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극심한 격무로 학술대회 챙길 여유 없어
"확진 시 병원 문 닫아야"…참석시 감염 우려도
신속항원검사로의 검사체계 일원화에 따른 의료진 피로 누적과, 코로나19 폭증세로 인한 감염 우려 등이 의사단체들의 춘계학술대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춘계학술대회를 여는 의사회들은 이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거나, 참여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방역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로 검사체계가 일원화되면서 의료진 업무가 과중되고,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높아진 것에 따른 조치다.
특히 지난 14일부터 RAT 양성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내리기로 정부방침이 바뀌면서, 검사 희망자들이 몰려 개원가가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양성 환자에 대한 신고를 의료기관이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진료가 끝난 뒤 밤늦게까지 이를 처리하는 개원의도 부지기수다.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하루 100명 정도의 환자를 검사하고 있는데 진료시간 중에 다른 일을 처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쁘다"이라며 "진료가 끝난 뒤 양성자를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에 입력하고 나면 밤 11시가 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다 보니 의료진이 감염돼 생기는 문제도 있다. 한 이비인후과 원장은 "얼마 전 직원 한 명이 확진돼 다른 직원의 업무가 늘어난 상황에서 검사자까지 늘어 단기 직원이라도 뽑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며 "의사가 본인 뿐이어서 확진 시 의원 문을 닫아야 하는 만큼 방역에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춘계학술대회에 참여하는 의사도 감소세다. 오는 20일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는 예년보다 참가자가 줄어든 상황이다. 가정의학과는 RAT 참여율이 높은 만큼 격무에 지친 의사들이 학술대회를 미처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의사회의 판단이다.
가정의학과의사회 경문배 총무이사는 "내부 상황을 보면 본인도 그렇고 의사회원들이 너무 바쁘게 일하고 있다"며 "다만 강의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현 시국에 맞춰 의원 감염관리에 도움을 주는 강좌를 준비한 만큼 회원 분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감안해 참가인원을 줄인 곳도 있다. 오는 27일 개최되는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 참가인원은 기존의 절반 수준인 200명으로 제한됐다.
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은 "기존 춘계학술대회 참가인원이 400~500명 수준이었는데 방역을 강화하기 위해 이를 200명으로 줄여 금방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함께 전 좌석을 지정석으로 만들고 각각 칸막이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는 오는 20일 개최되는 춘계학술대회 참가인원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당일 회원들이 참석하지 않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비뇨의학과의사회 조규선 회장은 "코로나19 유행세가 절정에 치닫고 있고 확진 시 병원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도 있어 참석에 부담을 가지는 회원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다만 회장 방역을 철저히 한 만큼 실제 참석율에 영향이 있지는 않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