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진 의료경제팀 기자
상급종합병원의 경증환자 축소 시범사업을 바라보는 의료계 눈초리가 매섭다.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지난 19일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참여기관 공개모집을 공지했다.
사업명은 중증진료체계 강화이나 사실상 경증 외래환자 축소이다.
복지부는 5월 2일부터 6월말까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신청서 접수를 받는다.
올해부터 3년 동안 신청 병원에서 경증환자를 5%, 10%, 15% 등 단계적으로 30%를 감축하면 비급여를 포함한 보상책을 지급하는 시범사업.
병원들의 차가운 반응을 의식한 듯 참여 대상을 당초 상급종합병원에서 종합병원까지 확대했다.
상급종합병원 참여가 불투명하다는 판단으로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고 내용과 달리 대상 범위를 넓히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병원들은 자체적으로 주판알을 튕기고 있지만 뾰족한 답이 없다.
전체 외래환자 중 경증환자가 30% 이상 차지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찾기 힘들다.
복지부와 상급종합병원 간 경증환자군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존재한다. 복지부 시범사업 공모 자료 어디에서 경증 질환군을 예시한 내용은 부재하다.
또 한 가지 의문은 시범사업에 참여해 경증환자를 감축할 경우, 이들 경증환자가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점이다.
복지부는 의뢰 회송 체계를 통한 중소 의료기관 대상 협력기관을 선정해 별도 수가를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전달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감축한 경증환자 모두가 지역 병의원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낙관은 착각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인근 상급종합병원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참여 병원은 경증환자를 줄이기 위해 진료과별 사투를 벌이는 사이 다른 병원은 반사이익을 누리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보건의료 정책에서 무리수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수반한다. 종합병원 참여 확대에 따른 성과보다 시범사업 모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이다.
내년 시행을 목표로 하는 만큼 현장에 기반한 정교한 모형 재조정 기간은 충분하다. 오랜 기간이 지속된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해소가 하나의 시범사업으로 모두 해결될 수 없다.
시범사업 신청서 접수 기간을 5월 3일부터 6월말까지 두 달 간 여유기간을 둔 것도 병원들 이해와 설득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복지부 전략이 숨어 있다.
코로나 사태를 핑계로 의료전달체계 실행방안을 2년 넘게 미뤄온 복지부 스스로 무리수를 두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