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등 부처간 논의시 방역 사령탑 부재 여파 우려
국회 "예산 상당수 소진…병상 행정명령 보상할 예산 있나"
오늘(4일) 기준 보건복지부 장관 공석 72일째에 접어들었다. 초유의 사태를 맞아 의료계는 물론 국회에서도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방역정책 사령탑 공석이 장기화 되자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다.
3일 국회 및 의료계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는 새 정부가 출범하고 각 부처간 협의가 한창인 시점에 방역을 포함한 의료정책 수장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수차례 지적 사항으로 거론된 부분. 이기일 제2차관이 "최선을 다해 방역대응에 임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타 부처 설득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현재 2023년도 예산안 편성 관련 2차 심의가 진행 중으로 복지부 장관이 기재부 등 타 부처를 적극 설득해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공석이 길어지면서 관련 예산 확보는 뒷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인순 의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22년도 코로나19 대응 예산 총 5조 2753억원 중 6월말 기준 4조원을 집행한 상태다.
해당 예산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감염병대응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 항목으로 총 5조 852억원 중 6월말까지 3조 8193억원을 집행했다.
여기에는 최근 복지부가 1400병상 확보를 위해 병상 행정명령에 따른 의료기관 보상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남인순 의원 측은 "병상 행정명령을 발동하면 뭐하느냐. 의료기관에 보상해줄 예산도 불확실한데 일선 의료기관의 참여를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담병상 운영, 일반병상 및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환자 진료까지 최대 100% 가산책을 내걸었는데 이미 바닥난 예산으로 가능할지 우려스럽다는 게 국회의 지적이다.
그는 이어 "이번 대유행 이외 가을, 겨울 재유행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대비한 추가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장관 부재로 그에 대한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정계에 정통한 의료계 한 관계자도 "장관회의에서 차관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장관 공석 장기화는 결국 방역정책에 차질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선 병원계 관계자는 "앞서도 대유행 상황에서는 보상에 적극적이었지만 확진자가 감소하자 방역 의료체계는 유지하면서 보상을 줄이는 행태를 보였다"면서 "장관 부재로 예산 확보까지 어려워지면 어떤 병원이 정부 지침에 적극 협조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사 적체 문제도 심각하다. 복지부 내부 인사 이외에도 질병관리청,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복지부 산하 기관 임원 인사가 수개월 째 막혀 있다. 산하 기관에선 장관 임명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전체 부처를 통틀어 복지부 장관직만 부재한 초유의 상황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선 신중론과 무관심론이 팽배하다.
정호영 후보자에 이어 김승희 후보자까지 연이어 낙마하면서 두차례 인사 실책을 겪은 바. 이번에도 장관 임명에 차질을 빚으면 현 정권의 인사정책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수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선 보건, 복지분야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는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희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지도 오늘(4일) 기준으로 정확히 한달이 흘렀기 때문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윤 정부가 복지부 역할을 중요하게 봤다면 장관 임명을 이렇게까지 늦출 수 있겠느냐"면서 "방역정책도 방대본 등 실무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