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단골 손님 올해도 찾아올까

발행날짜: 2022-10-04 05:00:00
  • 의약학술팀 이인복 기자

국정감사 시즌이 다시 찾아왔다. 매년 수많은 지적과 비판이 이어지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정부의 움직임도 바빠지는 시기다.

올해 보건의료 분야 국정감사는 역시 필수의료가 주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고로 꼽히는 대형병원에서 일어난 간호사 사망 사건이 사회적 논란으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하나 개인적으로 궁금한 사항이 있다. 매년 국감때 마다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올해도 찾아올지 하는 부분이다. 의료산업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인 '간납사'다.

사실 간납사 문제는 의료기기 산업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부분이다. 매년 의료기기산업협회나 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등이 제시하는 정책 과제에 빠지지 않고 순위권에 오르는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그만큼 간납사 문제는 매년 국감장을 채우는 주요 소재로 꼽히고 있다. 이미 국감에 오른 것만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수많은 의원들이 문제를 지적했고 정부는 그때마다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제대로된 후속 조치는 아직까지 요원하다. 매번 태스크포스 등 범정부 조직이 구성되기는 하지만 공직의 특성상 그렇게 모였던 이들은 다시 뿔뿔히 흩어진다. 십수년째 진전이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그나마 올해는 조금 기대할 만 했다. 작년 국감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대책 마련을 약속했고 이에 맞춰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안전정보원 등 유관 기관들이 모여 TF팀을 꾸리며 한발짝 나아가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복지부 등이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병원과 간납사 간의 특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마침내 실마리가 보이는 듯한 기대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대책을 약속했던 장관은 직에서 물러났고 새로운 장관은 언제 올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공직의 특성상 장관이 임명된 후 조직을 재편하는데만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또 다시 실마리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문제는 올해 국감에서는 대책을 약속할 주체도 없다는 점이다. 장관 자리가 공석이니 책임을 물을 주체도 나아가 앞으로 이를 끌어갈 주체도 없다.

정부의 움직임에 긴장하던 간납사들은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특히 특수관계를 정리하던 의료기관들도 한발짝 뒤로 물러서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오죽하면 새롭게 간납사를 차리는 곳도 나올 정도다.

아마 올해 국감에서도 분명히 간납사가 화두에 오를 듯 하다. 매년 찾아오던 단골 손님을 의원들이 외면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그나마' 기대하던 기업들은 이미 지쳐있는 모습이다. 전수 조사까지 마치고도 진전이 없는 말 뿐인 간납사 대책에 이들은 점점 더 힘이 빠져가고 있다.

범죄의 완성은 피해자가 잊혀질때라고 했다. 그나마 기업들이 매년 국감장에서라도 이슈가 되는 것을 바라고 있는 이유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때 1%의 희망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올해는 또 어떤 방식으로 단골 손님이 국감장에 나타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부디 이번에는 조금 더 수면 위에 오래 머물렀으면 한다. 십수년간 이어진 단골 손님이 그나마 아예 잊혀진다면 너무 서운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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