내 처방권 진입…1200억 시장 술렁
    온베브지 선제적 영향력 확장…로슈, 오리지널 강점 강조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인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의 바이오시밀러가 잇따라 국내에 도입되면서 1200억원에 달하는 처방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로슈가 오리지널의 특성을 활용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오시밀러의 등장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아바스틴의 배다른 형제를 손에 쥔 제약사들은 저마다의 차별화된 전략을 바탕으로 점유율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내에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3종류가 순차적으로 허가를 받으면서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받고 있다.

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3종이 연이어 국내 처방 시장에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점유율 경쟁에 불이 붙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허가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베브지로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이어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에 화이자의 자이라베브와 알보젠의 아림시스가 순차적으로 허가 받으며 시장에 진입을 노리고 있는 상태다.

제약사별 시장 진출 전략이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난소암 적응증 건강보험 급여를 위한 특허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

지난해 알보젠코리아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바스틴의 '난소암의 치료를 위한 항혈관신생 요법' 특허(2031년 2월 22일 만료) 두 건과 '난소암의 치료를 위한 조합 치료' 특허(2033년 3월 11일 만료)에 대해 무효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바이오시밀러 품목들은 아바스틴과 동일한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난소암의 경우 특허로 막혀있는 상황.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온베브지 출시 당시 난소암 적응증에 대해서는 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온베브지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살펴본 효능효과란 중 '상피성 난소암, 난관암 또는 원발성 복막암' 부분에서 다른 바이오시밀러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이라베브와 아림시스가 아바스틴과 동일한 적응증을 가진 것과 비교해 조금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

제약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알보젠 모두 특허도전을 하고 있지만 알보젠과 에피스의 기간이 나흘정도 차이가 난다"며 "에피스의 경우 허가 이후에 특허 도전을 한 만큼 적응증을 회피해서 출시했을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선택은 곧 난소암 적응증이 급여가 되지 않더라도 우선적으로 시장에 진입해 영향력 확장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것이 제약업계의 시각이다.

온베브지의 경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보령제약과 국내 판권계약을 맺고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처방권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대학병원의 경우 아직 처방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약사위원회를 대부분 통과해 올해 대부분 주요 대학병원에서 처방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 A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아직까지는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처방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처방정도를 말하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 근거가 쌓인 만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고 밝혔다.

온베브지의 약가는 0.1g/4ml는 20만8144원, 0.4g/16ml는 67만7471원으로 책정됐다. 오리지널 아바스틴과 비교해 각각 69%, 63% 저렴한 수준으로 낮은 보험약가를 통한 시장 확장성을 어필하고 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아바스틴 대비 낮은 약가와 긴 유효기간 등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라며 "국내사 중에서 항암제 시장 점유율 1위로 기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식약처 2020년 국내 의약품·의약외품 생산 수출 및 수입 현황' 일부 발췌

아바스틴의 국내 매출은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 자료 기준 약1100억원을 상회하고 있지만 최근 2년간 상승폭이 꺾인 상태다.

지난 5년간 매출 추이를 살펴봤을 때 ▲2017년 920억원 ▲2018년 1044억원 ▲2019년 1192억원 ▲2020년 1180억원 ▲2021년 1122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 해 시장에 진입한 온베브지의 경우 4분기 매출 기준 약 5억원의 매출을 올려 아바스틴의 매출 감소가 바이오시밀러의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올해 처방권 확대가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인 매출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 B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교수는 "같은 바이오시밀러라고 전제한다면 사용경험이 더 많은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제약사를 구분하기보다는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쌓인 근거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알보젠, 아림시스 출시 특허소송 결과 이후 정조준

알보젠의 경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마찬가지로 특허 무효심판 청구가 남아있지만 허가 이전에 신청을 진행한 만큼 최종결과가 나온 이후 출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아바스틴 관련 특허 소송은 결과의 방향과 별개로 올해 중 결론이 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 알보젠은 허가 이후 시험법 기술 이전 등을 통해 출하 절차를 밟고 국내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알보젠 관계자는 "동일 적응증을 받았다는 점에서 똑같은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특허 소송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제품 출시 전에 특허에 대한 부분이 결정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확한 출시 일정은 정해진 게 없어 현재로서 밝히기는 어렵지만 출시를 위한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화이자의 경우 자이라베브가 연관된 특허 관련 이슈는 없다는 입장. 지난 2019년 미국 시장에 자이라베브가 출시될 당시에도 제네텍과 화이자 사이 특허권 분쟁이 있었지만, 양사가 합의를 통해 자발적으로 소송을 취하하며 자이라베브가 미국 시장에 무사히 안착한 바 있다.

화이자 관계자는 "자이라베브는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출시됐다. 자이라베브의 특허 관련 이슈는 없으며, 현재 한국에서도 빠른 출시를 위해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로슈, 오리지널이 가진 경험‧안정성 강조

한편, 각 제약사의 출시 전략과 별개로 오리지널 치료제인 아바스틴을 보유한 로슈 입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의 등장은 달갑지 않은 이슈일 수밖에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8월 발표한 '2020년 국내 의약품·의약외품 생산 수출 및 수입 현황'을 살펴보면 아바스틴은 완제 의약품 수입실적 상위 10개 품목 중 9062만 달러(한화 약 1059억원)로 2019년에 이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의약품 수입실적 상위 10개 업체를 살펴봤을 때도 로슈는 2억9337만 달러(한화 약 3426억 원으로 전체 4위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바스틴이 약 3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상황을 확장해 봤을 때 로슈는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으로 아바스틴의 영향력 축소를 인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로슈 글로벌 상반기 실적 보고 내용 일부 발췌.

지난 7월 로슈의 상반기 실적발표를 살펴보면 아바스틴은 전 세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가까이 감소하면서 16억4500만 스위스프랑(약 2조576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유럽으로 약 69% 가까이 감소했으며 미국에서도 47%가까이 감소했다. 이러한 매출 감소에 대한 이유는 유럽과 미국을 비롯해 많은 지역에서 바이오시밀러에 의한 매출 침식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바이오시밀러 등장으로 아바스틴의 약가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다른 오리지널 약의 사례를 봤을 때 아바스틴이 매출 감소를 겪더라도 시장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가 유럽이나 미국에선 가격 메리트가 꽤 있지만 국내는 산정특례 등으로 환자 실제 부담은 비슷하다"며 "시밀러가 들어오면 오리지널의 약가가 깎이기 때문에 오리지널에 대한 선호도는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예측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근욱 교수도 "대장암을 기준으로 했을 때 대부분 급여가 되기 때문에 환자 부담이 5%밖에 돼 큰 차이가 안 난다"며 "처방 패턴이 금방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가격 체감이 느껴지는 비급여 영역에서는 고려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약가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로슈의 우선 방어 전략은 오리지널이 가진 경험과 안전성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여기에 더해 치료옵션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간세포암과 비소세포폐암에서는 티쎈트릭과의 병용요법이 기존 치료법 대비 유의미한 생존기간 개선효과와 반응률을 보여 적응증 확대로 이어지는 등 여전히 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로슈 이정현 대장암 및 부인암(CRC & GYN) 스쿼드 리드는 "환자에게 보다 많은 치료 선택지가 주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동시에 더 많은 환자에게 혁신치료제의 혜택을 빠르게 전하고자, 조직을 제품 중심이 아닌 각 적응증 분야별로 재구성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바스틴은 2004년 출시 이후 다양한 암종에 걸쳐 일관된 안전성 프로파일 등 오리지널로서 높은 의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며 "최근에는 치료옵션이 제한적이었던 간세포암, 비소세포폐암에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으로 기존 치료법 대비 유의미한 개선효과를 보인만큼 앞으로도 임상적 혜택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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