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RP 치료제 급여권 진입…엄격한 적용 기준 걸림돌
환자 병력‧치료효과 입증 과제…접근성 개선 물음표
CGRP(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 계열 편두통 치료제가 급여권에 진입하거나 진입을 목전에 두면서 임상 현장에서 치료 선택지도 변화하고 있다.
다만, 급여 기준의 문턱이 높아 실제 혜택을 받는 환자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접근성 확대를 위한 과제가 남았다는 평가다.
편두통 치료에서 CGRP 계열 약물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간 마땅한 치료제가 없던 편두통 시장에서 CGRP 통증 유발 물질을 표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약물이 통증 유발 물질을 전반적으로 억제했다면 CGRP만 타깃팅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부작용에서 자유로운 이유다.
이로 인해 이미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를 주목하는 모습. 대한두통학회도 개정된 진료지침에서 CGRP치료제를 성인 만성 편두통 환자에게 예방 약제로 사용하는 것을 권고한 바 있다(근거수준: I , 권고등급: Strong for).
현재 국내에 CGRP 표적 항체 치료제는 릴리의 앰겔러티(성분명 갈카네주맙)가 먼저 시장에 진입한 뒤 지난해 한독테바가 아조비(성분명 프레마네주맙)'를 내놓으며 시장에 진입한 상태다.
여전히 높은 가격이 허들로 작용했던 상황에서 지난 1일 앰겔러티가 급여권에 진입하면서 처방 선택지도 늘어나게 된 상황.
또 경쟁 약물인 아조비 역시 제9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뒤 약가 협상을 앞두고 있어 곧 급여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도 역시 급여 진입에 따른 약가 인하를 주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앰겔러티의 급여 적용으로 환자 비용 부담이 약 380만원에서 115만원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조수진 대한두통학회 회장(동탄성심병원 신경과)은 편두통 자체가 삶의 질을 많이 저해시키고 업무 능률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환자들이 비용 부담을 감수하며 사용해 왔다"며 "편두통 치료제가 급여화 됐다는 것은 편두통이 필수 진료로 인정되는 영역으로 확대되기 위한 시작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많은 환자들이 높은 비용 때문에 치료를 망설였다는 점에서 급여 진입을 반가운 소식이라는 것이 임상 현장의 설명.
고신대병원 신경과 이원구 교수는 "그동안 가격 장벽으로 의료진도 환자에게 치료를 권하기 어려웠다"며 "급여에 진입한 만큼 의료진이나 환자의 입장에서 접근성은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앰겔러티의 급여기준이 까다로운 만큼 실제 적용받는 환자는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보건복지부의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에 따르면 앰겔러티의 건강보험 급여를 위한 세부 기준은 국제두통질환분류(ICHD-3) 진단기준에 부합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의 만성 편두통 환자에 대한 예방요법으로 여러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최소 1년 이상 편두통 병력이 있고, 투여 전 최소 6개월 이상 월 두통일수가 15일 이상이면서 그 중 한 달에 최소 8일 이상 편두통형 두통인 환자 ▲투여 시작 전 편두통장애척도(MIDAS) 21점 이상 또는 두통영향검사 (HIT-6) 60점 이상 ▲최근 1년 이내에 3종 이상의 편두통 예방약제에서 치료 실패를 보인 환자(각 약제의 최대 내약 용량으로 적어도 8주 이상 투여에도 월 편두통 일수가 50% 이상 감소하지 않거나, 부작용 또는 금기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투여시작 전(최근 1개월 이내) 및 투여 후 3개월마다 반응평가(두통일기, MIDAS 등)를 실시해야 하며 투여 기간은 최대 12개월이 적용된다.
결국 1년 이상 편두통 병력이 있고, 편두통 예방약제 치료 실패 등을 증명해야하기 때문에 대상 환자나 의료기관 측면에서도 대학병원 외에 종합병원이나 의원 등에서는 삭감 등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
이 교수는 "전문가 간 논의에서 기준이 까다로운 만큼 정말 써야 될 환자에게 잘 사용하지 않는다면 삭감의 우려가 있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그동안 검사했던 기록이나 치료제 사용 이력, 두통일기에 대한 증명이 필요한 만큼 1차 의원이나 종합병원에서는 처방이 제한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치료제 사용이 최대 1년 인정되거나 3개월마다 치료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탈락하는 부분도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하나의 약재로 CGRP 계열 치료제가 인정받으면 최대 1년만 인정되지만 경우에 따라 18개월 혹은 그 이상도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아조비가 급여에 진입하더라도 현재 약제 변경은 안 되는 것으로 규정돼 있어 이 부분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향후 지켜봐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툴리눔독소의 활용이나 여전히 비급여 영역에서의 CGRP 치료제의 처방도 계속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상급종합병원 신경과 A교수는 "앰겔러티가 급여권에 진입한 만큼 당연히 기존 치료제들과 포지션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치료제 별로 환자의 반응이 다르고 급여 기준이 엄격해 비급여 영역에서의 처방도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본다" 언급했다.
이밖에 앰겔러티 급여와 맞물려 두통학회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급여를 적용받기 위해 위해 필요한 두통평가지표를 수집하기 위한 행위에는 수가가 없다는 것.
조 회장은 "환자의 두통일지를 확인하고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등의 행위는 수가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급여 적용을 위해 1년 동안의 약에 대한 검토나 환자의 평가를 위한 두통 평가 지표들이 급여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료진들이 환자의 고통을 알기 때문에 노력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만드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환자에게 필요한 급여의 평가 지표들은 당연히 급여로 인정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