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안내서 삽입 문구 개발 작업 중…포스터로도 제작 예정
"의료인 인권 중요성 담을 것…직원 입장에서도 보호받는 느낌"
응급실 의료진 폭행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의료계가 공포와 분노에 휩싸였다. 그런 가운데 공공기관인 건강보험공단이 앞장서서 의료진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 인식 개선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입원 환자 및 보호자의 인식을 개선하고 그들의 인권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문구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일선 의료기관에 제공할 예정이다.
해당 문구는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배포하는 입원 안내서 등에 삽입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의료기관 곳곳에 부착할 수 있도록 포스터로도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건보공단은 다섯 문장 정도의 문구 개발을 외부에 의뢰한 상황이며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협회, 보건복지부와 공유한 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는 건보공단이 의료인 인권침해를 막는 업무를 위탁하게 되면서 파생된 사업이다. 때마침 의료진 폭행 사태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건보공단의 움직임에 의료계 관심도 쏠리고 있는 것.
건보공단은 지난해 8월 전문상담사 5명을 채용해 '인권침해상담센터'를 개소했다. 말 그대로 보건의료인력의 '인권'을 챙기기 위한 곳으로 사내 괴롭힘, 사내 부조리, 환자 및 보호자 폭력 등 보건의료인력의 인권침해 피해 해소를 돕는 기관이다. 지난 3월 기준 총 107건(54명)에 대한 피해사례를 지원했다.
건보공단 보건의료자원실 관계자는 "병원이 자체적으로 환자 및 보호자의 폭행 상황에 대응책을 마련하려면 간호부 등 특정 부서에 업무를 일임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안내 문구를 만들더라도 '진료거부, 강제 퇴원' 같은 과격한 메시지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는 오히려 환자에게 강압적으로 비칠 수 있다. 아파도 이 병원에는 안 올 거야 하는 반감만 살수 있는 문구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궁극적으로 의료인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보다 부드러운 표현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의료인 인권을 중요시하는 문구를 입원 안내서 등에 넣으면 병원 직원 입장에서도 보호받는 느낌이 들 수 있다는 게 건보공단의 판단.
이 관계자는 "간호사의 상담 내용을 들어보면 환자 및 보호자에게 피해를 입었는데 병원 측에서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는데 아쉬움이 컸다"라며 "병원 입장에서도 환자에게 강압적으로 하는 게 쉽지 않다. 직원 인권을 챙길 수 있는 문구를 환자에게 알리면 사측으로부터 보호받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다음 달부터 보건의료인 '인권'의 중요성을 담은 리플릿도 의료기관 곳곳에 배치한다. 보건의료인력 인권침해 사례와 함께 인권센터의 역할을 담고 있다.
보건의료자원실 관계자는 "리플릿 내용은 보건의료인력 인권침해 상담 센터에 대한 내용이지만 의료기관 곳곳에 배치하면 의료기관 이용자가 보건의료인의 고충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되고 나아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쌓는 효과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