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회 "수술 수가, 위험성ㆍ난이도 미반영 한계"

발행날짜: 2022-08-22 05:10:00
  • 사회적 관심 커진 필수의료 붕괴…"대책 마련은 매번 공염불"
    "정책적 지원으로 행위로 증액해야"…내시경평가 형평성 지적도

대한외과의사회가 최근 필수의료에 대한 각계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도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을 지적했다. 의료계 차원에서라도 관련 문제를 논의할 정식 부서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21일 대한외과의사회는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대가치평가 시행 당시부터 있었던 불균형으로 외과계는 태생적인 저수가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를 보정하는 작업이 땜질 식으로만 이뤄지고 있어 개선이 안 되는 만큼, 엄격한 정책수가로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외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 현장

결과적으로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형성될 정도로 외과의 경제적인 상황이 심각한 반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대한의사협회 상대가치위원회조차 실질적인 외과 개원의 진료는 10개 내외만 다루고 있어 우선적인 재개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의협과 대한개원의협의회 등이 필수의료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없다는 지적이다. 단기적인 TF만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정식부서를 마련해 상시적으로 관련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임익강 회장은 "외과의사는 블루칼라로 기술과 노동력으로 먹고 산다. 하지만 실질적인 용역수가가 없다"며 "수가에 난이도와 위험성 등을 반영해야 하는데 시간으로만 산정되니 원가 이하의 수가가 책정된다. 현장에선 개원 후 5~10년이 지나도 빚을 못 갚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으로 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대책마련이 지지부진한 상황도 지적했다.

외과의사회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행위료 증액을 제시했다. 일례로 맹장수술 행위료는 7만5003원에 불과하며 개두술 역시 100만 원이 안 되는 수준으로 이 같은 행위료로 병원을 지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전 정권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비급여 진료가 줄어들면서 경영악화가 심화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세라 총무부회장은 정책적인 자금지원책을 마련해 외과계 행위료 증액하고 필수의료에도 투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조정하는 식의 대책만 마련하고 있어 공염불로 끝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심평원이 공개하는 상대가치평가 자료 역시 2014년에서 멈춰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 총무부회장은 "수술하는 의사가 사라지고 있어 수술 절벽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의료계는 관련 문제 해결을 수차례 촉구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문제의 원인이 다양해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지만 일선의 요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구진 학술부회장 역시 예산증액 없는 필수의료 확충은 무의미하다고 부연했다. 한정된 예산으로 옮기는 방식을 의료계 내부 갈등을 유발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다. 또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를 형사 처벌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필수의료 붕괴를 촉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학술부회장은 "젊은 사람들이 필수의료를 회피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 바이탈 의사는 대부분 법적인 문제를 경험한다"며 "의사의 희생이나 직업적 윤리만으로 감당할 시점을 넘어섰다. 의료인 배출엔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비정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진기관평가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2012년부터 시행된 검진기관평가는 내시경 질 관리를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인력부분 평가에서 내시경의사 자격 인증 및 연수교육이 특정과나 특정학회를 통해서만 인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전문의 간 갈등을 야기하고 국민에게도 왜곡된 정보가 제공될 우려가 있다는 것.

최동현 정책부회장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시경의사 자격사항에서 특정과나 특정학회의 인증의 자격 명시를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수교육 인정을 기존 특정과·특정학회에서 의협 평점이 인정되는 전문학회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정책부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내시경을 도입한 것은 외과다. 하지만 지금에 와선 내시경이 특정과 주도록 이뤄지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질 관리는 중요하지만 관련 인증을 특정과나 학회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의문이다. 이 같은 방식이 법률·행정적으로 타당한지 법률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문제가 있다면 행정소송을 통해 개선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임 회장은 "본회는 외과학회와 함께 회원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지난해 맘모톰 사례처럼 우리 노력으로 신의료기술평가에 일조한 바 있다"며 "앞으로도 회원의 권익을 위해 계속 뛰겠다. 뭐든지 의견을 주고 함께 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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