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반년 동안 실체 없는 '공공정책수가' 정체는?

발행날짜: 2022-09-27 05:30:00
  • "모호한 개념 때문에 공공의료 담론만 악화시킨다" 비판
    정책 설계자, 효율성에 방점 "공공병원 확대보다는 기능 강화"

새 정부가 보건의료 정책 공약으로 내 건 '공공정책수가'. 새 정부 출범 반년이 다 되도록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으니 "이데올로기적 효과만 유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효율성'에 중점을 두고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의 움직임을 봤을 때 '공공'과는 거리가 먼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정책 설계를 담당하는 전문가는 공공과 민간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6명은 26일 국회 박물관에서 공동으로 공공보건의료 회복과 필수의료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여기에는 강은미 의원(정의당), 강훈식·김민석·신현영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최연숙 의원(국민의힘)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토론회는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한국보건의료포럼, 대한예방의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경상의대 예방의학교실 정백근 교수

경상의대 예방의학교실 정백근 교수는 현 정부의 '공공정책수가'를 놓고 실체는 없으면 공공의료 확충 담론을 악화시키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념이 모호하다는 것.

정 교수는 "필수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책임성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서 공공정책수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되면 민간병원과 공공병원 모두 건강보험 진료를 하기 때문에 민간병원과 공공병원 공공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논리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공공병원 양적 확충의 의미가 없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책임의료기관 중심의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와 연계를 통한 취약지 문제 해결의 관점이 약하다"고 덧붙였다.

정재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 역시 "현재까지 공공정책수가라는 정부 정책의 실체가 무엇인지 6개월 동안 설명이 안되고 있는데,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다"라며 "이렇게까지 실체 없는 정책이 장기간 논의되면서 논란만 부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는 '공공정책수가'로 둔갑하지 않더라도 이전 정부에서 추진돼 왔다는 점을 짚었다. 지난 정부에서 공공보건의료는 '필수의료'라는 개념으로 전환이 이뤄졌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 실제 2018년 공공보건의료발전 종합대책에서 공공보건의료를 '국민의 생명 안전 및 기본적 삶의 질을 보장하는 필수의료'로 정의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를 담아 2018년 공공보건의료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2019년에는 지역의료 강화대책, 2020년에는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을 내놨다. 지난해는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공공정책수가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도 현재 나오고 있는 공공정책수가 보다 포괄적이고 명확한 정책안이 이미 나와있는 상태"라고 진단하며 "지역 필수의료 격차 완화 정책과 병행하거나 직접적으로 격차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필수의료 공급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및 총액형 손실보상 ▲공공전문진료센터의 중증 난치 희귀질환 진료 집중형 묶음 수가 ▲의료취약지 및 신포괄수가 정책 가산 등을 제안했다.

그는 "전문진료 분야별 중증 난치 희귀질환 등 고난이도 의료행위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지역에서 적정 진료가 어려운 질환을 선정해 권역 공공전문진료센터에서 해당 질환에 대한 적정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수가를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공공병원 양적 확대보다는 기능 강화에 중점을 둔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민간 이분법적인 생각에서 탈피해야"

보건의료정책 설계에 힘을 보탰던 장성인 교수(연세대 예방의학교실, 한국보건의료포럼 부대표)는 공공과 민간이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공공정책수가 방향성을 이야기했다.

장 교수는 "지방의료원이 인건비를 많이 주고 있음에도 인력 유인이 되지 못했다면 왜 그런 것인지 현실적 개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며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면 조직문화적, 또는 사회 인식적 문제 등을 전문적인 경영 평가를 통해 진단하고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현 정부의 기조인 '효율성'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도 했다. 공공병원에 대해서는 양적 확대보다는 '기능'에 방점을 둔 개편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장 교수는 "효율적 운영을 위한 더 나은 경영의 추구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것"이라며 "위탁운영이나 공공과 민간의 협력,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이 되더라도 민영화로 판단해 검토하지 않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정책수가 우리나라 의료자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의료기관을 좀 더 공적인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요소를 넣은 것"이라며 "효율적으로 공공의료를 이루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우선순위에 따른 자원 투입이 그중 하나고, 의료 중에서도 결핍된 필수의료 영역과 지역을 먼저 채우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효율성' 중심에 놓고 공공의료 지원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김한숙 질병정책과장은 "한정된 자원으로 최선의 효과를 거둬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시급성을 다투는 분야를 우선순위에 넣을 수밖에 없다"라며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라는 게 코로나를 겪고 나서 이분법적으로 구분이 가능한 것인지 경험을 해봤는데 보건의료 속성 자체가 공공재 속성을 무시 못 한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의료시스템이 작동한다고 봤을 때 공공과 민간 상관없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공공병원에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이 그동안 없었던 게 아니다"며 "인프라 지원을 해도 서비스 제공 인력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현재 시점에서는 공공병원의 양적 확충보다는 현재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 강화, 기능적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방향성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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