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장 이전에 의사, 의사 이전에 인간이 되자

강윤희 위원
발행날짜: 2022-08-22 05:00:00
  •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

지난 8월16일 코백회(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와 질병관리청장의 간담회가 있었고, 필자는 코백회의 고문으로서 참석하게 됐다. 코백회에서 참석하신 분들은 백신부작용으로 사망한 고3 학생의 아버지, 어머니가 사망한 아들, 남편이 사망한 아내, 아들이 중증의 후유증으로 고통하고 있는 아버지였다. 그러나 이들이 호소한 것은 개인적인 고통이 아니었다. 백신부작용으로 고통하고 있는 다른 많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으며, 과학적으로도 타당한 수준의 요청이었다.

예를 들어 필자가 그 자리에서 요청한 것 중 하나는 현재 인과관계 평가가 지나치게 저평가 됐으므로 백신 이외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4-1은 2(상당히 확실함), 기저질환이 있으나 백신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은 4-2는 3(가능함)으로 인과관계 평가를 상향 조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는 GCP(Good Clinical Practice), 즉 임상시험 중 발생한 부작용의 인과관계 평가 기준에 따른 것이다. 또 정부에서 2번의 이의신청 기회를 주었지만 동일한 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면 피해자 분들이 신뢰하기 어려우므로 2번의 이의신청은 각각 제3의 외부 전문기관에서 심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질병관리청장은 이에 대한 대답은 일절 하지 않았으며, 코백회의 다른 절박한 요청에도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는 질병관리청의 하급 공무원을 만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없는 위치지만 질병관리청장은 본인이 감염병예방법에 기초해 최종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대답도 안하는가? 그저 써온 종이 쪼가리를 읽을 거라면 뭣하러 간담회를 한 것인가? 그런 자세가 백신부작용으로 자녀를, 부모를, 남편을 잃은 사람들 앞에서 취할 수 있는 태도란 말인가?

그런데 질병관리청은 간담회 이후 뿌린 보도자료에서도 주구장창 백신안전성위원회 뒤로 숨는 비열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백신안전성위원회의 연구방법은 과연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유일한 방법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유럽의약품안전청은 코로나백신의 부작용을 가장 많이 인정하고 있는 규제기관인데 이 기관의 보고서에는 백신안전성위원회가 시행하고 있는 연구방법, 즉 백신 접종 이전의 질병 빈도와 백신 접종 후의 질병 진도를 비교하는 역학적 연구 결과를 인과관계의 유일한 평가기준으로 삼아서는 절대 안된다고(should not)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또한 유럽의약품청은 이런 역학적 연구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백신과 연관성이 있는 질환들을 계속해서 추가하고 있으며, 이 방법이 백신 또는 의약품 또는 의료기구와의 관련성을 추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혀 이 방법을 취하고 있지 않고, 오로지 백신안전성위원회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백신안전성위원회의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것은 무엇인가? 코로나 백신이 급성심근염, 이상자궁출혈만을 일으켰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코로나 백신이 급성심근염과 같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질병의 빈도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시켰을 만큼 안전성이 취약한 백신이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접종받고 있는 백신 중 어떤 백신이 특정 질환의 빈도를 증가시킬 만큼 안전성이 취약했단 말인가! 이렇게 안전성이 취약한 백신을 국민들에게 접종한 것이 백신안전성위원회의 연구결과로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필자는 백신안전성위원회의 위원장이신 박병주 선생님에게도 간곡히 요청드린다. 필자는 올해 3월7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윤리연구회 주관 세미나에서 코로나 백신 인과관계 평가의 문제점에 대해서 발표했다. 그 때가 마침 백신안전성위원회가 급성심근염에 대한 역학연구 발표를 하고, 질병관리청이 이에 따라 급성심근염에 대해서 인과관계를 인정하겠다는 보도자료가 나오던 때였다. 필자는 백신안전성위원회의 연구결과가 마치 인과관계의 유일한 기준처럼 될 가능성이 심각하게 우려돼 이에 대해 언급했는데, 그 때 필자의 세미나에 참석한 박병주 선생님은 백신안전성위원회의 연구 결과와 개별 사례의 인과관계 평가는 별개이며 이것은 분명하게 하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또 실제 백신안전성위원회 2차 포럼에서도 같은 내용을 분명히 언급하셨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오직 백신안전성위원회의 연구 결과 뒤로 숨어서 다른 질환은 인정을 하지 않고 있으며, 관련의심질환이라는 하위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피해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박병주 선생님이 백신안전성위원회 연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며, 이 연구결과와 개별사례의 인과관계 평가와는 무관하다는 언급을 분명하게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그래서 백신안전성위원회의 노력이 질병관리청의 비열한 방패막이로 악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인간이 서울의대를 졸업하면 뭣하며, 질병관리청장이 되면 뭣하는가. 아파하는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않고, 그래서 아픈 사람들을 더 아프게 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못느낀다면 인간이 아니리라, 그저 아픈 사람도 물어뜯을 수 있는 이성 없는 짐승일 뿐. 질병관리청장이기 이전에 의사가 되고, 의사이기 이전에 인간이 되자, 쫌.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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