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조심하라는 환자·보호자…의료진 정신적 고통 심각"

발행날짜: 2022-07-12 05:30:00
  • 병협 주최 국회 토론회, 청원경찰 배치 의무화·정부 지원방안 '시급'
    경찰청·복지부, 원론적 입장 그쳐 "소지품 검사·응급 매뉴얼 현실화"

연속된 응급실 의료인 폭력 사건 방지 방안으로 청원경찰 배치와 정부의 지원, 국민들의 인식 개선 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와 시민단체 모두 의료인과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응급실 사건에 대한 경각심에 공감했으나 엄정한 법 집행과 지원책 등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에 원론적 입장을 고수했다.

대한병원협회는 11일 오후 2시 30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안전한 응급실 진료환경 개선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좌장인 병협 신응진 정책위원장(왼쪽 세번째)이 진행한 국회 응급실 진료환경 개선 토론회 모습.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백종헌 의원, 신현영 의원 그리고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 등이 공동 주최했다.

토론자들은 경기 용인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의료인 상해사건과 부산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일어난 방화사건 재발 방지 필요성을 동의했다.

법무법인 세승 조진석 변호사(의사)는 "전공의 시절 응급실 근무 시 진료가 늦어진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폭언과 기물 파손 등을 경험했다"면서 "수사기관과 법원은 응급실 사건을 중대하고 다루고 있지만 가중처벌 등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조 변호사는 "응급실에 보안요원을 배치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폭행과 폭언 예방이 어렵다. 적어도 경찰과 동일한 역할이 가능한 청원경찰 배치가 필요하다"며 "비용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병원 조인수 병원장(병협 경영부위원장, 응급의학과 전문의)은 "응급실 근무 시 환자와 보호자에게 '밤길 조심하라'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 많은 의료진들이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을 것이다. 보안인력이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청원경찰 배치에 적극 동의한다"고 전했다.

토론회에는 병협 윤동섭 회장과 의협 이필수 회장 등 의료단체 임원과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조 병원장은 "응급실 폭력 사건의 절반 이상은 주취자이다. 응급 상황에서 의료진 안전은 곧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다.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 있다. 대국민 홍보와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로 나온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다.

그는 "응급실 의료인 폭행 방지는 의료인 인권 뿐 아니라 환자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땜질식 처방을 해왔다. 환자 입장에서 열악한 응급실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의료진 폭행이 해결될지 의문"이라고 환기시켰다.

윤 총장은 "어수선하고, 복잡한 응급실 환경이 폭행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을까, 의료인 폭행 방지 뿐 아니라 환자들에게 안전한 치료환경 등을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응급실 이용 시 지켜야 할 예의와 인식 전환 등 지속적인 대국민 캠페인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정성필 교수 "환자들에게 고맙다는 말보다 폭행과 폭언 다발생"

앞서 주제발표에서 제주한라병원 김원 부원장(권역응급의료센터장)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성필 교수(응급의학회 학술이사)는 현 응급실 폭행방지대책의 한계와 해외 사례 등을 발표하며 법과 제도적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회 주제발표자로 나선 제주한라병원김원 부원장(사진 위)과 강남세브란스 정성필 교수(사진 아래) 발표 모습.

정성필 교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선택했을 때 환자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듣고 보람을 느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장은 폭행과 폭언이 다발생하고 있다"며 "응급의료법 개정과 실태조사,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 폭행 행위자를 응급실 밖으로 퇴소를 가능하게 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경찰청과 보건복지부는 '적극 대응하겠다'는 말만 되풀이겠다.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 주진우 과장은 "응급실과 핫 라인과 비상벨 등을 설치해 시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청원경찰 필요성에 공감하나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경찰은 신고 접수 후 5~10분 내 도착하지만 의료진 입장에서 한 시간 같을 것이다. 의료인에 대한 폭력을 엄정하게 대응하고 법을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주진우 과장(좌)과 복지부 김은영 과장(우) 모습.

복지부 응급의료과 김은영 과장은 "사건 발생마다 대책을 마련했다. 현재 핵심은 의료현장의 실효성 제고 방안이다. 응급실 내원객에 대한 소지품 검사와 보안인력 매뉴얼 현실화 그리고 교육과 훈련 등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 과장은 "근본적으로 국민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응급실 진료환경도 보완해 나가겠다. 관계기관과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내용을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인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응진 병원장(병협 정책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응급실 환자의 절반은 경증 환자이다. 의료법상 병원은 환자를 거부할 수 없다. 중증 환자에 비해 경증 환자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의 근본적 해결방안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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