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의대생 연합'에서 경험한 연구경험의 중요성

김재균 학생(가천의대)
발행날짜: 2022-08-22 05:00:00
  • 김재균 학생(가천의대 예과 1학년)

13개 의과대학 수백 명의 의대생 회원을 보유한 의대생 연합동아리가 있다. 바로 아시아 의대생 연합(AMSA, Asian Medical Student’s Association)이라는 학술 동아리다. 다양한 의과대학의 친구 및 선배들과 교류하며 낮에는 학술동아리 그리고 저녁에는 술 동아리가 되는 이 동아리는 내가 예과 1학년 1학기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참여한 동아리다.

올해 5월쯤, 예과 1학년 첫 방학을 알차게 보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나는AMSC(Asian Medical Students’ Conference) 참가를 결정하게 되었다. AMSC는 AMSA에서 주관하는 심포지엄으로 태국, 인도네시아, 호주, 말레이시아, 홍콩 등 20개국이 넘는 국가의 의대생이 참가한다. 올해는 한국에서 AMSC가 열려 많은 한국인 AMSA인들이 해외로 이동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참가했다.

나 또한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다. 비록, 참가를 위해서는 주최 측에서 제시한 '원격의료'라는 연구주제에 맞춰 초록을 제출하고 또 본선에 진출할 경우 본인이 작성한 논문을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는 불상사(?)가 생기지만 설마 예과생들이 모여 쓰는 우리들의 논문이 예선을 통과할까 싶었다.

나는 이 심포지엄을 외국인 친구들 그리고 한국인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서울 여행 정도로 생각했다(실제로 오후에는 한강 투어, 강남투어 등 관광이 AMSC 일정의 일부였다). 하지만 불가능해 보였던 우리들의 본선 진출은 현실이 되었고 논문 한 편 써본 적 없었던 예1과 예2로 구성된 우리들의 논문(Scientific paper)팀은 결국 발표까지 하게 됐다.

과학논문에는 형식이 있다. 초록(abstract), 서론(introduction), 실험방법(methods), 결과(results), 고찰(discussion), 한계(limitations), 사사(acknowledgement), 참고문헌(references)을 실험 결과에 맞게 우리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서술하면 된다. 구조만 놓고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실험방법을 정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고 그 결과를 고찰하는데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와 자료조사가 필요하다.

우리 팀은 한국의 원격의료 법률에 관한 narrative 리뷰논문을 쓰는 비교적 쉬운 길을 택했음에도 논문발표를 준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예컨대, 문헌 정보를 조사하고 우리들만의 결론을 도출해내는 리뷰 논문에서 결과와 고찰은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그리고 리뷰논문의 실험방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고 서투른 순간들이 많았다. 팀원들과 며칠간의 밤을 보낸 결과 부끄럽지 않을 발표 자료가 완성되었고 우리들의 결과물을 많은 사람 앞에서 공유하게 되었다.

발표를 하는 날 많은 감정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우선, 연구하는 삶이 즐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팀의 연구주제가 실제 실험을 요구하는 주제는 아니었지만, 자료조사를 하고 논리적인 글을 작성하는 게 나는 힘들지만 즐거웠다. 두 번째로는, 외국 친구들 연구의 우수성에 놀랐다. 호주, 영국, 싱가폴 등 연구지원과 대학원 규모가 큰 대학 출신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 한국의 일반적인 의과대학보다 규모가 작은 대학의 학생들도 수준 높은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놀라웠다.

Narrative 리뷰논문을 작성한 팀은 우리 팀뿐이었으며 해외팀들은 메타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Systematic) 리뷰논문을 작성하였다. R 통계프로그램을 이용하고 또 다양한 통계 모델들을 사용했으며 의통계학적 개념을 잘 아는 학생들이 많았다.

논문 주제 또한 원격의료가 화상치료에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원격의료가 장기이식 환자들이 약물복용을 충실히 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는지 등 나의 기준에서 복잡하고 참신한 주제들이 많았다. 외국 아이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연구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외국대학의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본 결과 한국 의대 보다 해외 의과대학이 연구 방법론 교육에 있어서는 더 앞서 있는 것 같았다. 태국의 의과대학을 다니는 친구의 경우 예과 1학년부터 교수님 한 분과 멘토-멘티 관계를 형성해 교수님의 연구에 참여하게 된다. 교수님과 연구실 사람들은 통계학적 지식 그리고 R을 활용하는 방법을 학생에게 알려주고 학생은 교수님이 보유한 환자 데이터 그리고 실험 결과들을 갖고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5년간 연구 실력을 키운다.

호주는 생물통계학을 의과대학 전 과정에 거쳐 깊게 배우고 연구실에서 인턴을 하기도 한다. 또 호주 병원들에서는 연구 경험을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하여 연구실적 없이는 좋은 전공의 과정에 합격하기 힘들다. 그래서 의과대학 졸업을 1년 유예하고 1년간 연구에만 집념하는 기간을 가지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가천의대 또한 본과 시절 연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간이 있다. 하지만 해외 대학처럼 재학 전 과정에서 연구 경험을 쌓을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기초의학과 의학 연구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경험이 아닐까 생각했다.

힘들고 귀찮을 것만 같았던 AMSC는 내 인생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해주는 경험이었다. 의과대학에 입학한 내 호주 친구는 의학이라는 학문이 즐거워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말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학문을 공부하는 이 친구의 삶이 진취적이고 행복해 보였다. 나 또한, 의학 공부와 연구를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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